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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16. 2024

컬트의 <너를 품에 안으면>

작사/작곡 김준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컬트(Cult)'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aSkJFOu54 Q? si=U_oe8 HnlivwvHr4 f

이제 너를 안으면

나를 믿고 있는 너를 느끼네

이제는 더 이상 흔들려선 안돼

널 지켜야 해


이제 너를 안으면

너를 사랑하는 나를 느끼네

흘려왔던 너의 눈물까지도


- 컬트의 <너를 품에 안으면> 가사 중 -




걸트는 프로젝트 음악 그룹으로 1995년 데뷔했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불렀던 김준선 씨가 주도해서 만든 그룹이죠. 1997년 2집 앨범 <슬픈 독백>을 발표하고 프로젝트 그룹 활동을 해체했습니다. 타이틀 곡을 2곡 내고 2곡 다 히트시킨 후 셧다운하며 적중률 100%를 보인 것이 참 특이합니다.

김준선 씨는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했습니다. 이야~~~ 믓쪄브러. 3학년 때 <KBS 대학가요축제>에 참가하면서 가요계에 입문했죠. 1992년 1집 수록곡 <아라비안나이트>과 1993년 <마마보이>를 연달라 히트시켰죠. 군대에 다녀온 후 손정원, 박진원, 서재형, 우상문, 전승우 씨와 함께 만든 그룹이 바로 '컬트'입니다.

컬트가 해체되고 1996년에는 박진원 씨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뷰투(View to)>를 결성하여 <High, high>라는 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후 작곡가와 OST 음반 프로듀서를 하다가 2009년 다시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로 전향했죠. 2011년 프로젝트 보컬 그룹 'UJMC'를 결성하기도 했죠.

가톨릭 관동대학교와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객원 및 겸임 교수이기도 했고요 HJMC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되어 있습니다. 직접 음악을 하기도 했지만 제작자로서의 역량도 꽤 훌륭합니다. 서영은, 컨츄리꼬꼬, 얀, 김승진, 이주노 등에 작사, 작곡, 편곡자로 참여했고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200여 곡이 된다고 하네요. 인터뷰에 보니까 발리우드(인도)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어찌 되고 있나 궁금하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너를 품에 안으면'입니다. 여기서 너는 사랑하는 사람이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으면 마냥 좋아야 할 텐데 전체적인 가사를 보면 다소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하는 느낌이랄까요. 가사를 같이 살펴보시죠.

'너를 품에 안으면 힘겨웠던/ 너의 과거를 느껴/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지 마/ 널 지켜야 해/ 이제 너를 안으면 너를 사랑하는 나를 느끼네/ 흘려왔던 너의 눈물까지도'가 첫 가사입니다. 도입부가 인상적이죠. 하이라이트 부분을 먼저 끌어와서 서두에 배치한 유형입니다.

상대는 슬픈 과거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 슬픈 과거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 상대를 흔들어 댑니다. 어쩌면 자신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그래서 화자는 상대의 고단했던 과거와 눈물까지도 함께 끌어안습니다. 상대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죠.

'떠나버린 그 사람을/ 굳이 애써 지우려 하지 마/ 네가 사랑했던 만큼/ 기억 속에 남겨두면 돼' 부분입니다. 이별의 상처를 입은 상대에게 너무 조바심을 내며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You're my lady/ 하지만 내 맘도/ 이렇게 말하긴/ 정말 쉽진 않았어/ You're my lady/ 이제는 나에게/ 기대온 널 보면/ 내가 미워지는데' 부분입니다. 네. 그렇죠. 과거의 연인을 지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안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요. 대인배가 아니라면 혹은 그만큼 사랑이 깊지 않다면 못할 일이죠. 힘들어하는 상대를 탓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 화자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너를 안으면/ 나를 믿고 있는 너를 느끼네/ 이제는 더 이상 흔들려선 안돼/ 널 지켜야 해/ 이제 너를 안으면/ 너를 사랑하는 나를 느끼네/ 흘려왔던 너의 눈물까지도'입니다. 도입부의 가사에서 약간 변형되었죠. '너의 과거를 느껴->나를 믿고 있는 너를 느끼네'로, '흔들리지 마->흔들려선 안돼'로 바뀌어 있습니다. 과거에서 현재로, 강한 명령조에서 약한 금지어로 바뀌면서 다른 사람에게 갔던 마음이 다소나마 화자 쪽으로 온 것 같은 느낌 안 드시나요? 그만큼 화자의 따뜻하고 넓은 품이 한 여인의 마음을 저쪽에서 이쪽으로 끌고 오는 데 성공한 따뜻한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에서 '너의 과거를 느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최대한 가사 내에서 소재를 이끌어 내다보니 정말 상상도 못 한 글을 시도하게 되네요. 하하하. 어제 무인도도 그렇고요. 오늘은 어찌 잘 풀릴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도 제 어설픈 필력을 한번 믿어보기로 하죠.

