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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04. 2023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한거지>

작사/작곡 이찬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악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Vpmk8v7s2c

흑백 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본다

...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본다

...
그때 알게 되었어

난 널 떠날 수 없단 걸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


-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한거지> 가사 중 -




일부러 너의 뒤를 걸어봤어

내가 없는 너의 모습을 그려보려고

넌 내가 옆에 없다는 걸 눈치채고

금새 뒤를 돌아봤지


아무런 말 없이

적막한 길을 걷고 또 걸어

이 길의 끝엔

이별이 기다리고 있겠지


주마등을 보며

주마등처럼 지나간

우리 이야기를 떠올려봐


난 널 떠나기가

죽을만큼 싫다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어


우리 사이 어떤 힘든일도

이별보다 힘든 것은 없었지


마음이 이렇게 찢어지고 아픈데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별까지 사랑할 순 없잖아


이별이란 게

서로가 사랑한 만큼

시간을 거스르는 일이잖아

우리가 어떻게 그 길을...




악뮤는 남매 혼성 듀오입니다. 처음에는 '악동뮤지션'으로 활동을 했는데 인지도가 좀 있다고 판단했는지 2019년부터 영어 약칭인 'AKMU(악뮤)'으로 공식 활동명을 변경했다고 하네요. 악동에 '동'자가 성인이 된 이찬혁과 이수현 씨와 어울리지 않는다나 뭐라나.

악뮤는 벌써 10년 전인 2013년 K팝 스타 시즌2에 출연하면서 알려진 듀오입니다. 우승까지 했더랬죠. YG와 계약을 했고요. 이 노래는 그래도 최근에 해당되는 2019년에 발표된 곡입니다. 이찬혁 씨가 당당히 해병대에 자진 입대하고 나서 나온 노래입니다. 역시 군대를 갔다 와서 낸 음반이어서인지 노래가 한층 성숙해진 듯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로 가 보시죠.

노래 제목이 참 깁니다. 하마터면 제목에 다 못 넣을 뻔 했습니다. 악동뮤지션이 아니라 악뮤라서 저를 살렸습니다. 하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무려 19자입니다. 한 자인 노래 제목에 비하면 19곡에 해당되는 제목 길이네요. 당분간 이 곡을 넘어서긴 어려울 듯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시적인 내음을 풍기네요. 첫번째 가사 부터 살펴보죠. 저는 도입부가 참 좋은데요. '일부러 몇 발자국 물러나/ 내가 없이 혼자 걷는 너를 바라본다/ 옆자리 허전한 너의 풍경/ 흑백거리 가운데 넌 뒤돌아본다' 연인 사이에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난 저 사람 없으면 어떻게 살까 하고요. 그래서 상대방에게서 내가 없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거죠. 아마도 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건지도 모르지만요. 제가 이 가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사랑을 '상대방이 쓸쓸하지않도록 지켜주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듯 해서 입니다.

늘 익숙한 듯 옆에서 나란히 걷던 상대방이 사라진 잠깐의 틈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뭐하나 하고 뒤를 돌아보게 되는 상황이죠. 그런데 그 장소가 흑백거리입니다. 뭘 상징하는 걸까요?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루어진 거리가 아니라 모든 색이 바래서 흑백으로 보이고 있는 상황이죠. 네 전 이별이 먼 발치에 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없는 처연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단어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이별을 직면하면 내가 이러려고 지금까지 어렵고 힘든 일도 버텼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별이란 그 수많은 시간들을 한 순간에 의미없게 만들어 버리는 괴팍한 놈이니까요. 그래서 그동안 어떤 힘들 일도 이별에 비할 바가 아니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가사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주마등'입니다. '주마등이 길을 비춘 먼 곳을 보다' 원래 주마등은 종이나 천으로 등불을 감싼 형태인데요. 여기서 주마등은 그런 물건으로 인식되는 게 아니라 사물이 덧없이  변해 돌아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라고 말할 때 주마등 말입니다. 상대와 함께 했던 수 많은 장면을 찰나의 순간에 기억해 내는 거죠. 왜 그랬을까요. 이별 앞에서 지난 시간을 더듬는 행위가 아니었을까요. 작사가의 이러한 발상 칭찬합니다. 하하.

긴 제목은 노래 가사로도 2번이나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까 상당히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가사에서 힌트를 얻었네요.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텐데'라는 가사에서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바다에 비유했죠. 아무도 안 먹어본 좋은 고기 잡겠다고 뭍에서 바다로 멀리 나가수록 뭍으로 돌아오는 길은 점점 요원해지죠. 그렇습니다. 널 사랑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방향을 추구했는데 이별은 그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라고 말하는거죠.

그래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할 수 있어라는 명문장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널 사랑하는 방향의 정반대로 향하는 이별까지 사랑하는 것은 마치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밀라는 말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어떠세요? 해석에 여러분들은 동의하시나요?

노래를 듣다보면 중간중간 아무 가사도 없이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도 그런 경우입니다. 요즘 노래들은 숨 쉴 틈을 안 주는 경우가 많자나요? 하하. 하루 종일 볼륨을 낮춰서 배경 음악으로 깔아놓으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자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제 듀엣곡도 3곡 남았네요. 제 맘대로 선정이라 다들 어떠신지 궁금할 따름이네요. 저는 100곡의 몇 배수를 쓴 다음에 이 중에 엑기스만 골라서 전자책이나 POD를 나중에 발간할 계획입니다. ㅎㅎ. 그럼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길. Coming Soon~ (NO.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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