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맥클린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1970년 데뷔했습니다. 데뷔곡이 <American Pie>였습니다. 20C세기 후반 격동기를 묘사한 노래로 6절까지 8분이 넘는 곡이죠. 미국인들은 돈 맥클린의 곡 중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이 곡을 선택한다고 하는데요. 1959년 로클롤 스타들의 비행기 추락사고를 추모하는 동시에 196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의 정치와 음악이 암울해지는 모습을 담았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여러분들도 다 아시는 빈센트 반 고흐를 소재로 하고 있죠. 고흐의 일대기를 읽은 날 가슴이 너무 설레어서 하루 만에 이 곡을 완성했다고 전해집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위에는 늘 있는 곡이죠. 미술을 보고 음악을 만드는 보기 드문 사례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971년 10월 발매한 2번째 스튜디오 앨범 <American Pie>의 세 번째 트랙에 수록됐고, 싱글로는 1972년에 발매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빈 센트 반 고흐는 아버지와의 불화, 경제적 빈곤, 이성 간의 사랑 등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불운한 삶을 그렸죠. 고객과의 관계가 사이가 악화되면서 궛볼을 자리고 그것을 초상화로 그린 일화는 너무도 유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고흐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제목이 '빈센트'죠. 네. 화가 고흐를 말합니다. 그의 작품 중 뉴욕 현대 미술관에 소장된 <별이 빛나는 밤>을 모티브로 한 곡입니다. 이 작품은 그가 귀를 자른 후에 그려졌습니다. 이 노래에서는 고흐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담아내고 있을까요? 노랫말이 꽤 아름답습니다.
'Starry, starry night 별빛 찬란하게 빛나는 밤/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당신 팔레트를 파란색과 회색으로 칠하세요/ Look out on a summer's day 여름날 밖을 내다보세요/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부분입니다. 파란색과 흰색은 작품에서 보이는 메인 컬러를 말하는 것 같고요. 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여름날 밖을 내다보라고 한 것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가슴에 품고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다 정도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 싶네요.
'Shadows on the hills 언덕 위의 그림자들/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나무와 수선화를 스케치하세요/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바람을 느끼고 겨울의 한기를 잡아요/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눈처럼 새하얀 천 바닥에' 부분입니다. 여긴 스킵할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이제는 당신이 내게 하려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어요/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맑은 정신을 가지려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그네들 자유케 하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죠 듣는 방법도 몰랐고요/ Perhaps they'll listen now 이제야 귀 기울이려 하겠지만(For they could not love you 사람들은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죠)'부분입니다. 마치 고흐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죠. 아시겠지만 고흐는 활동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유명해진 경우입니다. 그러니 그의 예술적 열정이 당시 사람들에게는 다 닿지 않았던 셈이죠. 저는 이 지점에서 '예술가의 고독' 같은 게 느껴집니다.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side 하지만 당신의 사랑은 진실했어요 내면에 아무 희망도 남지 않은/ On that starry, starry night 별빛이 찬란하게 빛났던 그날 밤/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연인들이 그러듯이 당신은 목숨을 끊어 버렸죠/ 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 하지만 난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어요/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이 세상은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고' 부분입니다. 고흐의 죽음을 묘사한 가사인데요. 이 부분 역시 천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을 묘사하고 있고요. 자신의 목숨과도 같았던 미술로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상황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tarry, starry night 별빛 찬란하게 빛나는 밤/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 빈 방에 걸린 초상화들 이름 모를 벽에 걸린 액자 없는 얼굴들/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당신이 만난 낯선 이들/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누더기 차림의 남루한 사람들처럼/ The silver thorn of bloody rose 피 묻은 장미의 은빛 가시/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순결한 눈 위에 으스러진 채 놓여 있네요' 부분입니다. 별이 빛나는 밤이 역설적으로 가장 슬픈 밤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얀 눈 위에 놓였진 피 묻은 장미 그리고 그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은빛 가시. 아마도 그 장미는 고흐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눈은 그의 고결한 영혼을 말하고요. 그래서 '순결한 눈 위에 으스러진 채 놓여 있네요'는 그의 죽음을 묘사한 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 오늘은 '이 세상은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 <부조리>라는 꼭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 꼭지를 쓰게 된 것은 세상이 우리가 도덕 시간에 배운 일명 권선징악의 메커니즘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질문에서였죠.
