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리의 <젊음의 노트>
작사 장격수 작곡 장욱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유미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들 사랑의 이야기
이 세상에 살아있는
우리들의 모든 인생 이야기
내 젊음에 빈 노트엔
무엇을 채워야 하나
- 유미리의 <젊음의 노트> 가사 중 -
유미리는 여성 솔로 가수로 1986년 데뷔했습니다. 제7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로 대상을 차지했죠. 이 노래는 응원가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미리 씨는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상과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다소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강변가요제는 아마추어가 작사, 작곡한 곡으로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이 노래를 작곡한 정호라고 분이 사실 기성 작곡가였던 장욱조 씨로 밝혀졌기 때문이죠. 게다가 유미리 씨는 장욱조 씨로부터 프로가수 훈련을 받았다고도 전해집니다. 판단은 각자에 맡기고요.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가수의 DNA는 사그라들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유명한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대학교 실용음학과에 입학했고 2학년 재학중일 때 강변가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1년 전에도 전미주 교포학생 가요제에서 1위를 했다고 하니 노래 실력만큼은 인정해 줘야겠죠?
벼락 스타가 되어 1집과 2집을 발표한 후 미국으로 돌아가 팝뮤직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김범룡 씨와 음반을 하나 내고는 다시 미국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싱글 앨범 위주로 발표하다가 2009년부터는 트로트 가수로 변신합니다. 최근 근황을 검색하다 보니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군요. 미국에서 재기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모은 돈을 사기당해서 거액의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여파로 생활고는 물론 우울증 약을 아직도 복용하고 있다고 하니 잃었던 돈과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젊음의 노트'입니다. 젊음이라는 제목이 있는 노트가 여러분들에게 주워졌다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으신가요? 젊음의 시절을 다 보내셨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신가요? 그 내용이 마음에 드시나요? 하하하.
'안갯속을 걸어봐도/ 채워지지 않는 나의 빈 가슴/ 잡으려면 어느새 사라지는/ 젊음의 무지개여'가 이 노래의 첫 가사입니다. 마음이 답답하면 뻥 뚫린 바다나 하늘을 봐야 하는데, 화자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안갯속을 걷는다고 하네요. 이상하죠? 굳이 이해하자면 안갯속에서는 앞이 잘 안 보이니까 어디로 가더라도 괜찮은 상황이잖아요. 바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게 되는 걸 비유한 듯합니다. 하지만 자유도 누려본 사람이나 누리지 안 누려본 사람은 그 자유가 부담스럽기까지 하죠.
젊음의 무지개. 이 가사에 동의하십니까? 흔들려야 청춘이다 뭐 이런 말이 생각나는데요. 청운의 꿈을 품고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시절과는 다르게 요즘은 젊음의 무지개를 보기가 무척이나 힘든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젊음의 무지개를 보는 것은 쉽지 않죠. 그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무지개는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젊음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노마드 같은 삶의 단면이라서 기회도 있지만 좌절도 동시에 있는 것이겠죠?
'커피를 마셔봐도/ 느낄 수가 없는 나의 빈가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젊음의 고독이여' 부분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이 당시에 그런 속설이 있었던가요? 하하하. 인생의 쓴 맛을 느꼈다는 걸로 이해하고 넘어가죠. 젊은 시절에는 친구들과 수다 떨고 음주가무하며 밤을 꼴딱 새기도 하지만 미래의 불안으로 홀로 밤잠 못 이루는 날도 적지 않습니다. 젊음의 고독이죠.
'내 젊음에 빈노트엔/ 무엇을 그려야 할까/ 내 젊음에 빈 노트엔/ 무엇을 써야만 하나' 부분입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가능성만 가지고 있는 젊음이라는 노트에 과연 뭘 담아야 화자는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네요. 사람이든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사랑하면 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리들 사랑의 이야기/ 이 세상에 살아있는/ 우리들의 모든 인생 이야기/ 내 젊음에 빈 노트엔 무엇을 채워야 하나' 부분입니다. 네. 화자도 젊음의 노트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랑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술술 풀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성이 안 차는지 다시 한번 뭘 더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죠. 아마도 그 노트에는 성공보다 실패의 기록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단지 실패의 어머니가 성공이고 성공의 다른 이름이 실패임을 당시에는 알기 어려운 것인 게죠. 하하하.
