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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22. 2024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작사 김영아 작곡 박근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젝스키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wSc2 qg6 DUQ? si=mXE6 RhNCj_9 IBxw4 

나 폼에 살고 죽고


폼 때문에 살고 폼 때문에 죽고 


나 폼 하나에 죽고 살고 


사나이가 가는 오 그 길에 길에 


눈물 따윈 없어 못 써 폼생폼사야 


-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가사 중 - 




젝스키스는 4인조 남성 아이돌로 1997년 데뷔했습니다. 당시 최고 블루칩 프로듀서인 김창환 씨가 발탁해했고 소속사는 대성기획이었고요. 처음에는 6인조였죠. 가장 많이 알려진 은지원 씨를 비롯해서 이재진, 김재덕, 장수원 고지영, 강성훈이 멤버였습니다.  

HOT와 함께 아이돌 돌풍을 이끌었던 그룹입니다. 누가 더 낫냐를 가지고 팬들 사이에 아웅다웅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혹자는 남진, 나훈나 팬들의 모습의 재현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젝스키스라는 팀명은 독일어로 '여섯 개의 수정'이라는 뜻이고요. 

활동 기간은 너무도 짧은 3년. 2000년 드림 콘서트 공연을 마치고 공식 해체했죠. 정규와 비정규 앨범 5장으로 350만 장 가까운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2016년 무한도전 토토가 2를 계기로 고지용 씨를 제외한 5명이 컴백해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중간에 강성훈 씨가 탈퇴, 최종 4인조가 되었고 올해 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들의 대표 앨범 1집에 실린 곡이죠. 남성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곡인데요. 젝스키스는 한 앨범에서 더블 히트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후속곡은 기사도였습니다. 분위기가 비슷했죠. 2집에는 커플이라는 아주 유명한 곡이 있기도 합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중 하나입니다. 6대 천황으로 뽑는 그룹이 HOT, 젝스키스, 신화, god, 핑클, SES인데요.

<가사실종사건>에서 반을 다뤘고 반은 다룰 예정입니다. 젝키는 팬들의 밀도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그룹이었고요. 역사 속으로 묻힐 뻔한 그룹이 다시 활동을 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폼생폼사'입니다. 폼에 죽고 산다는 뜻인데요. 일본어로는 가오 또는 뽀다구, 간지 정도가 유사어로 떠오르네요. 여러분들은 실속파이신가요? 아니면 폼생폼사 과이신가요?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인가요? 그나저나 화자는 왜 폼에 이리도 꽂혀 있는 걸까요?

'나 폼에 살고 죽고/ 폼 때문에 살고 폼 때문에 죽고/ 나 폼 하나에 죽고 살고/ 사나이가 가는 오 그 길에 길에 

눈물 따윈 없어 못 써 폼생폼사야'가 첫 가사입니다. 화자가 말하는 폼생폼사의 정의가 내려져 있는 문장이죠. 사나이는 살아가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폼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이렇게요. 

'사나이 가는 길에 기죽진 마라/ 없어도 자존심만 지키면/ 눈물 따윈 내게 없을 거야(가슴을 활짝 펴라)/ 잘난 그녀 나를 떠난단 말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도/ 남자답게 그녈 보내줬지' 부분입니다. 화자는 어떤 여성분과 이별을 하고 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이별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이 그녀를 보내주죠. 

'기가 막혀 홧김에 군대 갈까 했지만/ 머리 깎기 싫어 다시 생각 고쳤지/ 날 떠나든 말든 뭘 해도 상관은 없지만/ 머리 빡빡 깎는 건 난 견딜 수 없어' 부분입니다. 머리를 깎는 일 때문에 군대 가기는 것도 망설일 만큼 폼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죠. 익살스러운 가사입니다.  

후렴구는 '그저 안녕이라 말하고/ 쓰린 눈물을 삼키며 예~/ 그녈 두고 돌아 섰던 마지막 뒷모습/ 내가 봐도 멋있었어/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나인데/ 이제와 구차하게 붙잡을 순 없잖아/ 맨몸으로 부딪쳤던 내 삶에/ 그까짓 이별쯤은 괜찮아/ 이대로 무너지면 절대로 안돼/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시작해/ 나 가는 길을 누구도 막을 순 없어' 부분입니다. 

