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최백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최백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nHnfR0 wdXU? si=rN0 sZwtg5 YDqR70 z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최백호의 <낭만의 대하여> 가사 중 -
최백호는 1976년 데뷔했습니다. 본래는 마라톤 선수였는데 혹사로 인해 그만두었다고 하네요. 제대 후 부산의 음악 살롱을 전전하던 중 서울로 상경해 가수 데뷔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1979년 <영일만 친구>라는 곡으로 TBC 방송가요대상 남자가수상을 수상했죠.
1983년에는 <고독>이라는 곡으로 MBC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남자가수상을 수상했고요. 1988년 <시인과 촌장> 앨범을 내고 미국으로 떠납니다. 미국 LA에서 한인방송국 라디오 DJ로 활동합니다. 1990년 귀국하여 활동을 재개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94년 발매한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1996년 KBS 드라마 <목요탕집 남자들>에 OST로 삽입되어 많은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부터 '낭만시대'라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공연기획사 '브라소닛'과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까지 19개의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1950년생으로 올해 나이 76세이지만 나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너튜브에 오늘 소개할 노래를 기타 반주로만 부르는 영상이 있는데, 한 마디로 예술입니다. 그의 특유의 텁텁한(?) 목소리와 연륜이 더해져 리스너의 귀를 즐겁게 합니다. 천상 음악인이라는 말 밖에.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낭만에 대하여'입니다. 멋지죠? 낭만의 사전적 정의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예전에 영어로 Romantic에 대해서 설명해 드린 바가 있는데 쉽게 말해 현실의 범주는 넘어선 것이라고 정리해 봅니다.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부분입니다. 지금 화자가 있는 다방에서 본 밖의 모습은 날이 흐리고 침침하게 비가 오래 내리고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해질 법하죠. 도라지 위스키를 한 잔 시켜 봅니다. (참고로 미군들이 일본에서 들여온 토리스 위리스의 짝퉁 브랜드가 도라지 위스키입니다.) 음주가 되었으니 이제 가무가 필요하겠죠. 짙은 색소폰 소리가 들려옵니다. 캬~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를 실제로 팔았다고 합니다. 술을 파니 마담이 등장. 두둥. 음주가무에 마담까지 등장하며 구성이 잘 갖춰졌습니다. 노래는 끊임없이 흐릅니다.
2절을 볼까요.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부분입니다. 마지막 배가 항구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돌아올 사람은 없습니다. 잃어버린 청춘인지 시간인지 알 수 없죠. 그래서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애잔하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부분입니다. 첫사랑의 그 소녀가 문득 생각납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는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죠. 세월 앞에 장사가 없으니 생사여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또 한 번 저 멀리서 뱃고동 소리가 들려오죠. 구슬프기까지 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부분입니다. 화자는 많은 세월을 보내온 듯 나이가 꽤나 있어 보입니다. 실연을 아픔이나 슬픔이라고 말하지 않고 달콤함이라고 말하는 정도의 여유도 경험도 갖추었죠. 그렇다 해도 쓸쓸하고 착잡한 마음은 잘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뭘 잃어버린 것일까요? 바로 제목에 있는 '낭만'이 아니었을까요.
음. 오늘은 '다방'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요즘은 방 구하는 앱이 이 명칭을 쓰고 있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쉴수록 꾸며 놓은 차나 음료 따위를 판매하는 곳을 말하죠. 지금은 유물이 되어버렸죠. 안타깝습니다. 그 자리는 우후죽순 늘어선 커피숍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국내 커피숍 수가 10만 개에 육박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편의점보다도 많다고 하데요. 우리나라가 커피를 그리도 사랑하는 민족이었는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즘 커피값이 꽤나 비싸죠? 기후 변화로 작황도 떨어지고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중국 사람들이 커피 맛을 알기 시작하면서 수요 공급 법칙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역시 중국이 참전하면 살아남는 꼴을 못 봤네요.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늘어나는 커피숍을 보면서 드는 제 나름의 감상평이랄까요. 동네 아주머니가 하는 한 평 남짓의 커피숍부터 몇 층높이로 우뚝솓은 커피숍까지 그 모습도 천태만상입니다. 최근에는 스벅이 카공족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죠. 커피숍에서 프린터까지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추태를 어찌하오리까.
