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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23. 2024

박구윤의 <뿐이고>

작사 한솔, 한아름 / 작곡 박현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구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HzMzRW9 z2 b4? si=JCkkMz4 sc21 tThxy

여기에 있어도 당신뿐이고

저기에 있어도 당신뿐이고


이 넓은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내 사랑은 당신뿐이다


힘든 날은 두 어깨를 기대고 가고

좋은 날은 마주 보고 가고


비바람 불면 당신 두 손을

내가 내가 붙잡고 가고


돈 없어도 당신뿐이고

돈 많아도 당신뿐이고


이 넓은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내 사랑은 당신뿐이다


- 박규윤의 <뿐이고> 가사 중 -




박구윤은 트로트 가수로 2007년 데뷔했습니다. 박구윤은 음악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장 유명한 분은 그의 아버지죠. <황진희>, <봉선화연정>, <네박자>, <있을 때 잘해>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분이죠. 그의 친형 역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김호중, 워너원, 이우, 백지영, 디셈버, 지아 등의 곡을 작곡했습니다.

박구윤은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학과를 졸업했고요. 재학 당시 당시 유망주였던 박효신, 김범수, 이적, 거미 등의 코러스 세션을 맡았고, 가이드보컬로도 활약했다고 하네요. 본래 R&B 가수 출신이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트로트를 앞세워 구윤이라는 예명으로 2007년 가수로 데뷔했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의 아버지가 작곡자로 참여한 곡으로 2집 타이틀 곡입니다. 많은 인기를 얻으며 노래방에 엄청 불렸었죠. 한 가지 흠은 노래는 떴는데 얼굴은 안 알려졌다는 점입니다. 이 곡 다음에 나온 <나무꾼>도 괜찮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워낙 성량이 풍부해서 서 그의 노래를 들으면 속이 뻥하고 뚫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2020년 MBC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출연해 그런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트로트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곡도 꽤 잘 소화하는 편입니다. 현재는 경상북도 영덕군 명예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별과 당신'이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현철 씨 성대모사 능력자입니다. 어려서부터 큰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네요. 앞으로 그의 가수 여정을 기대해 보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뿐이고'입니다. 앞에 말이 생략되었죠. '(당신) 뿐이고'라고 해야 맞을 텐데요. 우린 누군가가 진짜 자신의 삶에서 필요한 사람일 때 '너뿐이다'라는 말로 표현하죠. 그만큼 진짜 사랑이나 우정을 표현하는 말로 적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있어도 당신뿐이고/ 저기에 있어도 당신뿐이고/ 이 넓은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내 사랑은 당신뿐이다'가 첫 가사입니다. 상대가 어디 있는지보다 상대라는 존재의 유일함에 주목하는 모습이죠. 떨어져 좀 못 본다고 마음이 쉽게 변하는 사랑이 아닌 한 사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네요.

'힘든 날은 두 어깨를 기대고 가고/ 좋은 날은 마주 보고 가고/ 비바람 불면 당신 두 손을/ 내가 내가 붙잡고 가고' 부분입니다. 불타오르는 사랑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날, 힘든 날, 고된 날 등 다양한 감정의 날들이 펼쳐질 텐데요. 그때마다 서로를 어떻게 대할지를 보여주는 가사입니다. 한 마디로 산전수전 공수전 곁에서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네요.

'돈 없어도 당신뿐이고/ 돈 많아도 당신뿐이고/ 이 넓은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내 사랑은 당신뿐이다' 부분입니다. 두 사람의 방해하는 요인들은 많겠지만 요즘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돈은 사랑을 쥐고 흔듭니다. 사랑이 없어서가 돈이 없어서 사랑이 안 된다는 씁쓸한 현실이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화자는 돈의 여부를 개의치 않습니다. 돈보다 소중한 당신이라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가사가 아닐 수 없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뿐'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하다 하다 '조사'까지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루게 될 줄이야. 하하하. 제가 생각해도 너무 웃깁니다. 여러분도 같이 웃어주세요. 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뿐'이라는 조사를 보면서, 영어로 only 혹은 exclusive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예전에 미국이 중국 제품에 너무 잠식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 때문에 방송사에서 미국 중산층 집을 방문해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는 제품을 집 앞마당에 꺼내놓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려한 대로 대부분의 물건이 집 마당으로 옮겨졌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단면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여러분의 집에 들어오는 물건은 일절 없고 사는 동안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집밖으로 내놓아야 한다면 맨 나중에는 뭐가 남을까요? 여러분이라는 몸뚱이와 마지막 남는 하나 말이죠. 저에게 뿐이라는 의미는 바로 그런 겁니다. 나 외에 남아 있는 한 가지 말이죠.

왜 무인도 갈 때 가져가야 할 물건 같은 거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그만큼 살면서 자기 목숨 다음으로 챙기고 싶은 무언가죠. 커피뿐이면 그만. 사랑하는 사람뿐이면 그만. 이렇게 가지고 싶은 물건이나 대상이 즐비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하게 되는 그 무언가 말이죠.

저는 가급적 단순한 삶을 그려가고자 하는 편인데요. 주변에 뭔가 많다 보면 도대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길을 잃을 때가 많아서입니다. 그래서 서재에는 나가는 물건이 들어오는 물건보다 많은 것을 지향합니다. 전자책을 볼 독서대와 글을 쓸 노트북과 대화면 정도가 다죠.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욕심을 내서 이 사람 저 사람 이 모임 저 모임 바쁘게 뛰어다니던 시절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드넓었던 인간관계는 대부분 축소지향으로 바뀝니다. 얼마 남지 않는 삶의 시간을 감안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다루는 것이죠.

그렇게 알뜰살뜰 모은 시간을 내서 만나는 누군가는 분명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노래에서도 다양한 인생의 날씨에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서로가 함께 있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바로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는 것이죠. 그러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뿐은 '깊은 집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나는 노래할 뿐, 나는 사랑할 뿐처럼요. 깊은 집중으로 만든 노래와 사랑은 한 사람이 선택한 나 외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인생에서 뿐이고 앞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신가요? 음. 저는 노래를 들을 뿐이고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우리 집이 우리의 머릿속이라고 가정해 보죠. 집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다들 모르시죠? 저도 모릅니다. 필요할 때 찾느냐고 매번 헤매기 일쑤죠. 언젠가 필요하겠지 정신으로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여죄가 그런 순간에 나타납니다. 집에서 하나씩 물건을 빼기가 무섭게 뭔가를 채워 넣어야 마음이 풍족해지는 것 같아서일까요? 인생을 '뿐이고' 정신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머릿속도 정리하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것저것 하긴 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을 해결하는 멋진 방법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 하나만', '그것 하나면' 충분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깃털처럼 가벼운 인생을 그려보아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주말마다 열심히 클래식 공연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그만 어제 본 분을 오늘 또 보는 촌극이 발생했네요. 애써 모른 척을 했지만 제가 사는 지역이 워낙 코딱지만 하게 작아서 말이죠. 하하하. 가을이라서 가곡을 많이 들었는데요. 여기저기 다녀보니 제 취향은 사람의 목소리가 없는 연주곡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여기까지 저의 미니멀리즘 영향권에 있을 줄이야.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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