이별 현장에서 보여준 자신의 모습에 다소 자아도취 되어 있는 것 같네요. 그동안 화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볼 때 떠나는 사람을 잡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 모양 빠지는 일이거든요. 화자는 실속 챙기기보다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다른 사랑을 하면 그만이라고 선언하는 듯하네요. 

2절을 살펴볼까요. '많은 날이 가고/ 우연히 다시 그녀를 만나면 예~/ 변해버린 나를 보며/ 지나간 후회로 땅을 치게 만들 거야/ 기가 막힌 로맨스도 슬픔도/ 사나이 큰 가슴에 묻어두고 살 거야/ 그까짓 것 이별 때문에 지켜온 스타일 구길수는 없잖아' 부분입니다. 화자의 폼생폼사에 대한 의지가 더 굳건해지는 것 같죠? 

이어서 '사랑했던 너이긴 하지만/ 나 째째하게 울진 않을게/ 두 눈 불끈 힘주고/ 나 끝까지 참아내고 있어 흑/ 두고 봐 나를 두고 봐/ 내가 얼마나 잘 살지 두고봐 줘/ 또 돌아 내게 내게 오지 말고/ 깨끗이 내 모습을 잊어줘' 부분이 나오는데요. 잘 사는 것으로 복수를 꿈꾸고 있네요. 과연 그 복수는 성공했을까요?


자. 오늘은 '폼'에 대해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멋' 정도로 바꿔서 생각해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멋 내다는 표현이 폼내다라는 표현가 거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걸 보면 말이죠. 보통은 외모에 힘을 주는 행위를 멋 내다고 말합니다. 이 노래에서는 군대가 가기 위해 머리를 깎는 것을 못 참는 화자가 그려지죠.

하지만 더 주목해 봐야 하는 것은 멋나는 모습이 아니라 멋나는 행위입니다. 이별하는 현장에서 눈물을 삼키며 상대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도 안 하고 '잘 살아'라는 말만 뚝 내뱉는 행위를 화자는 '내가 봐도 멋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하고 있죠? 여러분들은 상대가 이렇게 이별을 대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그 남자가 멋있어서 보이실까요? 하하하.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형식'을 '내용'만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유교의 영향이 큰 탓이 아닐까 합니다. 제사만 1시간을 지내고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상을 기본으로 했죠. 그런데 유교의 영향력이 퇴색한 지금도 형식에 대한 집착은 쉽게 내려놓질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명품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차의 크기가 지나칠 정도로 큰 것도 사실이고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물론 큰 그림에서는 우리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비주얼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 많으면 형이라는 표현처럼 돈 많은 것을 비주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명품이죠. 사는 큰 평수의 집을 이고 다니면서 보여줄 수 없을 테니까요. 자동차나 가방 정도로 움직이는 사물이 가장 집중포화를 맞게 되죠.

한 걸을 더 나아가 보면 사람 간의 거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좁은 지역에서 밀집해서 살다 보니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게 되고 무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경쟁이 박 터지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형식을 통해 극대화되는 격이죠.

예전에는 김삿갓처럼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가벼운 삶을 사는 것을 멋있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돈이 많아서 하고자 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는 상태를 그리 보는 시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멋있다는 표현은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붙여야 적합할까요?

저는 가사 속에서 힌트를 얻어 봅니다. '맨몸으로 부딪쳤던 내 삶에/ 그까짓 이별쯤은 괜찮아/ 이대로 무너지면 절대로 안돼/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시작해' 부분이죠. 당장의 상황이 아니라 긴 그림으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며 뜨거운 가슴을 유지해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정도 말이죠.

멋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멋은 일시적으로 헤어스타일에 힘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살아온 길 속에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멋있기가 쉽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멋지고 싶으시다면 묵묵히 한 길을 걸으라라는 말을 덧붙여 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수려한 외모에 멋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TV속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그나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외모적인 멋에 대한 선망은 온데간데없고 백치미에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말 때문인데요. 머릿속의 생각이 만들어 낸 말이 멋스러워야 그런 모습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고 보면 멋은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하는 길 속에서 발견하는 무언가겠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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