오래간만에 시로 시작해 볼까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캬~~~ 좋은 시죠. 이 시를 여기에 쓰게 될 줄이야.

이 시에서 '그의 과거'가 오늘 썰을 풀 '너의 과거를 느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린 살아가면서 이전에 몰랐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얼굴과 행동 그리고 말투, 성향 등을 처음 접할 때 그 사람이 살아온 지난날을 추측하게 되죠? 저는 이 지점이 너의 과거를 느끼는 타이밍이 아닐까 싶은데요.

얼굴과 관련해서 20살까지는 부모와 환경이 만들어주고, 40살까지는 본인이 스스로 만들고, 60살부터는 그 얼굴에 책임지며 사는 거라는 말도 있는데요. 얼굴의 낯빛만 봐도 그 사람이 평온한 삶을 살아왔는지 아닌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손도 그렇고요.

상대방 역시 우리를 보며 과거를 읽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최대한 공손하게 평상시와는 다르게 예의를 갖추고 최대한 자신을 낮추며 접근하려는 것이겠죠. 우리의 현재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로 만들어졌기에 아무리 속이려 애써도 고단수의 사람들에게는 단박에 읽히기 마련입니다.

다시 노래로 돌아가 보죠. 화자가 안은 상대 역시 과거가 있죠. 문제는 그 과거를 미루어 짐작하거나 전해 듣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곁에서 쭉 지켜본 것과 같은 느낌인데요. 나와 만나긴 전 상대가 누구를 만났든 상관없다 주의라도 그 누구가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좀 달라지겠죠?

게다가 상대가 슬퍼하거나 울고 있는데, 그게 누군가를 잊지 못해서라는 것을 안다면 사랑하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다시 쏙 들어가기 십상일 겁니다. 그런데 화자는 그런 상대를 품에 안죠. 진정 상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누군가가 연애 외의 일로 힘들어한다면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나 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다 실패해 슬퍼하고 있는 것을 보듬기란 말처럼 쉽지 않죠.

지난 과거를 잘 알지 못하고 오는 사람에게도 하기 힘든 환대를 자신의 사랑과 적극적으로 배치되는 과거를 아는 상대에게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이 노래의 화자가 위대해 보이는 지점이라고 할 수밖에요. 여러분이라면 눈 딱 감고 지난 사랑의 이력을 아는 상대를 화자처럼 꼭 안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하하하.

그 사람의 과거를 알든, 모르든 자신으로 향하는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시처럼 그 누군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겠지요. 그 마음에 환대라는 아량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의 과거가 유독 잘 보인다는 것도 인연이라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자신과 유사해서 잘 보일 수도 있고 평상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부분이어서 잘 보일 수도 있고요. 나의 과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바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의 과거과 미래를 담는 일이고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가사를 시로 바뀌는 작업을 자주 건너뛰고 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시는 특히 시간에 쫓기며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고백하자면 그 시가 저를 성장시킨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하하. 이런 시인 분들 보면 참 어느 세월에 발 뒤꿈치나 따라갈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시상이 떠오르면 가차 없이 적겠습니다. 아직 깜냥이 안 되니 시간이 더 필요할 뿐.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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