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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30. 2024

박주희의 <자기야>

작사 이승수, 이루 / 작곡 이승수, 태진아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주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00 xlOn2 qkY? si=Fe24 vAGFa7 Lf2 IgF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이젠 알겠니


자기를 만나서 사랑을 알았고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들었죠


나만의 사랑을 나만의 행복을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잖아요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자기가 좋아

멋진 그대 (멋진 그대) 자기가 좋아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이젠 알겠니


- 박주희의 <자기야> 가사 중 - 




박주희는 트로트가수로 2001년 데뷔했습니다. 정통 트로트라기보다는 세미 트로트 혹은 댄스 트로트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올려드린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댄스 가수 못지않은 기럭지와 거기서 나오는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트로트 가수 중 이 정도 몸짓을 보여준 분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요. 하하하. 

법대를 졸업한 점이 특이하네요. 늘 그렇듯 부모님 반대 속에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몸에 흐르는 가수의 피가 어찌하지 못해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다 졸업 후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됩니다. 원래부터 트로트 가수를 꿈꾸었던 것은 아니고요. 처음에는 R&B 언저리를 두드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설운도 씨의 눈에 띄면서 트로트로 전향합니다. 설운도 씨로부터 '러키'라는 곡을 받아서 1집을 냈지만 큰 반향은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06년 발매된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태진아 부자가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는데요. 이 노래는 2001년 태진아 씨가 부른 '사랑이란 그런 거야'의 멜로디와 가사를 일부 수정한 것이라고 하네요. 어쨌든 박주희 씨는 이 노래로 트로트가수로의 입지를 다집니다. 

섹시 콘셉트를 주 무기로 하듯 그동안 발매한 노래 제목 역시 <섹시하게> <오빠야> <왜 가니> <청바지> 등 짧고 강렬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20년 경력을 가진 그녀가 '미스트롯 2'에 나와서 반갑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죠. 그만큼 대박 히트 이후 이렇다 할 히트곡이 없어서 여러모로 힘들었다는 전언입니다. 현재는 뇌를 훈련시키는 브레인 트레이너라는 국가 공인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가수 활동도 계속 이어가고 있으니 완숙한 40대의 저력을 담은 곡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자기야'입니다 아주 친근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표현이죠. 이런 걸로 설문도 하는 모양인데요. 남성의 70%가 이 호칭을 들었을 때 특별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답니다. 하하하. 아무튼 애정이 듬뿍 담긴 호칭인 것만큼은 인정! 가사가 역대급으로 짧습니다. 시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네요. 하하하.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노래의 서두와 말미를 장식합니다.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 걸 이젠 알겠니' 부분입니다. 화자가 그리도 자기야라고 불러주며 애정을 표현했음에도 상대는 그걸 몰랐던 것 같죠. 그래서 지금은 그게 행복인 걸 알겠냐고 핀잔을 주듯 물어보고 있습니다. 

'자기를 만나서 사랑을 알았고/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들었죠'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상대를 알고 사랑을 해 온 것 같죠. 사랑했던 시간만큼 화자의 주변 환경도 그동안 많이 변했을 것으로 추정되네요. 그만큼 화자에게 있어서 사랑은 지난 시간이자 걸어온 길이자 인생 그 자체인 듯합니다. 

'나만의 사랑을 나만의 행복을/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잖아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표현은 다소 서툴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라이트 구간도 그렇고 말이죠. 아무래도 상대가 첫 번째 사랑인 것 같은 느낌인데요.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읽힌 기회가 적었던 셈이죠.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자기가 좋아/ 멋진 그대 (멋진 그대) 자기가 좋아'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역대급인 것 같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가 중요한 것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 어떠냐가 더 강조되고 있죠.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했을 텐데 사랑의 속성상 시간이 흐르면 좋아하는 감정이 이전보다는 낮은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데, 화자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 보이죠? 상대의 어떤 점이 그리도 화자의 애정을 불러일으켰는지가 궁금해지네요. 무심함이었을까요? 하하하. 


음. 오늘은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들었죠' 가사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그렇지만 듣기에는 좋은 곡인데 제 내공 부족으로 가져다 붙일 말이 없을 때 나중을 기억하며 킵을 해놓곤 합니다. 그런 곡들이 꽤 되죠. 이 노래도 그리 지나칠 뻔한 곡이었는데 이 가사 부분을 듣는 순간 <가사실종사건>에 담을 수 있겠다는 확신 같은 게 들었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바로 '사랑은 곧 성장을 의미한다'는 구절이 떠올랐거든요.

우리는 사는 동안 사랑을 합니다. 사물과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을 하죠. 고독한 가운데 예술을 하는 사람도 사랑하고 있는 것이고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사랑입니다. 물론 이 두 개가 원활하게 크로스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삶'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요? 사물과 사람 중 어느 부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신가요? 물론 시기에 따라 그 비중은 역동적으로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결혼해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사람과의 관계가 우위가 될 겁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자녀들이 장성할 나이가 되면 자신의 취미 같은 것을 찾게 되면서 사물과의 관계 부분이 커지기도 하죠. 

이처럼 우린 한 순간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삶에서 놓을 수 없습니다. 그 단어를 내려놓는 순간이 바로 우리의 생이 마감되는 순간은 아닐까요. 그래서 역사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을 정의하고 삶에서 그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그리도 애썼겠죠. <가사 실종 사건>에 담긴 대다수의 노래 가사가 사랑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이별을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사랑의 유무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 알게 되는 혹은 얻게 되는 무언가입니다. 살아 있다면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고, 역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니까 사랑의 유무는 차치하고요. 지금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사랑을 말할 때 강도와 빈도를 논하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성장과 성숙의 키워드가 숨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강도가 높은 사랑을 경험하면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표현이 가능할 것 같고요. 사랑의 빈도가 많아질수록 한 인간으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자신의 것을 모두 내려놓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속에 싹트는 사랑은 자기 자신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고 연구하게 해 줍니다. 그러니 사랑을 하면 할수록 자신을 더 알게 되고 더 알게 될수록 성숙하고 성장하게 될 겁니다. 우린 죽는 날까지 무언가를 누군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니까요. 

이 노래에서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알고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듭니다. 깊은 사랑은 깊은 상처로, 이 사람이 떠나가면 저 사람이 온다는 사실을, 혼자만의 사랑도 있고 함께 하는 사랑도 말이죠. 그 속에서 타인을 향한 나의 마음을 사랑한 것인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인지를 묻게 되고,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선호하는 사랑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를 알게 되죠. 바로 철이 들어가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요?

자기야 같은 호칭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한 인생의 표본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야가 웬수야로 변할 순 있겠지만 그 단어를 쓰는 과정에서 우린 철이 드는 것일 테니까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고 그것에 반응하는 일의 연속을 통해 우린 좌절하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뼘 한 뼘 성장하고 성숙해 가고 있음을 기억합시다. 그러니 무언가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좀 더 진지하게 지속적으로 씨게 해 보자고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추석 연휴가 못내 아쉬웠던 분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니까요.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합니다. 사물에 대한 사랑은 한쪽이 고정화되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런 속성 탓에 그렇지가 않죠. 그래서 누군가는 사물과의 접촉에 누군가는 사람과의 접촉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물 쪽인데 여러분들은 어느 쪽이신가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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