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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스의 <스톰>

작사/작곡 주영훈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루머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OOqO2 qSQZU? si=ZX4 F1 oG1 aFFijPMP

if you can be 바람 되어 불어


나의 몸을 감싸 안아주렴


그렇게라도 영원히 내게 있어줘


- 루머스의 <스톰> 가사 중 -




루머스는 1999년 데뷔했습니다. 정유경과 이상규, 서정환으로 이루어진 3인조 혼성그룹이었습니다. 팀명은 주영훈 씨가 나이트클럽 이름을 보고 지었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나이트클럽에서 이 노래가 무지막지하게 나오던 시절이 있었죠. 하하하.

메인보컬은 유일한 여자 멤버인 정유경이 맡았는데, 그녀는 1994년부터 OST곡을 불렀고 1997년 솔로앨범을 발매하고 이상규 씨를 만나 루머스 그룹 활동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소속사가 부실해서 공중파에 단 한번 출연했지만 그들의 데뷔는 성공적이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그들의 1집 앨범 타이틀 곡입니다. 주영훈 씨가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았고요. 정유경과 이상규가 보컬을, 서정환이 랩을, 주영훈이 백코러스를 소화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분위기를 띄우는 곡으로 사용될 정도죠. 이 노래는 코요테가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1집 이후에 활동이 중단됐죠. 90년대 후반은 K팝 1세대의 출현과 다양한 댄스 그룹이 활동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떴는데 2집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후 홍일점인 정유경 씨는 뮤지컬 배우였다가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가 되어 새 음원을 내놓았습니다. 이상규 씨는 보컬레슨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 이후로는 검색이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Storm'입니다. '폭풍우'죠. 뭔가 거세게 몰아치는 모습이 연상되는데요. 이 노래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려진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이 노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곡 처음에 나옵니다. 'if you can be 바람 되어 불어/ 나의 몸을 감싸 안아주렴/ 그렇게라도 영원히 내게 있어줘' 부분이죠. 바람이라도 되어서 화자의 곁에 있어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늘 있는 핸드폰이 부럽다는 가사와 괘를 같이 하는 듯합니다.

'난 기다렸어 이 시간 모두/ 다 바친 거야 내 젊음 바쳐/ 널 사랑한 죄 그 한 이유로/ 날 버려왔던 거야' 부분입니다. 화자는 한 마디로 사랑에 올인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을 잊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젊음을 통째로 바친 듯합니다.

'또 어디에서 난 사랑하며/ 날 잊은 채로 또 웃겼지만/ 널 기다리는 내 모습만은/ 늘 행복해' 부분입니다. 사랑에 미치지 않고서야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조차 행복하다고 말하기 쉽지 않죠. 자신을 잃어버린 채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맞추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불안 불안합니다.

다음 가사가 가관입니다. '만일 내게 올 수 없다면/ 그대로 사라져 주렴/ 나 없이 너 행복한 것을 원치 않아' 부분이죠. 이쯤 되면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약간 살 떨리죠.

'if you can be 비가 되어 내려/ 나의 머리 위에 앉아주렴/ 내 맘 속 깊은 곳까지/ 너 올 수가 없다면' 부분입니다. 하이라이트 구간과 엮어서 부르는데요. 자신에게 올 수 없다면 비가 되어서라도 머리에 빗물을 뿌려달라는 것 같은데요.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돌로 변한 망부석이 떠오르네요. 무시무시한 노래입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아무리 가사를 들여다봐도 쓸 주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하하. 오래간만이네요. 그냥 폭풍우로 시작해 봅니다. 몹시 세찬 바람이 불면서 쏟아지는 큰 비를 가리키기도 하고요. 비유적으로 생활이나 사업 따위에서의 몹시 어려운 고통이나 난관을 말하기도 하죠.

폭풍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 메뉴죠. 재난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복선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폭풍우가 그치고 맑은 하늘을 보여주며 위기의 순간이 말끔히 해소되었음을 알리는 영상을 배치하는 식입니다.

이 노래의 제목을 왜 Storm 폭풍우라고 붙였는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뭔가 이별 상황이 연상되는 가운데 화자가 속을 끓이고 있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요동을 스톰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두 번째는 'If you can be 비가 되어 불어'라는 가사에서 보듯 폭풍우라는 기상 활동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고픈 심정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우산은 뒤로 발라당 젖혀지고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수그려집니다. 눈은 땅만 보게 되고 피아식별이 상당이 어렵죠. 살기 위해서 어딘가 안전한 곳으로 가는 일 이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태풍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태풍은 집 밖을 나다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죠. 미국 같은 곳에서 토네이도 한 번 불면 깡그리 다 날아가니까요.

마치 폭풍우 한가운데 화자가 서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울타리를 넘어설 용기조차 나지 않는 것이죠. 한 사람에게 올인하며 모든 것을 벌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사랑을 하면 폭풍우를 만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폭풍우가 가라앉고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게 대부분일 텐데요. 화자는 그게 아닌 것이죠. 그래서인지 끊임없는 집착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비 정도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데 폭풍을 동반한 비를 만나는 순간에 피해를 입지 않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요즘 비가 몰아서 오는 바람에 전국 곳곳이 비피해를 입어서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는데요. 비만해도 양에 문제가 생기면 이 정도 피해를 입히는데 거기에 폭풍이라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그 피해는 상당할 거라 예상됩니다.

평소에 물길로 내주고 날아가지 않게 끈으로 든든히 동여맨다 해도 정도를 넘어서는 비와 바람 앞에는 능사가 없죠. 그렇다고 예보가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도 그렇고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입니다. 그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무력해지죠.

사랑도 비슷합니다. 과거 연인과 헤어지고 다시는 사랑 안 해라고 말하며 내가 두 번 다시 사랑을 하면 손가락을 자른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소용없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건네주는 폭풍우 앞에서 1초도 안 돼서 백기 투항을 하게 되니까요. 안 사귀려고 집 밖에 덜 나가고 이성을 보기를 돌처럼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런 거죠.

폭풍우에서 '폭'이라는 한자는 '사납다' '난폭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풍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도나 성격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세상의 만물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면 별 탈이 없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큰 문제를 야기하곤 하니까요.

사실 사랑은 감정 과잉 상태일 수 있죠. 평소에는 느끼지 않던 수준의 다양하고 강력한 감정을 경험하는 시기니까요. 자주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라서 반갑기도 하고 좋기도 하지만 잘 다루지 못하면 사나워지고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이 노래의 주인공처럼 자신을 지우고 상대가 비가 되어 같이 있기를 바랄 정도로요.

이 노래 제목을 주영훈 씨가 나이트 간판을 보고 지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이트에 갔더라도 날이 밝으면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죠. 매일매일 매분매초 광란의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비와 바람이 그치면 맑은 하늘이 찾아오는 것처럼 밤을 지새웠더라도 아침이 되면 집으로 와야 정상이죠. 지나치면 아니 하니만 못하다 과유불급이라는 한자성어를 떠올리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와우. 글을 쥐어짠 것 같은 느낌이네요. 모르겠습니다. 이래도 되는 건지. 하하하. 그냥 즐겁게 봐주고 코웃음 한 번 날려주시는 정도의 반응이면 충분할 듯합니다. 기후 위기로 살면서 폭풍우를 볼 기회가 점점 늘어날 것 같죠? 이번 여름에는 아직 태풍은 없었는데 잘 지나갈 수 있을는지 궁금하네요. 외부의 태풍 못지않게 마음의 태풍도 잘 다스리며 살아 봅시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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