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이건우 작곡 김범룡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영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IfMOqAHO0? si=buluUtC9 HGVbbL_c
크게 한번 웃어봐
멀리 앞을 바라봐
나 혼자면 어때하고 생각해
남자답게 그렇게
- 김영배의 <남자답게 사는 법> 가사 중 -
김영배는 1994년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반으로 활동하며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웁니다. 1977년부터 연극배우로 본격 활동을 시작했고 마침내 1983년 KBS 공채 10기 탤런트가 되죠. 1990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조연을 맡아 영화에 첫 출연하게 됩니다.
1993년 MBC <한 지붕 세 가족>에서 기타를 치는 순박한 무명 가수 역으로 유명세를 탑니다. 그리고 이듬해 년 MBC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에 제비족으로 출연하게 되면서 가수로서 러브콜을 받게 되죠. 드라마에서 무명가수와 제비족으로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어필하는 데 성공한 것이죠.
그는 1994년 정규 1집을 발매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가 여기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이 노래가 나올 때가 IMF 금융위기 때여서 직장을 잃은 남성들에게 위로송으로 많이 불렸습니다. 당시 트로트 부문에서 10주간 1위를 하기도 했죠.
1집의 성공에 힘입어 1996년 2집을 발표했지만 소속 음반사가 부도가 나며 앨범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사장되었다고 하네요. 가수가 안 되면 연기하면 되니깐 절차부심하다가 2002년 3집을 발표하며 재기를 꿈꾸지만 큰 반향은 없었고 그의 가수 투잡도 마무리됩니다. 원히트원더의 전형으로 남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남자답게 사는 법'입니다. 어떤 게 남자다운 것일까요? 반대로 여자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그런 게 있다면 지금에도 유용할까요?
'오줌 싸지 않기 늦잠자기 않기 남자답게 그렇게/ 말썽피지 않기 허풍 떨지 않기 남자답게 그렇게/ 크게 한번 웃어봐 멀리 앞을 바라봐/ 나 혼자면 어때하고 생각해 남자답게 그렇게'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부분인데요. 첫 가사인 오줌 싸지 않기라는 가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뭔가 전체적인 맥락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죠. 저는 이 부분의 가사를 아이들이 부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는데요. 오줌->늦잠->말썽->허풍 순으로 생애주기별로 남자답지 않은 모습을 대표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술 마시지 않기 방황하지 않기 다짐했던 나지만/ 앞에 가는 연인 너무 다정해서 내 마음이 흔들려' 부분입니다. 밀려오는 외로움을 잊어보려 애써왔던 화자이지만 사이좋은 연인을 보자 마음이 흔들립니다.
'나에게도 한때 사랑했던 여인 추억들도 많지만/ 내 곁에서 이미 떠난 간 지 오래야' 부분입니다. 왕년에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으며 지난 시절을 떠올려 보죠.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죠.
'지금 이 시간 내가 슬퍼한다고 해도/ 누구 하나 위로해 줄 사람 없잖아' 부분입니다. 신세한탄이 이어집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앞만 보고 걸어가 멀리 앞을 바라봐/ 내 모습이 성공으로 빛날 때/ 사랑해도 늦지는 않아/ 크게 한번 웃어봐 멀리 앞을 바라봐/ 나 혼자면 어때하고 생각해 남자답게 그렇게' 부분입니다. 아마도 화자는 지금은 사랑을 시작하기엔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죠. 성공 후 연애를 꿈꾸고 있죠. 한 마디로 하수입니다. 하하하. 때를 정해서 사랑을 하다니. 화자는 남자는 혼자서 잘 버텨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지니고 있네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음. 오늘은 '답게'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답게라는 말은 이데아론을 연상시킵니다. 순결무구한 이데아의 세상이 있고 현실의 사물들은 그것을 추종한다는 의미죠. 무언가 우리의 판단의 기준점이 주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그 기준에 다가갔을 때 우리는 00답다라고 표현합니다.
