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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10. 2024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

작사 지우 작곡 김영석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에메랄드 캐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mmCFZN-4pR0? si=qrEoPEx5 XEOdI7_g

미안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잖니


정말 이럴 수밖에


너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너를 사랑할 수 없고


너를 미워해야 하는 날 위해


- 에메랄드캐슬의 <발걸음> 가사 중 -




내가 왜 여길 왔지

너무 어두워서

길을 잃었나

너에 대한 미움

때문이었나


자유롭고 싶어

시간에 기대봤어

그런데 왜

이 모양 이꼴이야

신경 끊어

너와 상관없는 나잖아


너는 예전에도 없었고

자금도 없는 사람이야

날 산 송장 취급했잖아

너도 나와 똑같이

느껴보길 바래


사과할께

내가 말이 좀 심했어

널 지워내지 못하면

다음이 없을 것 같아

이럴 수 밖에 없던 날

이해해 줄 순 없겠니




에메랄드 캐슬은 5인조 록밴드로 1997년 데뷔했습니다. 넥스트의 신해철 씨와 김영석 씨가 프로듀싱을 맡아 만들어진 밴드죠. 두 사람이 가벼운 소재와 멜로디로 좀 더 대중적인 앨범을 만들어 보기 위해 시작됐고, 처음에는 2명으로 구성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신해철 씨가 대학가요제 입상자인 당시 신인가수였던 지우를 영업했고 김영석 씨가 밴드 '비트'의 멤버였던 기타를 맡은 김상환 씨와 드럼을 맡은 강상호 씨를 영업하면서 전체 라인업을 완성하며 4인조 록밴드 체제가 갖춰지게 됩니다. 베이스는 박지훈 씨가 맡았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2집 발표 위에 대폭적인 멤버 교체가 이루어졌고 2014년 신해철 추모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우, 김상환 씨가 다시 복귀하고 최문석 씨와 송국정 씨가 영입되며 베이스의 김영석 씨까지 5인조로 거듭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들의 첫 번째 앨범 <Invitation>에 수록된 곡인데. 워낙 유명한 곡이고 후배 가수들이 커버도 엄청나게 많이 했죠. 김영석 씨가 술이 덜 깬 상태로 5분 만에 만들어낸 곡이라고 하죠. 가수 신해철 씨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곡이라고 하니 새롭게 들리기도 하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발걸음'입니다. 이별 노래인데요. 발걸음이라는 단어는 중의적인 의미죠. 즐거운 일이 있으면 발걸음이 가볍다고 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발걸음이 무겁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발걸음의 모양새로 사람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죠. 이 노래에서는 발걸음에 담긴 화자의 마음을 캐치하는 것이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해 질 무렵 날 끌고 간 발걸음/ 눈 떠보니 잊은 줄 알았던 곳에/ 아직도 너에 대한 미움이 남아 있는지/ 이젠 자유롭고 싶어'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의 후유증으로 넋이 나간 채 어디론가 이끌려 간 것 같죠. 그리고 당도한 곳이 바로 추억의 장소였죠. 좋은 기억이 아니었던 까닭에 그것을 벗어나 보려 했것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랑의 반대인 미움도 기억의 한 종류였으니까요.

'시간은 해결해 주리라 난 믿었지/ 그것조차 어리석었을까/ 이젠 흘러가는 데로 날 맡길래/ 너완 상관없잖니' 부분입니다. 시간은 모든 걸 휩쓸고 지나가죠.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말이죠. 그래서 화자 역시 그 시간이라는 놈에 이별의 아픔을 내던져 보죠.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별 진전이 없는 것 같아 보이네요. 이젠 자포자기입니다. 될 대로 되라죠. 상대에게 'It's no your bisness'라고 말하면서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의 앞부분부터 살펴보죠. '처음부터 너란 존재는 내겐 없었어/ 니가 내게 했듯이/ 기억해 내가 아파했던 만큼 언젠가 너도/ 나 아닌 누구에게 이런 아픔 겪을 테니' 부분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원망이 상당하죠? 상대가 자신에게 했던 이별 선언이 모조리 한 존재를 지운 것처럼 화자는 너란 존재를 그렇게 하려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갚아주겠다는 복수혈전의 자세네요.

