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AVAYA Jun 17. 2024

김수희의 <애모>

작사/작곡 유영건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수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N3 PBWLm7 lI? si=W9 GCjPMYudDOyR1 C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얼마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


- 김수희의 <애모> 가사 중 -




김수희는 1976년 데뷔했습니다. 어린 적에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문학 작가를 꿈꿨다고 하네요. 18세 때부터 미 8군 무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여성밴드 블랙캣츠의 일원으로 밤무대 가수 활동을 했습니다. 그녀의 데뷔곡은 '너무합니다'였는데요. 인지도가 없다 보니 좋은 노래가 못 떴다고 표현해야겠네요. 흐흐

그녀는 당시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는데요. 정작 자신은 유명해지지 않았지만 '나를 두고 아리랑'을 작사, 작곡해서 가수 김훈 씨를 스타덤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1978년 방송국 PD가 뒤늦게 '너무합니다'라는 곡을 알아보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죠. 아마 조금만 늦게 알아봤더라면 가수를 포기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인생길을 선회할 뻔했네요. 음반 발매 후 3년 만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서 이제 고생길이 끝일 줄 알았지만 중고신인이라는 이유로 2집 발매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내 1982년 <멍에>를 발표합니다. 이 때도 사연이 있는데요. 녹음할 당시 임신 상태였고, 딸아이를 출산했지만 매너지가 유부녀인 것이 알려지면 방송활동에 지장을 줄 것 같아 이 사실을 감췄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녀는 생방송에서 딸을 당당히 공개하며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사랑의 눈길을 습니다.

'남행열차'와 오늘 소개해 드릴 1990년 발표한 '애모'가 그녀의 노래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입니다. 가수 데뷔 때부터 명창이었던 박초월 씨에게 남도 창법을 배워서 만들어진 덕에 그녀의 목소리는 모창이 잘 되지 않는 유니크함을 가지고 있죠.

김수희는 팔방미인 그 자체입니다. 1983년 가요계 현장 소설 <너무합니다>를 집필하여 출간하기도 했고요, 1984년에는 소설 <설>을 집필해 출간해 베스트셀러 2위까지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1994년 영화계에도 진출하여 <애수의 하모니카>의 시나리오직접 제작하고 영화감독까지 맡았습니다. 그리고 음악 제작자로서도 신신애 씨를 가수로 스카우트하고 무명이었던 평승엽 씨를 발굴했다고 하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애모(愛慕)'입니다. 사랑하며 그리워한다는 뜻입니다. 사극에 보면 '연모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연모의 모자가 애모의 모자와 같습니다.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한 때 전 국민이 부르던 국민송이기도 했습니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을 표현하는 말은 수도 없이 많은데요. 그중에 하나가 '살의 상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접촉을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서로의 온도를 느낄 수 없는 떨어짐을 말합니다.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다는 가사가 바로 '살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세월에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 속에 흔들리는데' 부분도 굉장히 시적인 가사죠.

'얼마큼 나 더 살아야/ 그대를 잊을 수 있나/ 한마디 말이 모자라서/ 다가설 수 없는 사람아' 부분입니다. 이건 어떤 상황일까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은 알겠는데, 한 마디 말이 과연 뭐였을까요? 사랑한다, 기다려달라 뭐 이런 말이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짝사랑이라도 할 걸까요? 뭐가 되었든 사랑하는 사람으로 향하는 마음을 거두워야 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그대 등 뒤에 서면/ 내 눈은 젖어드는데' 부분입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화자는 작아지게 되죠. 어찌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등 뒨 채 안타까운 마음을 눈물로 대신해 봅니다.

마지막 가사는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입니다. 그 한마디가 불러온 파장이 엄청나죠. 무언수행을 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며 살아가야 하는 화자이니까요. 하지만 둘이 쌓아 올린 추억이 있기에 서로의 연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이런 상상을 해 봤습니다. 세월의 풍파 속에 두 사람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게 되었고 상대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가 아닐까 하고요. 뒤늦게 서로를 알아보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확인했지만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되면 한 가정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게 돼버린 상황을 말이죠. 그래서 이런 가사 전개가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음. 오늘은 딱히 주제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하하. 한자 찬스 한 번 더 써보죠. 사모할 모()는 없을 막 자와 마음심 자가 합쳐진 말입니다. 해가 져서 어두운 상태로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죠.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간직하는 모습에서 '그리다, 그리워하다'의 뜻이 파생되었다고 하네요. 추모, 사모, 연모, 흠모, 그리고 이 노래 제목인 연모에 쓰인 모가 다 그런 의미죠.

사모하는 마음은 고백할 용기가 없어라기 보다는 고백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겠죠. 상대방이 솔로라서 나의 고백에 'YES' 또는 'NO'라고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사랑할 수 없는 상대를 사랑하거나 금기된 사랑을 하는 경우가 더 어울리죠.

물론 과거에는 여성분들이 수동적인 이미지로 그려져서 사랑 고백을 먼저 한다든가 하면 도리에 어긋난 것이라 생각했기에 정상적인 사랑을 하면서도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한 측면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녀를 타로 따지 않는 시대이니 모가 들어간 사랑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겠죠?

사랑은 감정이 남녀 모두에게서 동시에 같은 속도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먼저 감정이 일어나는 사람이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고 있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그러다가 상대도 자신과 같은 마음 상태에 도달한 것이 확인되면 그때서야 이 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동안 당신을 흠모해 왔습니다' 이렇게요.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언제 이런 애모의 감정을 느끼시나요? 임금님 귀가 당나귀임을 보고도 말 못 하는 억울한 사태 말이죠. 짝사랑도 있을 거고요.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 같은 상황도 있겠네요. 하하하. 뭐든 하나 쉬운 것은 없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이렇게 좋아하는 감정을 마음속에만 두고 끙끙 앓는다니 생각만 해도 지옥이 따로 없을 것 같습니다. 오죽 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우연처럼 찾아온 사랑이 이런 그림이라면 눈치도 채기 전에 이미 마음이 그런 지경이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찌하시렵니까?

그리움이라는 단어와 글과 그림은 같은 어원이라고 하죠. 그래서 그리울 땐 시를 쓰고 그것으로 노래를 지어 부르거나 새하얀 종이 위해 자신의 마음을 그려보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쏟아지는 노래와 그림 중 대다수가 이런 그리움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화자 역시 이 노래를 부르며 애달픈 사랑과 그리움을 달래 보고 있는 중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김수희 씨의 이력을 보면서 그동안은 가수로만 알고 있었는데, 문학소녀였던 점이 이색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냥 한 때 그런 게 아니라 책도 내고 영화까지 만들었다니 놀랐습니다. 또 하나는 작사는 그렇다 쳐도 작곡까지 섭렵했다는 사실도 눈에 띄었습니다. 거의 싱어송라이터의 원조 격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가요계가 아니라 영화계로 갔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심히 궁금해지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매거진의 이전글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