어른답다. 친구답다, 연인답다, 선생답다 등등 답다를 붙여서 쓰인 말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른이란 이러해야 하고 친구란 저러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이미 박여 있는 것이죠. 현실에서 그 모습에 다가가는 것 같을 때 우린 이 표현을 빌려 씁니다.
어찌 보면 답다는 세상에 없는 말입니다. 비슷하긴 한데 원형은 아니거든요.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린 원형에 다 갈 수 있을 뿐이죠. 그러서 모방 제품만 한참 구경하다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원리입니다.
답다는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대변해 주기도 합니다. 00답다에서 00의 개념을 확립해야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죠. 00의 개념이 확립되었다는 것은 그것은 그래야만 한다는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요. 이 경우 그것을 수정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세상의 편의에 따라 환경에 따라 00다움의 모습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필요하던 시절에는 엉덩이가 풍만한 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서 미인답다고 말했을 거고요. 지금은 스키니 한 몸매를 가진 여성들이 각광을 받으며 미인형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나답지 못했다.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를 어떤 상자에 가두는 것과 같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시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과거의 나를 끄집어내서 지속하겠다고 발버둥 치는 형국으로 볼 수도 있거든요. 2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만 다른 존재인 것이죠.
이상적인 것을 상정하고 그것을 쫓아가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멘토라는 개념일 겁니다. 현명하고 동시에 정신적으로나, 내면적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님,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이죠. 멘토라는 단어는 〈오디세이아 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인 멘토르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반대말로는 멘티가 있습니다. 멘토-멘티가 한 번 형성되면 그걸 뒤집긴 어렵죠.
우상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을 뜻하죠. 우상 숭배라는 표현으로 자주 쓰이는데 긍정적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강합니다. 신이 아닌데 신처럼 섬기기 때문이죠. 누군가를 우상이라고 상정하면 그것을 뛰어넘을 생각을 사전에 차단하게 되는 효력이 발휘됩니다.
이 노래에서는 답게 앞에 남자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남자답게의 개념이 없진 않죠. 여자답게라는 표현도 있고요. 그런데 늑대소년에서 보듯 성이라는 개념의 대부분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형성된 성교육과 문화가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만약 우리가 태어났는데 남자가 치마 입고 여자가 바지만 입고 있는 세상이라면 격하게 말해서 그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요? 하하하.
마지막 가사에 보면 '나 혼자면 어때하고 생각해 남자답게 그렇게'가 나오는데요. 나 혼자도 괜찮다는 게 여자와 남자를 구분할 정도의 표현은 아니죠. 뭐 이 노래가 발매될 당시만 해도 그런 사회적 함의나 문화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지만요. 화자가 그렇게 생각하고 후일을 도모하며 지금은 사랑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가사죠.
자유를 지향하는 인간은 답다의 굴레에 갇히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게 정답이 없듯이 인생답다고 말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답다를 머릿속 사전에서 지우고 그저 현실을 응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는 짜장 먹고 오늘은 짬뽕 먹고 싶어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인데 나를 짜장이나 짬뽕으로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백번 양보해서 중국집을 한 때 선호했다 정도로 단도리치면 좋을 것 같군요. 하하하.
내란 사태를 보면 국가가 국민을 지켜줘야 하는데 거꾸로 국민이 국가를 지켜줬죠. 국민은 무조건 국가가 지켜준다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야 국가 이전에 국민이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강한 나라에 읍소하는 것이 약소국답다고 말한다면 그 나라는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죠.
답게 살지 말고 그냥 살아보아요. 답게에 자신을 스스로 가둬두지 말아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이데아라는 허상을 쫓지 말고 내 발아래 현실을 그냥 목도하면 됩니다. 00답게 행동했고 우쭐할 이유도 00답지 못했다고 자책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살면 됩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세상이 어지러운 까닭은 세상 그 자체보다는 그 세상을 판단하는 우리의 다움정신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꼭 그래야만 온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죠. 모두가 저마다의 다움을 부르짖기에 뭐가 맞는지조차 불분명하죠. 답다의 함정에 빠지지 맙시다. 으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