커피숍이 이렇게 많기 전에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밤 먹고 나면 소화시킨다고 노래방 가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전에는 딱히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방이었겠죠? 저는 대학생 때 블랙커피라는 것을 처음 접해 보았는데요. 그때는 일명 경양식집에서 커피를 팔았는데, 후식으로도 나왔고 지금의 커피숍 같은 개념이기도 했습니다. 설탕을 세 번, 네 번 넣어서 먹던 그때의 추억이 선하네요. 하하하.
저는 커피숍을 보면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됩니다. 무슨 말들을 저리도 많이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죠. 인터넷에 카톡에 SNS에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이 이전보다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사람들은 밥만 먹으면 커피숍을 향해 달려갑니다. 커피가 고픈 게 아니라 이야기가 고파서는 아닐까요?
한 때 남자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이분법이 작동하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남자고 여자고 술 좋아하면 술 먹으면서, 술 못 먹으면 차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죠. 사실 술 먹으면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다음 날이 되면 잊힙니다. 그러나 커피와 차는 마시면서 나눈 대화에 좀 남는 게 있죠. 물론 시간 때우기 가십 위주의 이야기가 범람하는 것도 맞지만요.
물론 업무차 식사 후 커피숍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휴식이나 대화를 위해서 커피숍을 찾습니다. 원래 낭만이라는 한자는 '물결랑'에 '흩어질 만'이라는 글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멋대로라는 뜻입니다. 어떤 규율이나 속박에 묶이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죠.
커피숍이 이런 낭만의 의미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조금은 있는 듯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낭만은 '재지 않는 자세'입니다. 남들이 보니까 이 나이 정도 됐으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지 않고 그냥 무언가를 하는 힘 같은 거죠. 정형화된 일상에서 잠시 그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본래 모습, 재지 않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꺼낼 수 있는 장소가 어찌 보면 커피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우리는 낭만 자객으로 돈키호테를 자주 거론하는데요. 만약 자신의 싸움 실력과 승패 등을 미리 재고 꽁무니를 뺐더라면 우린 그를 낭만 자객이라고 칭하진 않았겠죠. 불가능에 가까운 볼품없는 전투 실력을 가지고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앞으로 돌진하는 익살스러운 모습에서 우린 낭만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죠.
네. 책이 안 팔리는 시대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맥을 못 추긴 마찬가지입니다. 100권 팔리던 게 10권 밖에 안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브런치를 보면 적지 않는 사람들이 글을 씁니다. 책을 내고요. 다 성공하려고 그럴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아닙니다. 글발이 이 정도이고 성공 가능성이 낮아도 즐거운 마음으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브런치의 돈키호테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하하.
우린 나이가 들면서 세상살이를 좀 알게 됩니다. 특히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별하죠. 그래서 실패 가능성이 낮은 일에는 좀처럼 손을 뻗질 않죠. 그래서일까요. 낭만이 사라지고 있죠. 먼 훗날 이 노래의 화자처럼 세월에 떠밀려간 낭만을 찾아 헤매지 않으려면 도전하셔야 합니다. 뭐에 대해. 불가능에 대해서요. 여러분 각자가 가진 낭만을 응원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나이가 좀 들면 이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러봐야지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흉내를 내도 맛이 안 살아서요. 이 노래는 다른 가수들이 제법 부르는 걸 들어봤는데 원곡 대비 그 맛이 안 삽니다. 신기한 곡이에요. 양희은 씨 노래류도 그런 특징이 있죠. 그 자체가 낭만보이라 서라고 급결말을 내리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