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손을 잡아주면 되니 Yeah, I can love me better than you can
너보다 내가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어
- Miley Cyrus의 <Flower> 가사 중 -
Miley Cyrus(마일리 사이러스)는 미국 출신의 여성 솔로 가수로 2006년 데뷔했습니다. 11살에 디즈니 채널의 <한나 몬타나>에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했습니다. 워낙 해당 방송이 잘 되어서 2006년 사운드 트랙 음악을 녹음했고 월트 디즈니 레코드를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이 앨범도 성공했죠.
2007년 <한나 몬타나> 시즌2가 방영되었고 이때 사운드트랙이자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죠. 2008년 2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했고요. 2009년 <한나 몬타나> 3번째 시리즈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담은 <Miles to Go>를 출간하기도 했고요. 동시에 의류 사업에 손을 뻗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삶과 뗄 수 없었던 <한나 몬타나>는 2010년 시즌 4를 찍으면서 마무리됩니다. 2011년 세 번째 정규 앨범 'Can't Be Tamed'를 발매했지만 예전 앨범만큼의 인팩트가 없자 잠시 가수 활동을 접고 배우 활동에 집중하게 되죠. 2013년이 돼서야 네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죠. 이어 2015년에도 정규 앨범을 발매하지만 대중성이 없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었습니다. 2017년과 2020년에도 정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23년 정규 8집 'Endless Summer Vacation'에 실린 리드 싱글 곡입니다. 그녀의 성공적인 재기를 알렸던 곡이죠.
아이돌 연기자로 연예계에 데뷔해서 성공한 케이스죠. 배우와 가수 둘 다를 소화하는 엔터테이너이기도 하고요. 그만큼 그녀의 모든 것들이 세간의 관심사였기에 그동안 사건 사고도 많았고 개인사도 상당 수준 공개되기도 했네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도 늘 음악을 잊지 않고 꾸준히 해 온 점은 칭찬할 만합니다. 아버지가 유명한 컨트리 가수인 빌리 레이 사이러스입니다. 빌보드 핫 100위에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하고요. 가수의 피가 그녀의 몸에서도 살아 숨 쉬는 거겠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Flowers'입니다. 이별을 한 화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셀프 꽃 선물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타인도 사랑할 수 있음을 화자는 아는 것일까요?
'We were good, we were gold 우린 좋았었어, 어떤 문제도 없었지/ Kinda dream that can't be sold 돈으로 살 수 없는 꿈같은 시간이었어/ We were right 'til we weren't 이때까진 우리 괜찮았는데/ Built a home and watched it burn/ 우리가 지은 집이 불길에 휩싸여 버렸어/ Mm, I didn't wanna leave you/ I didn't wanna lie/ 널 떠나고 싶지도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었어/ Started to cry, but then remembered I 울기 시작할 때 나는 기억났어'가 첫 가사입니다.
이별하는 감정을 그리고 있죠. 함께 지었던 사랑의 집이 불에 타는 모습으로 이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이별을 비교적 담담히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요. 못내 아쉬운 감정은 들지만 그렇다고 과거 사랑의 흔적을 부인하고 싶은 마음도 아닌 상태로 보이네요.
2절을 보겠습니다. 'Paint my nails cherry red 빨간 체리 색으로 손톱을 칠했어/ Match the roses that you left 네가 남기간 장미와 같은 색이야/ No remorse, no regret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어/ I forgive every word you said 네가 말한 모든 말들을 용서할게/ Ooh, I didn't wanna leave you, baby I didn't wanna fight 널 떠나고 싶지도 싸우고 싶지도 않았어/ Started to cry, but then remembered I 울기 시작할 때 기억났어' 부분입니다.
상대가 남기고 간 빨간색 장미와 같은 색깔로 손톱을 칠하는 모습에서 뭔가 결연함 같은 게 느껴지는데요. 뒤 부분 가사를 보면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다로 연결되는데, 그가 남기고 간 빨간 장미에서 그가 남기고 갔다는 의미를 탈락시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네요. 그냥 장미 색깔만 남은 상태 말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I can buy myself flowers 나 자신에게 꽃을 선물하고/ Write my name in the sand 모래 위에 내 이름은 내가 쓰면 돼/ Talk to myself for hours 몇 시간이고 나 자신과 대화해/ Say things you don't understand 넌 이해 알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I can take myself dancing
혼자 춤을 추러 갈 거야/ And I can hold my own hand 내가 내 손을 잡아주면 되니/ Yeah, I can love me better than you can 너보다 내가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어' 부분입니다.
