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는 남매 혼성 듀오입니다. 처음에는 '악동뮤지션'으로 활동을 했는데 인지도가 좀 있다고 판단했는지 2019년부터 영어 약칭인 'AKMU(악뮤)'으로 공식 활동명을 변경했다고 하네요. 악동에 '동'자가 성인이 된 이찬혁과 이수현 씨와 어울리지 않는다나 뭐라나.
악뮤는 벌써 10년 전인 2013년 K팝 스타 시즌2에 출연하면서 알려진 듀오입니다. 우승까지 했더랬죠. YG와 계약을 했고요. 이 노래는 그래도 최근에 해당되는 2019년에 발표된 곡입니다. 이찬혁 씨가 당당히 해병대에 자진 입대하고 나서 나온 노래입니다. 역시 군대를 갔다 와서 낸 음반이어서인지 노래가 한층 성숙해진 듯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로 가 보시죠.
노래 제목이 참 깁니다. 하마터면 제목에 다 못 넣을 뻔 했습니다. 악동뮤지션이 아니라 악뮤라서 저를 살렸습니다. 하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무려 19자입니다. 한 자인 노래 제목에 비하면 19곡에 해당되는 제목 길이네요. 당분간 이 곡을 넘어서긴 어려울 듯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시적인 내음을 풍기네요. 첫번째 가사 부터 살펴보죠. 저는 도입부가 참 좋은데요.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너를 바라본다/ 옆자리 허전한 너의 풍경/ 흑백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본다' 연인 사이에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난 저 사람 없으면 어떻게 살까 하고요. 그래서 상대방에게서 내가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거죠. 아마도 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건지도 모르지만요. 제가 이 가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랑을 '상대방이쓸쓸하지않도록 지켜주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듯 해서 입니다.
늘 익숙한 듯 옆에서 나란히 걷던 상대방이 사라진 잠깐의 틈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뭐하나 하고 뒤를 돌아보게 되는 상황이죠. 그런데 그 장소가 흑백거리입니다. 뭘 상징하는 걸까요?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루어진 거리가 아니라 모든 색이 바래서 흑백으로 보이고 있는 상황이죠. 네 전 이별이 먼 발치에 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없는 처연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단어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이별을 직면하면 내가 이러려고 지금까지 어렵고 힘든 일도 버텼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별이란 그 수많은 시간들을 한 순간에 의미없게 만들어 버리는 괴팍한 놈이니까요. 그래서 그동안 어떤 힘들 일도 이별에 비할 바가 아니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가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주마등'입니다.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보다' 원래 주마등은 종이나 천으로 등불을 감싼 형태인데요. 여기서 주마등은 그런 물건으로 인식되는 게 아니라 사물이 덧없이 변해 돌아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라고 말할 때 주마등 말입니다. 상대와 함께 했던 수 많은 장면을 찰나의 순간에 기억해 내는 거죠. 왜 그랬을까요. 이별 앞에서 지난 시간을 더듬는 행위가 아니었을까요. 작사가의 이러한 발상 칭찬합니다. 하하.
긴 제목은 노래 가사로도 2번이나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까 상당히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가사에서 힌트를 얻었네요.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텐데'라는 가사에서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바다에 비유했죠. 아무도 안 먹어본 좋은 고기 잡겠다고 뭍에서 바다로 멀리 나가수록 뭍으로 돌아오는 길은 점점 요원해지죠. 그렇습니다. 널 사랑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방향을 추구했는데 이별은 그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라고 말하는거죠.
그래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할 수 있어라는 명문장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널 사랑하는 방향의 정반대로 향하는 이별까지 사랑하는 것은 마치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밀라는 말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어떠세요? 제 해석에 여러분들은 동의하시나요?
노래를 듣다보면 중간중간 아무 가사도 없이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도 그런 경우입니다. 요즘 노래들은 숨 쉴 틈을 안 주는 경우가 많자나요? 하하. 하루 종일 볼륨을 낮춰서 배경 음악으로 깔아놓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자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제 듀엣곡도 3곡 남았네요. 제 맘대로 선정이라 다들 어떠신지 궁금할 따름이네요. 저는 100곡의 몇 배수를 쓴 다음에 이 중에 엑기스만 골라서 전자책이나 POD를 나중에 발간할 계획입니다. ㅎㅎ. 그럼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길. Coming Soon~ (NO.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