오늘은 '젊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서는 '나이'라는 꼭지로 이 비슷한 의미를 다룬 바가 있는데요. 한 때 젊음은 무엇과도 바꾸지 않고 싶은 그 무엇이었는데, 요즘은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신입사원이나 젊은 이들을 보면 제 기준에서는 젊음이 상징하는 단어를 좀처럼 발견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전 세대보다 잘 살거라 기대하던 세대에서 처음으로 전 세대보다 못 살 것 같은 아니 풍요롭지 못할 것 같은 세대의 출현이니 말해 뭐 하겠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MZ세대라는 단어를 보면서 왜 '공정'이라는 단어가 매칭이 되지 하며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제가 내린 결론은 이랬습니다. 파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저성장 사회의 단면이라고요. 성장을 빠를 때는 파이가 커질 테니까 그걸 조금 누가 더 먹는다고 해서 기분은 나쁘지만 크게 분개할 상황이 아닐 수 있지만 성장이 느려지거나 역으로 갈 때는 파이가 작아지니 그만큼 내 몫을 어느 때보다도 챙기게 되고 그걸 침범하는 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것이죠. 그렇게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거꾸로 청춘을 뜻하는 젊음을 다른 세대가 가져다 쓰는 기현상도 보입니다. 요즘 60살은 청춘이라는 둥, 45세까지를 청춘으로 봐야 한다는 둥 말이죠.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표현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데, 이미 물리적인 청춘을 넘어서고도 그걸 끝내 놓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좀 씁쓸합니다. 그냥 나이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건데, 젊음이라는 단어를 돈 주고 사고 주변에 자랑하고 너무 찬양하는 것 같거든요. 여러분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에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신체적으로 젊은것과 정신적으로 젊은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10대나 20대로 다시 돌아가 풀리지도 않는 수많은 질문들을 부여잡고 살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아찔하기 그지없습니다. 하하하.
제 자신의 젊음의 노트에 무어라 적혀 있는지를 한 번 상상해 봅니다. 몸은 범생이었고 마음은 불량학생이었던 한 남자가 꾹꾸 눌러쓴 글에는 50대 정도가 되어야 할 법한 수많은 질문들이 빼곡히 차 있는 것을 봅니다. '왜 사는가?''삶이란 무엇인가?''인간은 생각은 언어는 도대체 뭐지?' 이런 것들요.
지금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느냐고요. 아닙니다. 아직도 모릅니다. 그런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군요. 하하하. 이런 것들에 나름대로 답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 패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냥 내가 걸어가는 길이 곧 답이다 정도로 정리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젊음을 표현하는 말은 무수히 많지만 한 단어만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방황'을 꼽고 싶습니다. 목적지가 너무 멀어서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이거 해보다 저거 해보다 그러면서 우린 나 자신을 좀 더 알게 됩니다. 그리고 실패했던 수많은 경험들이 나의 살과 피가 되기도 하고요.
딱 한 문장을 젊음의 노트에 쓴다고 하면 음..... '죽을 만큼 사랑하라'는 명제를 담고 싶습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제3의 무엇이든 죽음과 바꿀 정도의 열정과 집념으로 무언가를 사랑했다면 젊음의 시간이 그리 헛되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여러분들이라면 젊음의 노트에 어떤 글자를 남기고 싶으신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노령화의 속도가 빠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젊음의 가치는 이전보다 훨씬 상승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우려하는 것은 몸의 젊음만을 말하지 말고 정신의 젊음, 나이가 들어서도 일평생 무언가를 실패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젊은 정신에 좀 더 많은 시선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