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박주연 작곡 하광훈
https://youtu.be/s-Gh9 lXmqNA? si=yZg8 EVqoZ4 O5 E68 S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별을 했는지 몰라
그대는 나의 온몸으로 부딪혀
느끼는 사랑일 뿐야
- 김민우의 <사랑일 뿐야> 가사 중 -
김민우는 1990년 데뷔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그의 데뷔곡입니다. 대원외고를 다닐 때 단짝친구가 윤종신 씨와 함께 밴드 활동을 했다고 하고요. 경원대학교 입학 후에는 가수 김정민 씨와 아마추어 헤비메탈 그룹 '보헤이안'을 결성해서 활동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의 데뷔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가 단골손님이었던 송창의 PD의 눈에 띄면서 이루어지는데요. 송 PD의 생일에 이문세, 김종찬, 김완선 등 그 당시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모이는데 여기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죠. 그 자리에서 그룹사운드 백두산의 유현상 씨와 음반기획자 김광수 씨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 데 성공했고 김민우는 씨는 김광수 씨를 선택합니다.
1988년부터 박주연, 윤상, 하광훈 등 유명한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아 스파르타 훈련을 한 끝에 1990년 1집에서 무려 2곡이 가요톱 10에서 골든컵을 수상하게 되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과 '입영열차 안에서'가 그 주인공입니다. 너무너무 좋은 곡들이죠.
노래처럼 그는 군입대를 했고 1992년 제대해서 활동을 재개했으나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큰 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죠. 그래서 밴드로 눈을 돌렸지만 큰 반향은 없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화재 보험도 들지 않은 녹음실을 개인 재산과 대출금을 쏟아부었고 녹음실이 정신병자에 의해 불타면서 신불자가 됩니다. 1997년 마지막 희망이었던 4집 발매를 앞두었지만 또 IMF가 터지고 말죠.
김민우 씨는 자동차 딜러로 변신합니다. 1년간 연수 생활을 거쳐 세일즈맨으로 거듭나죠. 상당히 면이 서지 않는 일일 수도 있었지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죠. 외국 자동차 강남 지점장으로 독립해 2016년 10년 근속상을 받았다고 하니 그의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겠네요. 가수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잠시 유보한 상태라서 어떤 모습으로든지 우리에게 다시 나타날 것 같네요. 기대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일 뿐야'입니다. 사랑하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뭐 이런 제목입니다. 하하하. 사랑이 뭐냐고 우리의 언어를 동원해서 설명하려 해도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막상 사랑을 한다 해도 가슴을 말로 표현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죠. 이 노래는 아마도 화자의 그런 마음을 가사에 담은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같이 살펴보시죠.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너는 내게 묻지만/ 대답하기는 힘들어/ 너에게 이런 얘길 한다면/ 너는 어떤 표정 지을까'가 첫 가사입니다. 우린 뭐라고 말하기 그럴 때 웃음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도 많은 것들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혹은 거기에 딱 맞는 단어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을 때 웃음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며 그 위기를 넘기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 역시 그런 게 아닐까요? 눈이 이뻐서 성격이 좋아서 등등 특정 부분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좋은 겁니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요.
