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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n 25. 2024

Izi의 <응급실>

 작사/작곡 신동우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Izi'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98 Q2 p-3 kMDI? si=uzMjNh2 J3 zsOH7 qN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너를 가진 사람


나 밖에 없는데


제발 떠나가지 마


- Izi의 <응급실> 가사 중 -




그놈의 자존심

일을 이리도

망처 놓고 말았어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끝내자는 말은

하는 게 아니었어


화김에 한 말이라

크게 생각 안 했어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이 커졌지


늘 받아줬던 너였기에

이번에도 무난히

넘어갈 줄 알았나 봐


뒤늦게라도

본래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고집 때문이야


정말 그런 거 아니었어

나 알잖아

화나면 물불 안 가리는 거


철이 없고 내 멋대로지만

내 사랑은 너뿐이야

제발 돌아와 줘




Izi는 4인조 밴드로 2005년 데뷔했습니다. 그룹명은 쉽다란 뜻을 가진 easy와 일렉트릭 기타의 드라이브톤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드라이브톤이 뭔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보컬 오진성을 비롯해 기타 이동원, 베이스기타 신승익, 드럼 김준한이 멤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Izi의 1집 수록곡으로 쾌걸 춘향 OST로 삽입된 곡입니다. 지금까지도 노래방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가수들도 무지막지하게 커버를 했던 곡입니다. 저작권, 인접권 등 대략 100억 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소속사 문제로 1집 이후 국내 활동이 어렵게 되자 일본에서 활동했다고 하고요. 후속곡에 대한 뮤직비디오도 1억을 들여 찍었는데 발매가 안 됐다고 합니다. 2017년 오진성과 신승익이 다시 Izi로 뭉쳐 싱글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김준한은 배우로 전향했고요.

소속사 문제만 없었으면 꽤 오래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룹이었는데 좀 안타깝죠. 원히트원더로 남았으니까요. 그래도 이 한 곡이 20년 가까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대신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응급실'입니다. 병원에나 있는 응급실 말이죠. 죽을 것 같은 시련의 고통을 응급 상황과 같다는 메타포로 표현한 노래입니다.

'후회하고 있어요/ 우리 다투던 그날/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해버린 거야'가 첫 가사입니다. 화김에 그만하자고 해 버린 자신을 너무도 후회하고 있는 화자가 그려지시나요. 아마도 화자는 다혈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아쉬운 거 없다는 이별을 언급했겠죠.

'금방 볼 줄 알았어/ 날 찾길 바랬어/ 허나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조차 없어' 부분입니다. 어이쿠야. 한두 번도 아니고 늘 그래왔던 화자이기에 며칠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조짐이 이상했죠.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상대. 그것에 화자는 당황합니다.

'항상 내게 너무 잘해줘서/ 쉽게 생각했나 봐/ 이젠 알아 내 고집 때문에/ 힘들었던 너를' 부분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이실직고하는 가사입니다. 상대가 항상 잘해줬기에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죠. 이제야 그 응석받이를 다 해 준 상대에게 미안한 감정이 한 움큼 올라옵니다.

2절에서는 '언제라도 내 편이 돼준 너/ 고마운 줄 모르고/ 철없이 난 멋대로 한 거/ 용서할 수 없니' 부분이 나옵니다. 위의 가사와 비슷한 맥락이죠. 배 떠난 다음에 손 흔드는 격이랄까요. 있을 때 잘할걸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화자입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늦게나마 용서를 구해 보는 거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너를 가진 사람 나밖에 없는데/ 제발 나를 떠나가지 마' 부분입니다. 여기서 바보는 상대를 부르는 것 같지만 화자 자신에게 던지는 말처럼 드립니다. 상대만을 온리유했다고 사랑해서 그랬다고 말하는 것 같죠. 상대가 들으면 화가 더 날지도 모르겠네요. 용서를 구하려면 좀 다른 표현을 써 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후렴구에는 '너 하나만 사랑하는데/ 이대로 나를 두고 가지 마/ 나를 버리지 마/ 그냥 날 안아줘/ 다시 사랑하게 돌아와' 부분이 나오는데요. 이제 좀 정신이 든 걸까요. 아주 애걸 볼걸 하는 모습이죠. 처음부터 이랬어야지. 너무 뒤늦은 감이 있네요. 근데 이 정도를 응급 상황이라고 볼 수 있나요? 전 아닌 듯.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에 '자존심'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아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쉽게 설명드리자면 자존심은 타인을 대상으로, 자존감은 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감정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자존심도 있고 자존감도 있고 그럽니다.