뉴스 대부분에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권력 있는 사람, 똑똑한 사람들이 어떻게 법망을 피해 판결을 왜곡하고 세금을 적게 내고, 권력을 남용하는지로 빽빽해 채워져 있는 현실이 담겨 있죠. 그런 속성을 부정할 수도 없을 만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런 뉴스들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것처럼요.
뭐 돈이고 빽 있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 주변의 삶을 살펴봐도 부조리의 모습은 너무도 흔합니다. 비슷한 형편의 사람이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고 살면 거의 대동소이한 결말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죠. 사람들의 삶에 늘 운이라는 것이 개입해서 작동하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이 운이라는 놈은 그 사람이 그동안 착하게 혹은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따져 묻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나쁜 놈한테 더 많은 운을 가져다주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죠. 제삼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 열심히만 산다고 바르게만 산다고 잘 살아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패배감을 안겨주기에 딱 좋은 상황입니다. 여러분들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해 보셨나요?
부조리는 '조리에 맞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조리에 맞다는 건 쉽게 말해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겠죠. 일에는 기승전결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냥 맥락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로또 당첨되어서 코 찔찔 흘리던 동네 친구가 안하무인으로 떵떵거리며 돌아다니면 우린 그런 모습을 보고 부조리라고 하죠.
부조리의 현장이 우리 주변에서 많으면 많아질수록 삶에 대한 의지가 감퇴되게 됩니다. 열심히 바르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어려웠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해서 이룬 성과가 각광받아야 나도 그렇게 해 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될 텐데, 그것과 무관한 상황이 연속으로 펼쳐지면 답이 없죠.
아마도 이 노래의 모티브로 등장하는 고흐는 그런 부조리의 중심에 서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혼을 담은 미술 작품이 당시의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았으니까요. 너무 앞서간 탓이었을까요? 좋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조리에 맞지 않죠.
저도 살면서 꽤 이 부조리라는 놈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남과의 비교나 눈치 같은 것에 둔감해져서 부조리 현장을 봐도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빨리 가려 경쟁을 했던 30대쯤엔 정말 이 놈을 끌어안고 살았답니다. 집을 구매하는 문제가 대표적이었죠. 로또에 당첨되듯 청약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모두가 '부르주아'인 것처럼 보이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죠.
그즈음에 저 혼자 중얼거렸던 말이 바로 '이 세상은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뭔가 세상이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훼방 놓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죠. 딱히 남을 괴롭히지도 피해를 주지도 않았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제가 이렇게 사는 게 힘들다면 이건 내가 아니라 세상이 잘못된 것이다. 세상은 나를 담기엔 아주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렇게 생각했더랬습니다. 하하하.
우린 세상은 늘 온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내일을 살아가려면 그게 어떤 원인에서 발생되었든지 간에 결과를 인정해야 하죠. 하지만 결과를 인정하는 것과 별도로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속을 파다 보면 부조리라는 놈도 만나고 운이라는 놈도 만나고 그럽니다. 내가 부족하거나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세상이 랜덤 하게 만들어졌구나라는 것만 이해해도 조금은 화가 누그러지거든요. 그리고 그 속에서 부조리를 봤다면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그런 부분을 고쳐나가는데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요.
'이 세상은 당신처럼 아름다운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당신을 담지 못하는 세상이 잘못된 것이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당신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말로 받아들이죠. 세상과 어울리기 위해 쉽게 타협할 수도 있고 부조리를 친구로 삼을 수도 있었지만 그걸 죄다 뿌리치고 남아 있는 당신을 이 세상에서 끝까지 보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글을 쓰다 말고 공연 일정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이어 쓰고 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찾았던 공연에서 고흐와 관련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아쉽게도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은 없었지만요. 피아노 연주가 이루어지고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었는데요. 그때 고흐 작품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그의 반주가 흘렀던 것 같아요. 인상주의였으니까요. 미술과 음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답니다. 나중에 이걸로 기획을 해 보려고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