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네가 하던 대로 날 사랑해 줘 Love me like you do, la-la-love me like you do
네가 하던 대로 날 사랑해 줘 Touch me like you do, ta-ta-touch me like you do
네가 하던 대로 날 만져 What are you waiting for?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 엘리 굴딩(Ellie Gouling)의 <love me like you do> 가사 중 -
엘리 굴딩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로 2010년 데뷔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학교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고 기타를 쳤다고 하고요. 15살에 기타를 통해 작곡을 시작했고 켄트 대학교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고 학교를 자퇴 후 가수로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합니다.
2019년 싱글 'Under the Sheets'가 첫출발이었습니다. 2010년 3월 정식 데뷔 앨범을 발표해 UK 앨범 차트 1위에 오릅니다. 빌보드차트에서도 2위까지 오르며 미국 진출에 나서죠. 2012년 2집 'Halcyon'으로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15년에 상영한 영화 <그레이 50가지 그림자>의 OST로 삽입된 곡이자 그녀의 3번째 정규앨범의 첫 싱글 발매곡입니다. 빌보드를 비롯해서 영국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정규앨범은 반응이 별로였고, 5년 만에 4집을 내놓았지만 참패를 겪었죠.
에드 시런과 오랜 연인 사이였으나 결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를 다른 분과 결혼한 상태이고요. 2018년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 외에 영화 <어바웃 타임>의 OST 삽입곡 'How long will I love you'라는 곡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부분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Love Me Like You Do'입니다. 네가 사랑하던 대로 나를 사랑해라는 말인데요. 변함없는 사랑을 뜻하는 것일까요? 과거에 사랑했던 모습으로 돌아오라는 말일까요? 지금이 딱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요?
'You're the light, you're the night 넌 나의 빛 그리고 밤/ You're the colour of my blood 넌 나의 피색깔과 같아/ You're the cure, you're the pain/ 넌 치료제이자 고통/ You're the only thing I wanna touch 넌 내가 만지고 싶은 유일한 존재/ Never knew that it could mean so much, so much 네가 나한테 그렇게 큰 의미가 될 줄은 몰랐어'가 첫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너란 존재의 양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빛과 밤, 치료제와 고통 이렇게요. 사랑하는 사람을 나의 피색깔과 같다고 말하는 건 빨간 하트를 연상한 걸까요? 아무튼 화자는 상대와 사랑에 빠졌고 상대를 터치하고 싶은 유일한 존재로 여기도 있습니다.
'You're the fear, I don't care 너는 두려움이야 상관없지만/ Cause I've never been so high 왜냐면 이렇게 기분 좋았던 적이 없었거든/ Follow me through the dark 어둠 속에서 날 따라와/ Let me take you past the satellites 너를 위성 너머로 데려다줄게/ You can see the world you brought to life, to life
네가 삶으로 가져온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야' 부분입니다. 처음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죠. 사랑과 동시에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모습을 표현하며 상대와 함께 그 길을 기꺼이 가보겠노라 말하고 있습니다. 2절을 볼까요? 'Fading in, fading out On the edge of paradise 낙원의 끝자락에서 흐려졌다가 뚜렷해
/ Every inch of your skin is a Holy Grail I've got to find 너의 피부 구석구석은 내가 찾아야 하는 성배
/ Only you can set my heart on fire, on fire 오직 너만이 내 심장에 불을 붙일 수 있어' 부분입니다. 사랑을 표현한 가사이고요. '낙원의 끝자라에서 흐려졌다가 뚜렷해진다'는 가사의 해석이 어렵네요. 그다음 가사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사랑에 취해서 사리분별이 안 된다는 말일까요?
다음 가사가 'I'll let you set the pace 네가 이끄는 데로 갈게/ Cause I'm not thinking straight 왜냐면 지금 난 제대로 된 생각이 없거든 My head's spinning around, I can't see clear no more 머리가 빙빙 돌아서 더 이상 선명하게 볼 수 없어/ What are you waiting for? 뭘 기다리는 거야' 부분이거든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So love me like you do, la-la-love me like you do 그러니 네가 하던 대로 날 사랑해 줘/ Love me like you do, la-la-love me like you do 네가 하던 대로 날 사랑해 줘/ Touch me like you do, ta-ta-touch me like you do 네가 하던 대로 날 만져/ What are you waiting for?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부분이죠. 화자는 상대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데, 상대는 망설이는 모습이죠. 아마도 두 사람 아에는 말 못 한 사랑의 온도 차이가 있어 보이네요. 영화를 봤다면 그 속내를 알 수 있으려나요?
음. 오늘은 제목 'love me like you do'에서 뒤에 나오는 'like you do(네가 하던 대로)'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꼰대가 하는 말 중 '하던 대로 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여러분들은 이 말 얼마나 자주 쓰시나요?
이 표현은 중의적 의미일 겁니다. 늘 하던 방식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다 일을 그릇 쳤을 때는 부정적으로 쓰이는 말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 등에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는 '그냥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표현도 되죠.
저는 이 표현에서 '습관'이나 혹은 '관성'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데요. 늘 하던 대로 하는 것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부르잖아요. 습관에도 좋은 습관이 있고 나쁜 습관이 있고요. 관성은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운동하려는 성질'을 뜻하죠. 현 상태 유지가 핵심인 것이죠.
성향으로는 보수를 뜻하죠. 말 그대로 하면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고 변화를 도모하기보다 지금의 상태를 고수하려는 태도입니다. 이에 반해 진보는 지금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개혁, 변화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보면 보수는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의 정도가 적은 상황을 선호한다라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이처럼 '하던 대로 하는 것'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장비가 나와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줄 수도 있는데 이전 방식을 고수하는 이도 있고요. 반대로 새로운 것을 덥석 받아들이고 과거를 쉽게 잊는 사람들도 공존하죠. 이 두 가지 늘 부딪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인지도 모르겠네요.
철학에서는 이 말을 극도로 경계하죠. 뭐든지 의문을 품으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밥 먹을 때 숟가락으로 먹는 게 맞아? 국가가 꼭 있어야 해? AI가 진짜 좋기만 한 거야? 이렇게 말이죠. 이런 맥락에서 보면 철학은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네요.
철학은 그런 의심을 통해 '하던 대로 하는 것'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합니다. 대안은 없는지,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예전부터 그렇게 했으니까 그냥 따라 하게 된 것은 아닌지 하고 묻죠. 아마 마지막 질문이 가장 난해하기도 하고 이 표현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듯하고요.
사람의 인생이 바꾸는 방법 중 하나로 습관을 꼽습니다. 습관이 어느 특정한 방향을 가리킨다고 한다면 습관을 바꾸는 것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죠. 하지만 습관을 바꾼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관성, 귀찮음, 의지부족, 남의 눈치 등 습관 변화를 꾀하기 위한 장애물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고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하던 대로'에서 '하던'에 주목해 보는 일이죠. 그 일이 나와 타인 등에 유익한 일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걸 판단하면 하던 대로 하는 방식에 대한 물음의 답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전 개인적으로 하던 대로 하는 것을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습관처럼 하던 대로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은 맞지만 생각을 하던 대로 하면 읽는 맛도 쓰는 맛도 사라질 것 같거든요. 몸은 여러 제약으로 하던 대로 하더라도 생각만은 그 울타리를 벗어났으면 합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제 두 번째 책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 표지를 공개합니다. 웃으시라고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