자존심 하면 생각하는 드라마 장면이 있습니다. 예전에 <도망자>라는 드라마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상국아 니 그 아나. 미친년 아무리 해코지 해도 다 당해준다잉. 그런데 말이다. 그 년 귀에 걸린 꽃가지를 빼어오면 어찌 되는 줄 아나. 미친 듯이 달려들어 흠집을 낸데이' 뭐 이런 대사였는데요. 그러면서 '그 꽃이 뭔지 아나? 바로 자존심이데이. 다른 사람들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자기 자신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것 그게 자존심이데이'라는 대사로 이어지죠.

제가 지금까지도 이 대사를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엄청 인상 깊었던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존심을 이리도 적나라하게 풀어헤친 대사는 일찍이 보질 못했거든요. 대사가 인상적이시지 않나요? 이 노래에서도 자존심이 뭐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그걸 금단지처럼 모시다가 결국 이별을 맞이하잖아요. 딱 들어맞죠?


그런데 우린 일상생활에서 자존심과 자존감을 자주 혼동합니다. 타인이 나를 으쌰으쌰 해주어야 내 자존감이 올라간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무시당하는 걸 미치도록 못 참습니다. 큰 정치인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수모를 견디는 시간이 늘 있어 왔다는 점이죠. 세간의 오해로 정치 생명에 위기를 겪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을 뻔한 서사가 존재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들이 만약 그걸 자존심이라는 단어로 상대했다면 큰 정치인이 되진 못했을 겁니다. 세상의 풍파에도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나갔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인문학에서는 나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누군가가 정해준 내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려면 타인을 대상으로 한 자존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자존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되겠죠.

이 노래에서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해 버린 거야'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아마도 화자 정도 되면 상대 같은 사람 말고도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아닐까 싶은데요. 세상은 넓고 이성은 많다는 생각과 나 좀 괜찮은 스타일이라는 자만이 어우러졌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흔히들 자존심 상했다는 말을 말이 하는데요. 책 제목에도 있듯이 주변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화들짝 놀라서 욱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자신만큼은 사랑으로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자존감이죠. 억울한 일로 상처를 연거푸 당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더라도 마지막까지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아모르파티입니다.

자존심 그거 그냥 휴지통에 넣고 없다 생각하고 삽시다. '넌 자존심도 없냐?'라고 물으면 '응. 나 진즉에 휴지통에 버렸어'라고 답합시다. 그리고 실리를 찾읍시다. 자존감을 사수합시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이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첫 책을 내고 너무 준비 없이 했다는 반성에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25일에 시작을 했거든요. 한 달 동안은 이거 하다 저거 하다 감 못 잡고 그러다가 그 과정에서 <가사실종사건>이 탄생했죠. 그리고 오늘 날짜로 332명의 가수와 노래를 소개하게 되었네요. 그 사이 거의 매일 글 쓰는 습관이 자리 잡았고 책도 많이 읽게 되는 선순환도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 것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아직 도전 1,000곡까지 갈 길이 멀지만 딱히 걱정을 하진 않습니다. 뭐 그냥 대충 될 것 같거든요. 하하하. 개인적으로 지친 일상, 반복되는 하루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이나 쉼 따위를 전달해 드렸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게 잘 되고 있는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가끔 주시는 댓글로 그 언저리를 더듬을 뿐이죠. 그냥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입니다. 돈도 안 되고 연락 오는 곳이 없어도 그냥 할 겁니다. 제 글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지난 1년 동안 제 브런치를 맛있게 드셔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면서. 내일 다시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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