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떠난 사람>(feat. 풍금)
작사 김동찬 작곡 김수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풍금'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눈물을 보였나요
내가 울고 말았나요
아니야 아니야
소리 없이 내리는
빗물에 젖었을 뿐이야
싫다고 갔는데
밉다고 갔는데
울기는 내가 왜 울어
잊어야지 잊어야지
어차피 떠난 사람
- <어차피 떠난 사람> 가사 중 -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리메이크곡입니다. 원곡은 1976년 한민 씨가 불렀던 곡이고요. 1983년에는 이미자 씨의 딸인 정재은 씨가 리메이크했습니다. 이후로 무지막지하게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고 지금도 젊은 가수들 사이에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많이 커버되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풍금씨에 대해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 노래는 참 잘하는데 히트곡이 딱히 없어서 언젠가 소개하려고 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았네요. 2017년부터 매년 신곡을 발표하고 있는데 궁합이 안 맞는 건지 때가 안 된 건지 노래 실력 대비 크게 못 뜨고 있죠.
풍금씨는 2013년 '물거품 사랑'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김분금입니다. 대학 때부터 10년 가까이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비주얼적인 부분으로 인해 매번 고배를 마시고 고향으로 복귀해 당당히 공무원의 삶을 살려던 찰나에 전국 노래자랑 상반기 결산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가수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우여곡절이 무색할 만큼 무명 생활이 꽤나 길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아침마당 <도전 꿈의 무대>와 <내일은 트롯 >시리즈를 거쳐 <트롯신이 떴다 2 라스트 찬스>에 출연하게 되었고요. 2019년부터 본격적인 방송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차기 이미자의 후보 가수로 거론되었죠. 트로트를 주제로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얼굴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부디 히트곡 하나 터지시길.
음.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어차피 떠난 사람'입니다. 가는 사람 안 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라는 속담이 떠오르죠? 정통 트로트는 한 편의 시조 같아요. 가사가 너무너무 짧아서 해석을 덧붙이기가 힘들어요. 이 노래는 딱 2줄이면 끝납니다. 하하하.
'눈물을 보였나요/ 내가 울고 말았나요/ 아니야 아니야/ 소리 없이 내리는/ 빗물에 젖었을 뿐이야'부분입니다. 자신의 눈물과 울음을 감추는 모습이죠. 때맞춰 내리는 빗물을 핑계로 말이죠. 극구 부인을 하는 것을 봐선 운 게 맞는 모양입니다. 왜 이토록 자신의 슬픔을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싫다고 갔는데/ 밉다고 갔는데/ 울기는 내가 왜 울어/ 잊어야지 잊어야지/ 어차피 떠난 사람'입니다. 화자는 누군가와 이별을 했습니다. 그 누군가는 떠나며 화자가 싫어서 미워서 떠난다는 말을 하며 가슴에 못을 박았던 모양입니다. 화자를 등지며 떠나는 사람 뒤에서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네요. 뭔가 자신만 사랑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남은 상황을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요. 그래서 잊겠다고 연퍼부 말하며 의지를 다지죠. 돌아올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이 노래 가사의 핵심은 '어차피'와 '떠난 사람' 이렇게 두 개인 듯합니다. 어차피는 화자가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상황이 안 바뀐다는 의미를 품고 있고요. 떠난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을 뜻하죠. 그래서 두 말을 붙이면 '나와 분리된 너'라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은 다른 법이죠. 머리는 는 울지 말자와 잊어버리자를 반복해 보지만 어느새 눈가엔 눈물이 흐르는 상황. 누구라도 볼 새라 눈물을 빗물인 척해보고 몸도 떠나며 마음도 떠났다고 두둔해 보지만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가슴을 어찌하오리까. 이 노래는 이런 절제미가 예술인 듯합니다.
음. 오늘은 '어차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죠. 비슷한 말로 '기왕에'라는 단어가 있죠. 어차피는 생각 해 볼수록 요망한 단어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내가 뭘 어찌한다고 떠난 님이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로 읽히는데요. 차라리 끝날 거면 이렇게 된 김에 나 좋다는 사람 만나보련다 뭐 이런 식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다 싶거든요.
무슨 말이냐 하면 이때 어차피는 피해 갈 수 없다는 상황 같은 걸 전제로 쓰는 표현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인 상황 말이죠.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 어차피 물은 아래로 흐르게 되어 있다. 어차피 될 놈은 된다처럼 표현이 가능하죠.
뭘 해도 바뀔 수 없는 상황은 우리를 힘 빠지게 하지만 안 될 것에 대한 포기나 단념의 마음을 갖게 해 주죠. 기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는 범위 안에서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게 만들기도 하죠. 의미 있는 삶을 산다거나 나를 위해서 산다거나 뭐 이렇게요.
그래서 어차피는 처음에는 무기력함 따위를 나타내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 오지만 그 상황을 인정하는 순간 그 속에서 희망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해줌으로써 긍정의 어감으로 변모하죠. 어차피 죽으니까 죽음을 두려워 팔 필요가 없다거나 어차피 물을 거꾸로 올릴 수 없으니 순응하자거나 어차피 난 될 놈은 아니니까 뭘 안 해도 된다처럼 역발상이 가능해집니다.
기왕에, 기왕이면이라는 표현으로 바뀌 보면 그 뜻이 더 선명해지는데요. 죽을 거니까 기왕이면 잘 살아보면 좋잖아. 물은 아래로 흐르니까 기왕이면 그 흐름을 타고 가면 쉽잖아. 될 놈은 되는 거니까 기왕이면 될 놈 옆에 있으면 떡이라도 얻어먹지 않을까 이렇게요. 부정적인 상황에 긍정적인 의미가 생기는 것 같죠?
철학에서 인간의 한계를 언급할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니체는 초인 같은 것을 말하는데요. 일반인들은 개념이 어려워서 뭐 하자는 건지 전달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어차피' 와 '기왕이면'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것이야말로 실용 철학 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깔끔하게 단념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치를 추구하는 처세술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차피 할 거면 잘 해라든지 기왕이면 기분 좋게 하라든지 이렇게 표현 일 텐데요. '살면서 어차피 000(발생내용) 했으니 이왕이면 000(전화위복 혹은 최대치) 해야겠네'라고 많이 말하면 좋을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이런 식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