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리는 여자 솔로로 1986년 데뷔했습니다. 1집 <오늘밤에 만나요>가 그녀의 데뷔곡입니다. 당시 공업진흥청과 환경청에서 비서로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작은 카페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는데, 작곡가 길옥윤 씨에 눈에 띄어 데뷔가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그 카페 운영자가 길옥윤 씨였답니다.
1집을 발표하고 5년여간 전성기를 누렸지만 갑작스러운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대공포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1991년 5집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표했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가수를 접었는데요. 안타깝습니다. 그녀에게도 그때 충격은 꽤나 컸던 모양입니다. 10여 년을 우울증을 앓았다고 전해지네요.
2007년부터 CCM(크리스천) 가수 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유튜브에 장혜리 집사로 검색하면 나온다고 하네요. 하하하(전 무교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기독교 채널에만 간혹 출연할 뿐 공중파는 제의가 많이 들어와도 일체 거절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88년 발표한 3집 타이틀 곡입니다. 워낙 많은 후배 가수들이 자신만의 버전으로 리메이크를 많이 했던 곡이죠. 가수 왁스와 김경호 씨가 대표적이고요. 배우 김정은 씨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 노래를 불러서 히트를 치기도 했죠. 이 외에도 솔지, 솔라, 소찬휘 등 많습니다. 2집의 <추억의 발라드>라는 곡도 꽤 유명하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입니다. 그냥 사랑을 준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랑을 준다고 하는 것을 봐선 이별과 관련된 노래라는 느낌이 들죠?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요? 가사를 보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시죠.
'스치는 바람결에 사랑노래 들려요/ 내 곁에서 떠나 버렸던/ 그립던 사랑의 노래 들려와/ 내 맘은 떨려요'가 첫 가사입니다. 바람이 사랑노래를 귓가로 데려옵니다. 그 노래는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을 연상시키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그 노래에 담긴 그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죠.
'어둠이 지나가고 내일이 찾아오면/ 애태웠던 지난날들이/ 내게로 살며시 다시 다가와/ 줄 것만 같아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화자의 희망 사항을 언급하고 있는 듯합니다. 내일이 되면 지나간 과거의 시간이 찾아올 것만 같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시간을 역으로 돌리는 마법이라도 부려보고 싶은 것일까요? 과거로 가기 위해 미래를 기다린다는 역설은 아마도 사무치는 그리움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네요.
'이제는 울지 않을래/ 이별은 너무 아파요/ 다시 떠난다 해도/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부분입니다. 참 많은 눈물을 흘렸나 봅니다. 이별한 까닭이죠. 그런데 그다음 가사가 좀 이상하죠? 떠난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떠난다 해도'라는 가정을 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의 제목인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라는 가사가 붙죠. 네. 남은 사랑은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일 거고요. 그 그리움마저 탈탈 털어주고 싶을 만큼 상대를 사랑했음을 보여주는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 가사가 특히 좋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기억하지는 않아도/ 지워지지가 않아요/ 슬픔 뒤 밀려드는 그리움/ 세월이 변한 다해도/ 언제까지나 그대로/ 내 곁에 머물러줘요' 부분입니다. 일부러 상대를 기억하려 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한 기억은 머릿속 깊은 곳에 깊게 박혀 있습니다. 이별로 인한 슬픔이 가신 뒤 밀려오는 것은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었고요. 하지만 마지막 남아 있는 그 사람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인 거죠. 이런 사랑이라면 추천합니다.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와 제목에 있는 '남은 사랑'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이 노래에서 남은 사랑은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동의어로 보입니다.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 같은 후회의 감정은 아니죠. 자신을 등지고 떠난 사람에게 남은 사랑까지 다 드리는 게 진정 가능할까요? 된다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우린 사랑할 때 곧잘 재곤 합니다. 네가 이만큼 하면 나도 그만큼 하자 뭐 이런 식이죠. 네가 거부를 하든지 말든지 난 너를 위해 뭘 하겠다 같은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막무가내 사랑이 그리워지는 요즘이죠. 일명 재는 사랑을 하면 혹여라도 상대가 떠났을 때 타격이 덜하긴 하죠.
하지만 사랑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데도 안 했던 후회 같은 감정이 이별 후에 밀려오곤 합니다. 바로 '남은 사랑'의 양이 과도했기 것이죠. 그걸 다 소진해야 다음 사랑을 새로운 페이지에 쓸 텐데 그러지 못하고 발목을 잡히거나 다행히 다음 사랑을 만나도 그만큼의 양부터 채워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든 목표든 뭔가를 사랑을 할 땐 아낌없이 태워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서 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요. 물론 그러다 차이기라도 하면 빈털터리로 전락하겠지만 나의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던지는 것이 곧 나를 살리는 길임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오히려 재며 사랑하는 것은 그때는 나를 지키는 것 같을지라도 나중에는 자신을 망가뜨리는 행위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오늘은 말장난을 좀 해 보겠습니다. 우린 이런 말들을 자주 합니다. '미련 없이'라는 말이요.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을 뜻합니다. 아쉬움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말하죠. 미련이라는 말은 '부모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은 자식의 우직스러운 효성'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렀는데, 1년이 지나고 입는 옷이 '연복'이었다고 하네요.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서 연복을 입지 않은 상태를 '미련'이라고 한 것이죠. 아닐 미, 익힐 련 이 두 단어를 붙여서요. 이 단어에 효도의 의미가 있을 줄이야.
아무튼 미련이라는 단어의 뜻을 '때가 안 되어서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정의한다면 사랑에서 미련이란 사람이나 사물 등에 대해 아직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모르거나 사랑하지 않은 상태라고 보는 게 맞겠죠? 그래서 그 상태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바로 '남은 사랑'의 영역이 될 거고요.
여기서 '미련스럽다, 미련하다'는 표현을 꺼내 봅니다. '터무니없이 고집을 부릴 정도로 매우 어리석고 둔한 데가 있다'는 뜻이죠. 이걸 미련이라는 단어 풀이에 대입해 보면 '제대로 사랑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고 고집을 부리는 어리석고 둔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을 하려면 남김없이 아낌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재는 사랑에 경종을 울려 보고요. 하하하.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미련 없이 남김 없는 사랑을 하셨나요? 우리 인생에서 그런 사랑을 한 번이라도 만나는 행운과 그 행운을 잡는 능력이 한 번쯤은 꼭 발휘되었으며 하는 바람입니다.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