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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Oct 07. 2024

진시몬의 <보약 같은 친구>

작사/작곡 진시몬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진시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Sd9 vd0 U0 E? si=6 qiII5 HFEKrxvPBo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 거야


사랑도 해봤고

이별도 해봤지

사는 거 별거 없더라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

우리 둘이서

웃으며 살아가보자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아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 진시몬의 <보약 같은 친구> 가사 중 -




진시몬은 1989년 데뷔했습니다. MBC 강변가요제에 참가한 이후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그 말인 즉 원래부터 트로트가수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초창기에는 <낯설은 외로움>과 <바다를 사랑한 소년> 등 발라드곡을 발표했죠. 그러다 1990년대 말부터 트로트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딱 봐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겠죠.  

원래 가수가 꿈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죠. 대학 시절 추억을 쌓기로 나선 강변가요제가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 놓은 것이죠. 히지만 생각처럼 가수로서 잘 안 풀리자 군대를 다녀왔고 무명 생활이 길어지자 가수를 포기하고 칫솔살균기와 치약 압줄기를 생산 유통하는 벤처기업가에 도전했습니다. 한 때는 잘 되다가 최종 부도 처리되었죠. 이때 선배가수였던 김범룡 씨가 손을 잡아주었죠.

1996년 세미트로트 '애수'를 발표합니다. 이 노래 참 좋습니다. 들으면 아하 이 노래라고 하실 겁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2012년 발표한 곡입니다. 그를 대표하는 곡이죠. 발표 당시보다는 시간이 흐를수록 후배가수들에게 커버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몸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설립하여 김범룡, 김민교, 구창모, 양해승 등 7명의 가수가 활동 중이죠. 오늘 소개할 노래는 그가 작사작곡을 모두 한 곡이죠.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도 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도 그가 가사를 썼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문예부 활동을 했고 한 때 신문기자도 꿈꿨을 만큼 글 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네요. 핵펀치보다 자주 잽을 날리는 가수로 오래오래 노래해 주세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보약 같은 친구'입니다. 친구 예찬곡이죠.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가족보다도 더 의지가 되기도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이 노래에서 '보약 같은 친구'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따라가 보시죠.

1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 거야' 부분입니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가사네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연인도 아니고 친구가 생각난다니. 하하하. 그만큼 친밀하다는 의미겠죠. 피한방물 섞이지 않은 누군가와 이처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면 전생에 형제이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될 겁니다.

2절을 살펴볼까요. '사랑도 해봤고/ 이별도 해봤지/ 사는 거 별거 없더라/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 우리 둘이서

/웃으며 살아가보자' 부분입니다. 사랑과 우정의 차이를 말하고 있는 것 같죠. 그중에서도 지속이라는 측면에서 우정이 완승을 거둔 느낌입니다. '사는 거 별 거 없더라'는 가사에서 인생의 무상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언제 갈지도 모르는 인생'이라는 표현도 좋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아아아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부분입니다. 굉장히 직관적인 가사로 이해가 잘 됩니다. 하하하. 친구와 비교 대상으로 등장하는 자식과 돈은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그런 등락의 법칙이 비교적 덜 발동하죠. 한 번 친구가 되면 웬만하면 쭉 가니까요.

왜 친구를 보약 같다고 표현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몸이 허할 때 챙겨 먹는 것이 보약일 텐데요. 자식도 맘대로 안 되고 돈도 내 맘대로 안 되는 화자가 유일한 곳이 친구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허한 기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친구가 대신해 주는 격이니까요. 이런 친구 꼭 한 사람씩은 만들도록 노력해 봅시다.


음. 오늘은 우정이 아니라 가사 중 '사는 거 별 거 없더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현재 6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요. 이직이 좀 잦았던 셈이죠. 아들이 어느 회사 다니는지는 알셔야 될 것 같아서 아버지에게 회사명을 말씀드렸더니 돌아온 답변이 생각납니다. '사는 거 별 거 없다. 듬직히 머물러라'였죠. 아버지는 파랑새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이동하는 저의 모습이 유쾌하시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그 말이 그땐 무슨 말인지 100%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이해도가 높아졌죠.

우린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사는 거 별 거 없어. 그냥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 그만이지'라고요. 너무도 복잡한 인생을 사는 우리. 몸에서 끓어오는 수많은 욕망과 그에 화답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원하는 바가 달성되면 이전과는 다른 꽃길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죠. 하지만 지금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중이, 미래가 과연 행복할지는 알 수 없죠. 그래서 잠시나마 복잡함과 시름을 내려놓고 밥상머리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 입에 넣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거 아니냐고 말합니다.

사는 게 별 거 아니라면 우린 다른 동물과 별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먹고 싸고 자고 가 다 일 테니까요. 역으로 사는 게 별 거라고 생각해서 지고지순한 정신 활동만을 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감정을 누르고 이성으로만 사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중간 어딘가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겠죠.

오히려 '사는 게 별 거 없더라'는 말에는 뭔가 있을 거라고 아등바등하는 우리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일정 시점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않았어도 됐는데라는 한탄이 이어지는 것이죠. 조금 천천히 가도 조금 덜 분주했어도 큰 영향이 없었을 건데 오두방정을 떤 셈이죠.

강렬했던 사랑과 이별을 몇 차례 겪고 나면 좋기만 했던 사랑의 다른 면이 보이면서 누군가를 사랑을 하는 것이 좋기만 한 일이 아닐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다 지나간 사람들이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과 지금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 그 감정은 과거 속에 놓고 온 셈이 되죠. 아주 비약해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잘 났던 못났던, 성공했던 그렇지 못했든 간에 우리 모두는 죽음으로 종결되는 삶의 선상에 있으니까요.

어쩌면 '사는 게 별 거 없더라'는 말은 '다 지나간다'는 시간의 법칙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거나 의욕을 내려놓고 살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하고 싶은 거 참지 말고 즐기면서 살라는 말로 귀결되죠. 행복은 먼발치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발 밑에 있다는 진실을 알리면서요.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 천지입니다. 아시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삽니다. TV속에서 나온 몇몇 사람들의 성공스토리가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편집된 영상만으로 그들이 맘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확정 지을 수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사는 게 별 거 없더라'는 내가 하고 싶은 일 VS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돈을 모아 건물을 사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참는 모습보다는 찢어지게 가난해도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해서 입에 넣는 모습이죠.

우린 모두는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삽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특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수 있습니다. 다 그냥 사람인 거죠. 인생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며 그걸 부채질하고 있지만 역으로 특별한 게 없는 게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삶의 의미'를 찾아서 방황하는 것이 이를 방증하죠. 안타깝게도 우린 그걸 어느 정도 인생을 경험한 후에 알게 된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어떠세요? 사는 게 별 거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별 게 없는데 별 게 있다고 착각하다가 결론적으로 별 게 없음을 알아가는 게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너무 슬픈가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가사실종사건> 브런치에 가곡 편 매거진을 만들어 놨습니다. 곡은 아직 안 올렸고요. 타이밍을 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복격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올해 한 두 번쯤 올려보고 반응을 좀 보려고요. 전 '사는 게 별 거 없다'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큰 고민 안 하고 하고 싶은 거 있음 대체로 해 보는 편입니다. 안 하나 해서 안 되나 뭐 크게 인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여러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인생살이를 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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