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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Jul 12. 2024

박강성의 <장난감 병정>

작사/작곡 박찬일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강성'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5 pPZ0 JYOJJM? si=pGQzRBtwmWBbkX5 I

사랑할 수 없어

아픈 기억 때문에

이렇게 눈물 흘리며

돌아서네


움직일 수 없어

이젠 느낄 수 없어

내 잊혀져 갈

기억이기에


- 박강성의 <장난감 병정> 가사 중 -




박강성은 MBC 신인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1982년 데뷔했습니다. 라이브 위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면서 최성수, 임지훈, 김범룡 등 동기들이 스타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죠. 그의 1집은 1988년에 발매되었습니다. <문밖에 있는 여자>가 이 앨범에 실려있죠. 하지만 그다지 큰 반향은 없었습니다.

1990년 2집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여기에 실린 곡입니다. 원래 양수경 씨가 부를 예정이었는데 녹음 당일 목 상태가 안 좋아서 받은 곡이라는 후문입니다. 1집 수록곡 "바라볼 수 없는 그대"를 양수경 씨에게 넘긴 바 있으니 샘샘이죠. 하하하.

그 여새를 몰아 1992년 <내일이 기다려>가 실린 3집을 내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죠. 앨범 실패로 라이브 무대에 다시 눈을 돌립니다. 그의 주된 활동 지역은 미사리였죠. '미사리의 서태지'라고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 수입도 짭짤했고요. 그는 가수 조관우 씨의 아버지인 명창 조통달 님에게 판소리를 배운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특유의 탁성이 이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2000년 이후부터는 매년 두 자릿수의 콘서트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2017년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편에 전설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아들 박현준 씨도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보이스킹>과 <복면가왕>에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2023년에는 디지털 싱글 '눈부신 인생'이라는 곡을 냈네요.

그의 음악생활에서 라이브 공연이 위주였던 만큼 당연히 가창력은 훌륭하고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을 부르며 아이돌이나 걸그룹 후배들과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장난감 병정'입니다. 아시죠? 미니어처. 왜 이 노래의 제목이 '장난감 병정'일까요? 작사가는 아픈 기억과 깊은 상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장난감 병정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가사는 짧은데 해석은 난이도 '상'입니다. 가사 속에 담긴 '장난감 병정'을 찾으러 함께 떠나보시죠.

'언제나 넌 내 창에 기대어/ 초점 없는 그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아무 의미도 없이/ 저 먼 하늘만 바라보는데' 부분입니다. 첫 가사부터 숨이 턱 막힙니다. 여기서 '창'을 물리적 창이라고 보면 해석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의 창'이라고 간주해 봤습니다. 화자의 마음에 기대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스해져야 할 텐데 눈빛은 초점이 없어지고 말도 없어지고 의미도 없어지고 그저 먼 하늘만 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떠난 상태를 이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아니면 마치 헤어질 것을 미리 예감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사랑이 이토록 깊은 줄 몰랐어/ 어설픈 네 몸짓 때문에/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가 되리/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되리' 부분입니다. 이 노래는 구성이 상당히 특이한데요. 이 부분은 하이라이트 전후에 걸쳐서 반복돼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과 후의 가사 느낌이 좀 다릅니다. 기묘하죠? 헤어지기 전 상황과 헤어진 후의 상황 같다고나 할까요. 저도 이런 구성 첨 봐요. 하하하.

그런 상대의 모습 때문에 화자는 상대가 본인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걸로 착각했나 봅니다. 왜 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뒤늦게서야 화자는 깊은 사랑을 깨닫고 지워지지 않는 의미로 남고 싶다는 뜻을 피력합니다. 그만큼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애절한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하이라이트는 '사랑할 수 없어 아픈 기억 때문에/ 이렇게 눈물 흘리며 돌아서네/ 움직일 수 없어 이젠 느낄 수 없어/ 내 잊혀져 갈 기억이기에' 부분입니다. 사랑할 수도 움직일 수 없는 모습이 딱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킵니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지만 아픈 기억으로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고 잊혀갈 기억을 안고 눈물 흐리며 돌아서게 됩니다. 화자를 등지고 떠나는 연인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흑흑. 마지막 가사 '내 잊혀져 갈 기억이기에'에서 기억은 사랑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겠죠?


음. 오늘은 가사 중에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가 되리/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되리' 부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의미에 대해서죠. 제가 예전에 의미의 후행성에 대해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의미란 건 현재를 기점으로 과거에 있는 것이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은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과거다' 뭐 이런 말이죠.

의미의 두 번째 속성은 늘 변한다는 것이죠. 의미를 판단하는 시점에 따라 값이 다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나쁜 일이 액땜이나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고요. 더 나쁜 일이 일어나는 복선이나 전조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미래를 어떻게 다듬어 가는가 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드릴 것은 세 번째로 의미는 해석이라는 과정이 동반된다는 점이죠.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기에 의미값도 다 다를 겁니다. 어떤 사물을 놓고 뭐가 보이냐고 물으면 대동소이하게 답을 하겠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를 물으면 다 딴소리를 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노래 가사를 다시 보죠.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가 되리/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되리'입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저는 이 부분에서 딴지를 한 번 걸어봅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가 되리' 부분은 혼잣말이라고 차치하더라고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되리' 부분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거든요.

의미를 해석하는 주체는 화자가 아니라 상대방일 텐데요. 화자는 상대방에게 지워지지 않는 의미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미를 만드는 주체가 아닌 객체가 하는 이 말은 바람일 뿐 것이죠. 지우고 안 지우고는 상대가 결정할 일이니까요. 그런데 마치 화자는 자신이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죠.

네 번째는 의미는 관계성을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모든 주변 사물이나 사람이 나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죠. 나와 말을 섞거나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의미가 파생됩니다. 그런데 관계 역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죠. 사랑하는 관계였다가 남남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게다가 이별 후 미련이 남는 상황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만들어낸 관계와 다른 사람을 만나 사귀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와의 관계는 전혀 다른 것이죠. 그러니까 '지워지지 않는 의미'라는 것으로 픽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한 때 사랑했지만 헤어지는 사람에게 좋은 의미로 오랜 기억으로 남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겠죠. 하지만 우리에겐 상대의 의미만을 결정한 권리가 있지, 상대가 나를 바라보는 의미를 결정할 권리는 없습니다. 또한 그 의미가 한 번 정해졌다고 쭉 가는 것도 아니죠. 우리가 사는 동안 주변과의 관계가 끊임없이 변주를 거듭하기 때문입니다. 화자가 월권을 하면서까지 사후에나 알게 될, 현재 시점에서는 불가능한 일에 본인의 의지를 작동시키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자 하는 화자의 바람'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여러분들은 저의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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