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럼 스콧(Calum Scott)은 잉글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로 2017년 데뷔했습니다. 그 유명한, 우리나라로 말하면 KPOP스타 정도 되는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참가하여 6위를 기록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독설사로 불리는 사이먼 코웰에게 골든 부저(준결승 결승 티켓)를 받은 것으로 화제가 되었죠.
해당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곡을 2016년 자신의 버전으로 싱글로 발표해 좋은 음원 성적을 거뒀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스콧이 캐피털 레코드와 계약을 맺고 2017년 발매한 사실상의 첫 싱글 앨범입니다. 2018년에는 리오나 루이스와 듀엣 버전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 아시아 프로모션을 하면서 내한을 하기도 했죠. 피아노 한 대에 맞춰져 노래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그만큼 노래에 자신 있다는 뜻일까요? 하하하. 그의 노래 중 'Only man'이라는 곡은 자작곡을 했는데, 우리 모두는 인간일 뿐이기에 나약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으나 이성애자였던 스토리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Hotel Room'이라는 곡이죠. 저는 스콧의 곡을 들으면 진정성 같은 게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서가 아닐까 하는데요.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시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You're the reason'입니다. 흔하디 흔한 제목이긴 하죠. 사랑하는 사람이 삶의 이유라고 말하는 것은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어봤잖아요. 사랑하고 있는 시점이 아니라 헤어진 후라는 시점 때문에 노래가 좀 구슬픈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노래에서는 진부한 스토리에서 진부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보는 걸로 목표를 잡아보겠습니다.
'There goes my heart beating 내 심장이 뛰고 있어요/ 'Cause you are the reason 당신이 그 이유예요/ I'm losing my sleep 잠이 오지 않아요/ Please come back now 지금 내게 돌아와 줘요' 부분입니다. 'come back'이라는 단어에서 헤어진 상태임을 눈치채셨죠. 삶의 이유인 상대가 떠났으니 잠이 오지 않겠죠. 그런데 아직도 심장이 뛰는 건 설레서 일까요? 두려움 때문일까요?
'And there goes my mind racing 내 마음이 요동치고 있어요/ And you are the reason 당신이 그 이유예요/ That I'm still breathing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걸/ I'm hopeless now 나는 희망을 잃었어요' 부분입니다. 겆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허부적 거리고 있습니다. 상대와의 헤어짐으로 숨 쉬는 이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희망은 사라졌죠.
2절을 볼까요. 'There goes my hands shaking 내 손이 조금씩 떨려요/ And you are the reason 당신이 그 이유예요/ My heart keeps bleeding 심장이 아파요/ I need you now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부분입니다.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을 손이 떨린다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가슴에서 통증을 느끼죠. 이 모든 신체적 증상이 가리키고 있는 하나는 바로 상대입니다.
'If I could turn back the clock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I'd make sure the light defeated the dark 저 빛이 어둠을 굴복시키게 했을 거예요/ I'd spend every hour of every day Keeping you safe 그대를 지킬 수 있다면 내 모든 시간을 쓸 수 있어요' 부분입니다. 사랑을 지속하고 싶었던, 헤어짐을 물리치고 싶었던 화자의 마음이 담긴 가사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 그 시간을 상대를 위해 모두 쓰겠다고 말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I'd climb every mountain 험한 산을 넘어서라도/ And swim every ocean 거친 파도를 건너서라도/ Just to be with you 당신과 함께 있네요/ And fix what I've broken 내가 망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Oh, 'cause I need you to see 나는 당신이 알아주기를 바라요/ That you are the reason 당신이 그 이유라는 것을 말이죠' 부분입니다.
화자의 마음을 상대가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하지만 떠난 사람이 그 목소리를 들을 리 없겠죠. 화자는 자책하고 있습니다. 사랑에 균열을 낸 당사자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시간을 돌려서라도 그걸 바로 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상대라는 한 사람을 위해서요.
후렴구에는 'I don't want to fight no more/ I don't want to hide no more/ I don't want to cry no more 나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도 숨어 지내기도 울고 싶지도 않아요/ Come back, I need you to hold me(You are the reason) 돌아와요. 당신이 나를 잡아주세요/ A little closer now, just a little closer now 조금만 더 가까이, 더 가까이 와 줘요/ Come a little closer, I need you to hold me tonight 이리로 와 줘요, 오늘 밤 날 안아주는 그대가 필요한걸요' 부분이 나오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서 헤어짐은 '살의 상실'이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손을 잡는 등 살을 비빌 수 있는 사이가 더 이상 그럴 수 없음, 즉 존재의 상실로 이어지니까요. 오늘 밤 안아주는 상대가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살의 상실을 회복하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 아닐까요?
