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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04. 2024

제이의 <어제처럼>

작사 제이, 윤사라 / 작곡 심상원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제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15PtMKgtnPw?si=XbsOAPb91AihSx59


Trust the warmth inside 

Can you feel my love alive 

어제처럼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이 


그리고

 Please don't tell me why 

이렇게 돌아서지만 

나를 떠나가는 이유를 난 묻진 않을께요

(Cuz I love you) 


- 제이의 <어제처럼> 가사 중 - 




제이(Jea)는 미국 출신의 R&B 가수로 1998년 데뷔했습니다.  1995년 미스코리아 워싱턴 선에 입상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DJ DOC와 매니저의 눈에 띄어 기획사를 소개받게 되었다고 하네요. 존래 'J'라는 예명을 사용하다가 2010년 발매한 음반부터 'J.ea'라는 영어 예명을 사용합니다. 

초장기에는 댄스가수였습니다. 1998년 1집 앨범 2장을 발매하며 야심차게 데뷔했죠. 타이틀곡이 'Good bye'로 당시 춤꾼 유승준씨와 같이 소속사였기 때문에 격한 춤을 소화해야 했다는 후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집 앨범은 빛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녀가 리스너에게 정식으로 알려진 것은 2000년에 내놓은,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죠. 방송 3사에서 모두 1위를 할 말큼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 노래 하나로 당시 하루에 행사를 8곳이나 뛰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재미교포라서 엉성한 발음이 골치거리였지만 그것도 예능에서는 반전 매력으로 안착되죠.

4집 활동을 마치고 가수 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유학을 선언하며 잠정 가수 은퇴를 선언합니다. 2년 후 5집을 발매했지만 반응은 그닥이었고요. 2006년 드라마 '궁'의 OST인 'Perhaps Love'를 불러 존재감을 알렸죠. 2007년 가수 이정씨와 듀엣곡 '눈물로'를 불러 7년만에 1위 탈환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일렉트릭 뿐만 아니라 힙합 크루들과도 많이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애즈원과 목소리 톤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2021년 디지털 싱글 '행복한 사람' 영어 버전이 마지막 음원으로 보이네요. 가수 활동이 전보단 부쩍 줄었지만 그래도 다시금 나타날 것만 같은 이 기시감.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어제처럼'입니다. 화자에겐 어제가 매우 좋은 시간으로 기억되어 있는 듯 하죠? '지금처럼'이 아니라 '어제처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찾아 가사를 함께 톱아보시죠.

'내게 이런 말하기가 쉽진 않았을꺼야/ 생각해봤어 얼마나 어려웠을지/ 다만 슬픈 내 눈물에 돌아설 수 없어/ 멈춘 사랑으로 안 올까봐/ 난 너무나 두려울 뿐이죠' 부분이 첫 가사입니다. 아마도 상대는 화자에게 이별 선언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화자는 이별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죠. 그렇게 등을 돌리면 진짜 이 사랑이 끝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두려움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별 현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네겐 너무나 부족한 나를 알고 있기에/ 다짐해왔어 언젠가 이별이 오면/ 그땐 떠난 네 마음이 미안하지 않게/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게/ 널 웃으며 보내준다고' 부분입니다. 화자는 이별이 발밑까지 와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언젠가 불연듯 찹아오면 자신의 부족함으로 여기며 상대를 미련없이 웃으며 떠나보내주려고 다짐하고 있었죠. 하지만 마음과 행동은 늘 같지 않은 까닭에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So baby Trust the warmth inside/ Can you feel my love alive 어제처럼/ 오늘도 아무일 없는듯이/ 그리고 Please don't tell me why /이렇게 돌아서지만/ 나를 떠나가는 이유를/ 난 묻진 않을께요' 부분입니다. 어제까지는 연인, 오늘부터는 남남인 사이가 되었지만 오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똑같이 행동하려는 화자. 그래서 이별하는 상대에게 떠나는 이유조차 물을 수조차 없는 것일까요? 