분명 상대가 있어 가능한 일들을 혼자로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꽃을 선물 받는 일, 모래 위에 쓰인 자신의 이름, 마음을 읽는 대화, 손을 잡고 추는 춤이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상대로부터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그 빈자리를 느끼지 않으려고 상대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넣는 재기 발랄함을 발휘합니다. 보는 방법에 따라 아주 슬픈 가사일 수도 있겠네요.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으로는 꽤 괜찮은 접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음. 오늘은 가사 중 'myself'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 자신이 얼마나 마음에 드시나요? 지금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계시나요? 나를 사랑하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인데 말처럼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죠. 내가 누구인지도 사랑하는 방법도 딱히 뭐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닐 테니까요.
흔히들 나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야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인문학의 3 대장, 아모르파티, 카르페디엠, 메멘토모리 중 아모르파트가 나 자신과의 관계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구한 운명의 당사자인 자기 자신을 마지막까지 사랑해 줄 사람은 오로지 나밖에 없다는 의미니까요.
요즘 시중에 보면 '나로 사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 등 나를 찾아가는 류의 책들이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나를 어디에 버려두었기에 다 큰 성인이 되어서야 잃어버린 나를 찾겠다고 하는 걸까요? 내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옛날 테스형은 'know yourself'라는 한 마디로 시대의 소피스트들의 뇌를 몰살시켰으니 이 말이 역사에 살아남아 우리 앞에 당도한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응당 이 시대의 대부분의 사람이 나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 겁니다. 여러분은 나를 잘 알고 잘 찾으셨나요?
물론 테스형은 자신의 아는 정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알면 얼마나 알고 모르면 얼마나 모르는지에 대해서죠. 어찌 보면 지식에 대한 객관화라고 불러야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자 하는 나는 지식만 포함된 것이 아니죠. 우리의 몸과 생각 모두를 통칭하니까요.
문제는 나란 놈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알던 나와 내일 아는 나는 다를 수밖에 없죠. 물론 오차야 도톨이 키재기일 만큼 무시할 수준이지만요. 그러나 5년 전쯤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마치 테세우스의 배를 연상시키죠. 배를 수선하기 시작하자 원래의 배의 조작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 말이죠. 지금은 5년 전 내 몸 안의 세포가 다 사라진 상태인 것이죠. 새로운 나입니다.
나의 범위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한정지어서 생각해 봅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면 노래를 부를 때 나답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할 경우죠. 다른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러 와 주어야 하는 조건이 성립하니까요. 타인과 연관된 나의 영역이 골치 거리죠.
어느 정도 실력이 무르익은 다음에는 그 조건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지만 처음부터 그 조건이 형성되는 행운이 찾아오진 않겠죠. 이때 이 노래에서 화자가 했던 행동을 따라 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나를 관객으로 내가 부르는 노래 버전이죠.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혼자 그 시간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그 시간을 죽을 때까지 확장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충족되는 일정 시간까지만 유예시키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우리는 평생 나 자신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살아갑니다. 어찌 보면 내 안에 또 다른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죠. 이 둘의 사이가 원활하면 외부로부터 자극에도 잘 대응이 되지만 그 반대가 되면 사사오열하게 되기 쉽습니다. 외부 세상에 있는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나 자신을 돌보고 성찰하며 또 다른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스포츠에, 공연에 그리고 무더위에 브런치와 멀어진 지 3일 만에 돌아왔네요. 아니 돌아왔다기보다는 잠깐 들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한 때는 이런 걸 다 이겨내려고 했는데 이젠 좀 져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살면서 늘 인생의 우선순위라는 걸 생각하는데, 스포츠나 공연 이런 건 브런치보다 일회적인 속성이 강한지라 포기가 잘 안 되네요. 한 마디로 지금은 그게 브런치 하는 것보다 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더 위중하다고 할까요. 하하하. 8월은 어찌 됐건 속도 조절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