음. 오늘은 '이유'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대략 난감해요. 하하하. 왠지 이 단어 하나만으로도 책 몇 권을 쓰고 남을 정도라. 이유의 어느 한 부분을 터치해 보는 것으로 그 범위를 좁혀 보도록 할게요.
예전에 사람들은 어떤 일의 이유를 알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천둥이나 번개가 왜 치는지, 왜 태양이 뜨고 지는지 같은 자연 현상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그걸 관장하는 무언가를 섬기는 토테미즘 같은 원시 종교들이 출연했죠. 불안함을 누그려 뜨리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시는 대로 중세에는 '신'이 모든 이유에 대한 해답이 되어 주었습니다. 해가 왜 둥글까? 신에 물어봐. 신이 그리 만들었으니까 토 달지 마라는 답변이 이어지는 식이었죠. 그 신의 자리에 다른 것을 짚어 넣으면 마녀로 몰려서 화형을 당하거나 물속에 던져졌죠. 신 이 외의 대상에서 이유를 찾는 것을 거부하는 세상이었습니다.
근대가 들어서고 신의 자리가 드디어 인간으로 대체됩니다. 르네상스죠. 여기에 과학혁명까지 더해지며 어떤 일의 원인이나 이유에 대한 막연함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귀신이 들렸다거나 원인 모를 힘 따위를 언급하는 것을 점점 터부시 하게 됩니다. 확실한 인과관계가 모든 것들을 밀어낸 것이죠.
몰랐던 이유를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로 인한 불안감 수치도 낮아졌습니다. 여름철에 비가 계속 온다고 하늘이 노했다고 말하진 않죠. 기압의 발달로 긴 기간 비가 내리는 장마전선이 형성되어 발생한다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인류는 인과관계에 천착하게 되죠. 이유를 아는 것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익히 경험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사람들에 비해 지금 우리의 불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인간이 그 이유를 아는 영역보다 이유를 모르는 영역이 더 크게 넓고 깊게 존재하기 때문일까요? 얼마나 이유를 알아야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 걸까요?
이 노래에서처럼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타인이 삶의 이유가 됩니다. 어떤 대상이 삶의 이유가 되는 동안에는 더 이상 이유를 따져 묻지 않게 됩니다. 마치 중세 시대에 모든 것을 신에게 물어봐와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죠. 신이 인간으로 대체되는 시간, 패러다임이 변하는 지점은 일대 혼란이 계속됩니다. 기존의 것들을 고수하는 자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 자들 간의 충돌이 쉴 새 없이 이어지죠.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 구조가 이러한 역사의 발전 과정을 잘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화자의 머리와 가슴은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닐까 싶네요. 떠난 사람은 자신의 존재 이유였고, 그 이유 없이 살아야 하는 현실이 부딪히며 이유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죠.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이 지배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은데요. 계속 그리 살 수는 없으니 추후에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죠.
그런데 말이죠. 세상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중첩되어 이루어지죠. 그리고 우린 그 원인들 전체를 알기 어렵습니다. 큰 영향을 주는 원인 몇 개를 알게 될 뿐이죠. 우린 살면서 어떤 결과에 대해 원인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원리를 이용해 인류에 이로운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핵심 원인을 개선하며 더 나은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 주니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가 참 많습니다. 행운이라는 것이 대표적이죠. 거기에 인과관계를 막 붙이면 모두가 결과를 정당화하는 식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또 원인을 모른다고 무효라고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러니 현상은 받아들이되 원인을 확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사실종사건>을 하는 원인이 '외로워서' 혹은 '노래를 좋아해서'라면 너무 단편적이 되잖아요. 하하하.원인을 파헤지는 것은 각자의 능력치라고 본다면, 우리 삶에서 원인 찾기를 할 올바른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요? 지금 우리들의 불안이 그 대상을 잘못 선정한 것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람들은 모두 평생 착각하며 산다'라고요. 동의하시나요? 그래서 저는 '그 착각에서 죽을 때까지 깨지 않는 것이 가장 행복할 지도 모른다'라고 응수했습니다. 원인을 안다는 건 그동안의 사고가 오류이거나 착각이었음을 인지하는 것이겠죠? 원인을 잘 아는 것과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 사이에는 그다지 연관성 높아 보이진 않네요. 다행입니다. 저도 원인 찾기에 심취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서.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