이어지는 가사는 '미안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잖니/ 정말 이럴 수밖에/ 너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너를 사랑할 수 없고/ 너를 미워해야 하는 날 위해' 부분입니다. 그런 독한 마음 악한 마음먹었던 자신을 용서하라고 말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견디기 위해서 했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다시금 사랑을 하려면 말이죠.


음. 오늘은 가사 중 '기억해 내가 아파했던 만큼 언젠가 너도/ 나 아닌 누구에게 이런 아픔 겪을 테니' 부분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일명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시죠. 인과론입니다. 착한 일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짓하면 벌을 받고요. 대부분 구전으로 이어오는 옛날이야기가 이런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죠. 착하게 살라는 가르침이나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죠.

근데 실제 삶에서 이런 인과론이 잘 작동하나요?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뭐 이런 표현이 현실을 한층 더 잘 반영하고 있진 않나요? 누군가는 이걸 '부조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부조리 개념은 너무 복잡다단해서 나중에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오늘은 영화론 이야기를 잠깐 해 봐야겠네요. 제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해서 영화론 수업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영화 속 여성의 역할 이런 것을 주제로 리포트를 쓴 기억이 있습니다. 내용의 골자는 예전 영화에서 여성분들이 외도를 하면 결국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던가,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면 이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스토리 구조가 자리 잡으며 성의 후진성을 들어낸 반면 1998년 <처녀들의 저녁 식사>라는 여성 영화에서는 여성이 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전면에 내세우며 시대가 그만큼 변했음을 보여준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권선징악도 모자라 그 잣대를 젠더 이슈로까지 가져가는 발칙한 발상이었죠.

근데 사실 아무리 미디어에서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를 떠들어대도 그게 일상생활에서 어긋나는 사례가 차고 넘치기 때문에, 그리고 매체의 다양화로 인해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이 부조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야 내 마음이 요동치지 않을까가 더 관심사죠.

이런 부조리 구조를 사랑이라는 것에 대입해 보죠. 누구나 다 아는 노래 아리랑. '날 버리고 가신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가사가 나오죠. 전형적인 인과론입니다. 나쁜 짓 했으니 응당 벌을 받을 것이다죠. 그런데 현실에서 먼저 차면 벌 받나요? 다른 사람에게 눈 돌려서 떠나면 폭싹 망하나요? 아니죠. 하하하.

사랑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계약 같은 걸 겁니다. 평상시에는 계약서에 적혀 있는 대로 의무 사항을 잘 따르다가도 어느 순간 한 명이라도 수가 틀리면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계약 말이죠. 그러니 떠났다고 뭐라 할 수도 없는 아주 애매한 계약이죠. 물론 사랑을 빌미로 사기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별도고요.

그러니 사랑을 인과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부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떠나는지와 앞으로 어떻게 다른 사랑을 할지와는 하등의 인과 관계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나 버리고 가신 님이 너무 행복하게 살면 속이 뒤집어지잖아요. 그래서 우린 거기에 마음을 안정시킬 이런 서사를 입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다고 현실이 뒤바뀔 일은 없지만요.

물론 그 사람의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다음 사랑에도 이어질 겁니다. 당연히 그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호구가 아닌 이상은 이별이라는 단어를 만나겠죠. 우리가 기대해야 되는 지점은 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랑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갖지 않은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해 본들 결론은 동일하다 뭐 이론 인과론 말이죠. 차라리 지금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시간을 세이브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거죠.

'발생한 상황보다 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인생이 달려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슷한 이별을 겪어도 어디에서 그 인과율을 찾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은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 것이죠. 상대방에게 저주를 퍼붓거나 안녕을 빌어주는 행위에는 바로 그런 자신만의 해석이 자리하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겠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가사실종사건>의 확장을 도모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유튜브로 어떻게 진출할 지에 대해서요. 1,000개 채우면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머리를 좀 짜내 봐야겠어요. 혼다라는 회사가 그랬다죠. 처음부터 비행기를 만들긴 어려우니까 자전거 만들고 오토바이 만들고 자동차 만들고 그다음에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이라지만 그래도 꿈은 비행기를 그려봐야 하는 것이겠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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