'So baby Faith is all we need/ It was love that set us free/ 처음처럼 이별은 아무런 얘기없이/ 하지만 Love forever lives/ 다시는 볼 수 없어도/ 나의 가슴속엔/ 언제나 그대 영원하겠죠' 부분도 비슷합니다. 여기서는 어제처럼이 '처음처럼'으로 가사가 바뀐 게 눈에 띄는데요. 어쩔 수 없이 상대를 떠나보내지만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여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내 모습/ 또다시 처음처럼 그립다면/ 그냥 돌아오면 돼'라고 여지를 남기죠. 어제처럼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보내고 처음처럼 사랑을 이어가고픈 아픈 가사가 아닐까 싶네요.  


음. 오늘은 제목 '어제처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누군가는 어제처럼 오늘을 사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지닐 수도 있을 텐데요. 어제가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점일 수도 있어서 입니다. 물론 이 노래에서는 어제까지 사랑하는 사이였던 상대와 그 관계를 지속하고픈 화자의 갈망을 표현하고 있지만요.

어제처럼 살고 싶다고 건 다시 말해 어제가 정점이고 오늘은 그 정점에서 내려온다는 의미겠죠. 또는 어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무탈한 상황이 오늘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고요. 얼마 안 있으면 민족대명절인 한가위인데 그때 쓰는 '오늘만 같아라'는 지금의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임을 나타내는 표현일 겁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서 나오는 '처음처럼' 역시 뭔가 출발선에서 출발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한 참 멀어져서 초심 같은 것을 강조할 때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같은 날은 두 번 오지 않죠. 살아숨쉬는 지금을 기점으로 지나간 시간과 오지 않은 시간이 자동적으로 시시각각 생기는 구조죠. 그런 차원에서 어제와 엊그제는 지나간 시간을 , 내일과 내일모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구분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기점으로 어제와 미래는 현재와 가장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루라는 시간이 경과하면 어제는 엊그제로 변하고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현재가 돼죠. 우리 삶의 페이지는 이처럼 지금, 여기를 기점으로 지난간 시간과 오지 않은 시간이 끊임없이 자리바꿈을 하고 있죠.

그런데 시간은 불가역적입니다. 어제가 오늘이 되지도 오늘이 미래를 대신할 수도 없죠. 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특징이 있고 미래는 알 수 없다는 특징을 각각 지니고 있습니다. 어제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있으나 발생된 일을 되돌릴 수 없고 내일은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어제라는 값이 긍정적일 때 우린 어제처럼 오늘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제의 기분과 분위기가 오늘까지 이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행복했던 과거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겨 추억이나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기려고 하는 노력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을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어제는 어제의 자리에 고스란히 놓아두고 오늘을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입니다. 어제가 아름다웠던 그 반대였던 간에 거기에 우리의 시선이 고정되는 순간 우린 또 다른 어제를 무의미하게 지나치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나둘 우리로부터 멀어진 어제가 부지불식간에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가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화자는 이별 상황이 전개되기 전인 어제를 말하며 상대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저는 어제와 같은 사랑이 미래의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기에 어제라는 시간이 아니라 어제에 담긴 화자의 마음을 두둔해주고픈 마음입니다. 지나간 것이 오지 않은 것을 발목잡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간만에 썼더니 글이 산으로 가버렸네요. 하하하.


PS. 열흘이 넘도록 브런치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혹여 궁금해하실 분도 있을셨을 텐데요. 뒤늦게 코로나가 걸리는 바람에 회사도 출근 못하고 긴 기간 시체 놀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 무려 몸무게가 5kg나 빠졌으니 코로나라는 태풍에 직격탄을 맡은 격이랄까요. 하하하. 이제 조금씩 몸을 추스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브런치는 즐거운 마음에 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인지라 내친 김에 쭉 쉬었습니다. 400고지를 앞에 두고 이런 시련이 올 줄이야. 인생 참 모르는 거네요. 여러분들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다시금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데 주력해 보겠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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