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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

작사 장경수 작곡 함성필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윤수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d6P_RFK4 HsM? si=n4x6 km2 BjhFiQClb

https://youtu.be/7 fxrdiq06 bY? si=bTHCoEhhaE3 rlV-1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그 시절 그 추억이

또다시 온다 해도

사랑만은 않겠어요


- 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 가사 중 -




윤수일은 1977년 데뷔했습니다. 우리들에겐 <아파트>라는 곡으로 각인이 되어 있죠. 아시다시피 최근 로제와 부르노마스가 부른 노래도 같은 제목이었는데요. 그래서 이 노래가 동시 소원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미국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혼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못했던 탓에 일반적인 경로를 포기하고 가수가 되기로 하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엔젤스'라는 밴드를 꾸려 지역 공연을 시작합니다. 1976년 신중현 씨가 있는 <골든 그레이프스'에 합류합니다.

그러다가 1977년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나가게 되면서 가수로 발탁되죠. 그의 스타성을 알아본 건지 팀명도 '윤수일과 솜사탕'이라고 짓죠. 1집의 9곡 중 8곡은 밴드의 리더인 건반 함정필이 만들었고 딱 하나 안치행이 작곡한 곡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죠.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윤수일밴드를 결성해 윤수일밴드 1집을 발매합니다. 1982년 2집에 우리가 다 아는 <아파트>라는 곡이 실려 있습니다. 강남에 아파트가 드러설 당시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해집니다. 2014년까지 24집을 발매한 것으로 나와 있네요. 올해도 새 앨범을 발매했다고 검색됩니다. 와우.

지금까지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며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록 트로트의 창시자 정도의 타이틀을 달아주어도 어색하지 않은 가수라는 생각이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만은 않겠어요'입니다. 제목이 왠지 강렬하죠. 하하하. 얼마나 사랑에 데었으면 다른 건 해도 사랑만은 안 한다고 말하는 걸까요? 사연을 쫓아가 보시죠.

가사 길이가 역대급입니다. 딱 두 단락이 끝입니다. 이론.

'이렇게도 사랑이/ 괴로울 줄 알았다면/ 차라리 당신만은/ 만나지나 말 것을' 부분입니다. 사랑은 달콤 살벌하죠. 달콤하기만 하면 좋은데 그 반대 얼굴도 어김없이 드러내죠. 누군가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만큼 외로움을 더욱 느끼게 되는 이상한 매력을 내뿜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화자는 이럴 줄 알았으면 만나지도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그 시절 그 추억이/ 또다시 온다 해도/ 사랑만은 않겠어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에서 무를 수 없다는 것이요. 그래서 다짐합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사랑만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요.

얼마나 사랑에 상처를 입었길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가 아니라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사랑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걸까요? '괴롭다'는 몸과 마음이 편치 못하고 고통스럽다는 의미인데요. 사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양면성에 치가 떨리는 것이죠. 가시 돋친 장미처럼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그 자체인데 가까이 갈수록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 사랑만은 않겠다는 울부짖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네요.


음. 오늘은 '그 시절 그 추억이/ 또다시 온다(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들 이런 질문을 주고받을 때가 있죠. 우리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고요. 아마도 우리가 우리 인생에 후회하는 지점을 말하는 거겠죠.

누군가는 학창 시절로 돌아가 못 해 본 공부를 더 해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특정 시점에 인생의 선택을 다른 것으로 해 보고자 한다고 말할 겁니다. 특히 사랑과 관련해서 지나고 가보니 진국이었던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심심풀이 땅콩이 튀어나올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을 돌려보는 상상을 통해서 의외의 소득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철없고 경험이 없어서 놓쳤던 무언가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노라는 다짐이 있을 수 있어서죠. 누군가에겐 '꼭' 누군가에겐 '절대'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영화를 보면 시간을 거스르는 자가 주인공으로 나오곤 합니다. 불행한 사건을 돌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가서 다른 선택들을 해보며 현재의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하게 되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이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도 겁나 빠르게 날으며 시간을 역행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럽고 황망한 죽음 같은 것을 볼 때 우리는 이런 충동을 느끼게 될 겁니다. 빌런들처럼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순 없기에 살아 있을 때 더 잘해줄 걸이라는 한탄과 후회가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실제론 더 잘해 줬어도 더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되돌리고 싶은 시절이나 순간은 우리 인생의 특이점이었을 겁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다른 길로 흘러왔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죠. A가 아닌 B 대학을 갔더라면, A학과가 아닌 B 학과를 선택했더라면, 배우자로 A가 아닌 B와 짝을 맺었더라면 뭐 이런 식이죠.

당시에 그 선택이 우리를 이 자리로 오게 할 줄 알았다면 당연히 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었겠죠. 이런 선택들이 몇 개만 쌓여도 우린 무언가를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굉장히 신중 모드를 취하게 됩니다. 선택의 무서움과 후과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말이죠. 인생이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흘러간들 좋기만 할까요? 특히 사랑에 관한 한 실패로 결론이 나더라도 저는 '그 시절 그 추억이 또다시 온다면' 그리 하는 것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는 그런 실패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자체보다 해석에 있는 셈이죠.

이 질문을 통해 지금의 나를 보게 됩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 지금 나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죠. 그것만 시간을 역행해서 고쳐버리면 삶의 만족도가 상승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죠. 이것 바꾸면 저것도 바꾸고 싶고 저것 바꾸면 그것도 바꾸고 싶죠.

몇 자 안 되는 이 노래 가사를 보다가 '당신만은 만나지 말 걸'에서 '당신만은'을 되내기게 되더군요. 사랑이라는 것을 후회하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라는 의미죠. 사랑을 안 하겠다 보다는 그 사람과는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고 읽어야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크나큰 고통을 안겨 준 상대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일까요? 사랑만은 않겠다는 제목이 사랑을 제대로 해 보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애증의 감정이 느껴지면 다른 건 다 되어도 사랑만은 안 된다고 말했겠어요. 이토록 사랑이란 얄궂습니다. 여러분들은 '그 시절 그 추억이 다시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렵니까?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직업 선택과 관련하여 특이점을 찾으라면 대학교의 과일 텐데요. 입버릇처럼 돈 걱정 없이 살 형편이 되면 보컬과 나 실용음악과를 가고 싶었던 1인이었습니다. 하하하. 현실적으로는 무언가를 평생 공부하는 학자가 적성에 딱이라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말이죠. 하하하. 여러분들은 뭘 하고 싶으셨어요? 지금 그걸 하시고 있나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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