'언젠가 너의 집 앞을 비추던/ 골목길 외등 바라보며/ 길었던 나의 외로움에 끝을/ 비로소 느꼈던 거야' 부분입니다' 부분입니다. 네 그래서 말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지 않고 '느꼈던 거야'라는 감정으로 표현이 되어 있죠. 상대의 집 앞에 외로이 서 있는 등은 홀로 서 있지만 상대의 집 앞을 비추고 있다고 말하고 있죠. 솔로였던 누군가에 드리우는 사랑의 빛줄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솔로 탈출의 광명이 비추고 있는 듯하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별을 했는지 몰라/ 그대는 나의 온몸으로 부딪혀/ 느끼는 사랑일 뿐야' 부분입니다. 시적 표현이 좋죠. '나의 온몸으로 부딪혀 느끼는 사랑' 부분 말이죠. 네 사랑은 가타부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감각으로 정서의 부딪힘으로 이루어지는 무언가죠.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는 그런 것들이 다 지나간 후 행해지는 사후적 해석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 제목을 거두절미하고 '사랑일 뿐야'라고 붙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음. 오늘은 가사의 길이가 역대급이어서 가사 속에서 썰 주제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네요. 그래서 오늘은 어제 읽었던 <철학자와 하녀>라는 책을 좀 소개해 볼까 합니다. 책 제목부터 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왜 철학자와 하녀냐면요. 철학자 탈레스 아시죠? '만물은 물이다' 이렇게 말한 인물이죠. 이 분이 별을 보다가 그만 우물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그걸 보고 하녀가 '탈레스는 하늘의 것을 보는 데는 열심이면서 발치 앞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라고 핀잔을 주었답니다. 그 하녀를 보고 소크라테스형이 철학에 대해 무지한 대중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는 일화가 있거든요. 결국 철학자와 하녀는 반대 개념인 거죠.
제가 이 책은 본문을 소개할 것은 아니고요. 저는 서문과 에필로그 부분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한 권의 책을 만들게 된 연유와 목적 그리고 어렵사리 책 한 권을 내고 그 감상을 적는 부분 말이죠. 그런데 이 책의 에필로그에 그만 꽂히고 말았습니다. 이걸 오늘 소개를 좀 드려보려고요.
제목은 <옳은 말은 옳은 말일뿐이다>입니다. 의미심장하죠? 세상의 말들은 부족하지 않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작가는 말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겉도는 말, 방황하는 말들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고 하니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으며 우린 좋은 글, 좋은 말씀을 접하게 되는데요. 그 좋은 말씀이 왜 우리 안에 남아 있지 않고 다 어디로 가냐는 것이죠? 들을 때는 좋았는데 등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현상이요.
'아마도 우리가 그 좋은 말을 위장으로 직접 소화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그 말들을 믿지 않았다.... 말을 믿었다면 우리는 벌써 그것을 행했을 것이다'라는 문장에 도끼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실천을 하지 않으니 신이 나 그 말을 한 대상에 대한 숭배의 행위로 변질된다는 것이죠.
저도 그동안 적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이 지점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왔었는데요. 인문학 강의에 대한 수요도 많고 관련 책도 적지 않은데 왜 독자의 삶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하고요. 바로 그들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을 뿐 그것을 자기 인생에서 시험해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진 않을 겁니다. 과거의 실패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우린 그만 등을 돌려 버리곤 하니까요. 그런데 수많은 반복 게임을 하다가 어느 순간 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우린 안 풀리는 수수께끼의 비밀을 아는 것처럼 감탄사를 내지르죠. 바로 여기가 깨달음의 지점일 겁니다.
철학은 이처럼 과거를 반복하지만 다르게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도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활동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일맥상통하는 말이죠. 누군가가 길을 알려준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걸어가 보지 않으면 그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길을 나서지도 않고 언어를 언어로 남겨 놓는 상황을 저자는 떠다니는 말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이 노래와 억지로 연결을 해 보면 사랑도 누가 그렇더라 저렇다는 말을 하는 떠다니는 말을 차고 넘칩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의 온몸으로 부딪혀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화자의 많은 이별은 과거를 반복하지만 다르게 반복하는 의지가 아닐까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드네요. 화자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요? 철학을 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는 올림픽,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스포츠에 사족을 못 씁니다. 특히 앞도적인 경기를 좋아하죠. 그게 대한민국이면 가장 좋고 오타니처럼 다른 나라 선수여도 응원합니다. 스포츠라는 것을 통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거든요. 대한민국 양궁이 그렇고요. 중국의 탁구가 그렇고요. 어제 본 배드민턴이 그랬습니다. 하하하. 그럼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