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의 강물

작사/작곡 이수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수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_thW-7 KdWA? si=5 MOdXxzCHxw1_0bq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 이수인의 <내 맘의 강물> 가사 중 -




이수인은 경상남도 출신의 작곡가입니다. 가야금을 좋아했던 초등학교 교사 아버지에 의해 음악에 입문했다고 하죠. <아빠의 얼굴>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등 500여 곡의 동요와 15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습니다. 1965년 마산 어린이방송국 합창단은 물론 한국 최초 어머니 합창단을 만들어 1967년 청와대에서 육영수 영부인 앞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라벌 예술대학교 작곡가 출신입니다. 서라벌대학은 1953년 개교한 대한민국의 예술 대학교인데요. 수많은 문인들과 배우들의 산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2년 중앙대학교에 인수되었다고 하네요. 졸업 후 중, 고교 음악 교사를 지냈고요. 1968년 KBS 어린이합창단 지휘를 맡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곡은 1991년 발표한 가곡입니다. 성악가들의 입문 과정에 꼭 담기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저한테는 가곡에 눈을 뜨게 한 곡이죠. 여러 성악가들이 부른 영상이 있어서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이 노래가 소프라노보다는 테너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이수인은 2012년 세일 한국가곡상, 1984년 대한민국 방송음악 대상, 1988년 대한민국 동요작곡 대상 등 수많은 수상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2021년 작고를 하셔서 지금은 그의 노래만이 남아 있죠. 8090년대 피아노학원을 다닌 사람들은 '이수인의 동요곡집'을 연습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내 맘의 강물'입니다. 제목부터가 상당히 시적이죠. 여러분 마음속에도 강물이 흐르고 있나요? 하하하. 강물은 흘러야 제 맛이죠. 흐르고 흘러 바다로 나아갈 임무가 있죠. 왜 작곡가는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을까요?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가 첫 가사입니다. 과거는 지나갔어도 내 마음의 강물은 계속 흐른다고 표현하고 있죠. 기억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과거라는 시간이 현재의 나를 만든다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국마다 맘 아파도' 부분입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것으로 읽히네요. 앞부분은 인생의 좋은 날, 뒷부분은 인생의 힘든 날을 은유한 듯하죠. 또는 여기서 구름은 잡을 수 없는 세월을 뜻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부분입니다. 긴 시련을 딛고 비 온 뒤 한층 단단해진 진주알의 영롱함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지금은 없지만 그 시절을 보낸 기억의 강은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죠.


음. 오늘은 제목인 '내 맘의 강물'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저는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이 노래에서 내 맘의 강물의 속성은 오로지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끝없이 흐른다는 점에 주목해서입니다.

시간마저도 막을 수 없는 내 마음의 강물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에 탄압을 받던 독립투사들이 떠오르는데요. 총과 칼에 맞서 굴하지 않고 내 조국 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 하나로 홀연단신 도시락 폭탄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기도 하고 남의 나라 땅에 가서 군대를 만들며 절차탁마를 했죠.

이러한 애국자들은 목숨이 붙어있는 한 광복에 대한 염원을 저버릴 수 없었던 것이죠. 그 꺾기지 않은 마음이 바로 끝없이 흐르는 '내 맘의 강물'을 연상시킵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는 혹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떤 절대 가치를 향한 마음 말이죠.

내 맘의 강물에서 내 맘과 강물은 같다는 등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강물이 끊임없이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처럼 내 마음도 어디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변화무쌍합니다. 좋은 걸 보면 마음의 강물이 잔잔해지고 나쁜 걸 대하면 마음의 강물도 요동치는 식이죠.

노래에서 주로 다루는 사랑이나 이별 역시 그러한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을 마음에 담았다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랑이 되어버리는 이별의 마음으로 어느새 변질되어 버리죠. 인간의 마음은 한결같음을 지향하지만 실제는 화장실 갈 때 마음과 갔다 와서 마음이 다른 것처럼요.

인생을 살면서 초심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처음의 마음을 끝까지 유지해 나가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일 테니까요. 물리적으로 살아있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마음도 존재한다는 의미일 테고요. 그 마음은 고정되지 않고 늘 흐르며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이 노래에서 강물은 과거를 뒤로 하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상관없이 말이죠. 자살방지송으로 채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네요. 우리의 생명은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해서입니다.

지금, 여기는 과거에서 온 것이고 동시에 미래로 떠날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수없이 많은 날들 거쳐 당도한 곳이죠. 지난 시간 동안 특별한 이벤트가 있던 날도 있었을 겁니다. 그걸 이 노래에서는 자욱이라고 하고 우린 흔적이라고 부르죠. 그 흔적을 더듬는 일을 기억이라고 하고 말이죠.

그러한 지난 과거는 뜬 구름과 같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흔적은 내 몸 구석구석에 알알이 맺혀 있습니다. 불에 덴 상처, 수술한 자욱같이 외형적인 것은 물론 무언가를 유독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향 등 내면적인 것까지 말이죠. 이왕이면 과거의 흔적이 지금의 삶에 긍정적으로 남아 더욱 빛나면 좋겠죠.

끝없이 흐르는 강물의 끝엔 바다가 있습니다. 모든 강물은 바다로 모이죠. 세상에 흐르는 강을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큰 바다에게 만나게 되는 존재들입니다. 발원지가 아시아든 아프리카든 유럽이든 인종, 국경, 나이 등에 상관없이 바다에서 만나 해류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강물의 종착지가 뜻하는 것은 연대 혹은 관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우리가 사는 동안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이런 것들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네요.

살아 있는 동안 피는 온몸에 휘감고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피가 멈추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죠. 마음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강물처럼 끝없이 흘러야 건강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는 그걸 보고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한다고 야유와 비난을 보낼 수 있을지 몰라도 강물은 우물처럼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어디론가 흘러야 정상입니다.

한 사람만 지고지순하게 바라보는 우물 같은 사랑, 사랑과 이별을 넘나드는 강물 같은 사랑 중 이러한 마음의 속성을 십분 이해한다면 후자에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의 맘의 강물은 지금 어떤 상태로 어디를 향해 흘러가고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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