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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야의 <사랑만들기>

작사 이희승 작곡 조규만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파파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Rhc-Y6 Ql3 E? si=rTcXmf4 hcgo7-xAR

원한다면 난 얌전히 여자다운 숙녀처럼


너와 나의 짜릿한 그 밤에 영화 속의 그녀처럼


나 하날 니가 가진 걸로 행복할 거야


널 슬프게 했던 다른 사람들과 나는 다를 거야


- 파파야의 <사랑만들기> 가사 중 -




파파야는 2000년에 데뷔한 5인조 걸그룹입니다. 원성미디어가 소속사로 엄정화와 코요테와 한 솥밥을 먹었더랬죠. 팀명이 열대과일이었던 만큼 5명의 멤버별로 고유의 컬러와 과일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오렌지/주황색 뭐 이런 식으로요.

활동기간이 상당히 짧습니다. 대략 1년 반 가량이었습니다. 2000년에 1집을 발매할 때는 5명의 멤버로 시작했으나 2001년 2집을 낼 때는 3명으로 줄었죠. 강세정, 조혜경, 주연정은 1,2집 멤버이고, 황율미, 강경아는 1집에만 참여했습니다.

그녀들이 데뷔할 때 1세대 걸그룹이었던 베이비복스, SES, 핑클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었죠. 그 인기에 밀려 크게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만 나름 선전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집 타이틀 곡인 <내 예길 들어봐>는 이후 걸그룹 오 마이걸이 리메이크를 하면서 다소나마 설움을 풀었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녀들의 2집 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5인 체제였더라면 레게 장르로 쭉 밀고 나갔겠지만 3명이 되면서 콘셉트가 변경되며 탄생한 노래입니다. 하지만 돌연 각자 활동에 돌입하면서 소리소문 해체되는 불운이 찾아왔죠. 활동기간 내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론.

슈가맨에 나왔을 때 했던 증언에 따르면 강세정은 연기자. 조혜경은 트로트가수, 주연정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도 짧은 활동 기간이 다소 아쉬울 따름이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사랑만들기'입니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단박에 떠오르진 않습니다. 사랑의 실패로 인해 주저하는 남자를 화자가 달래 가며 사랑을 만드는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사랑을 망설일 이율 알아/ 지나간 사랑 탓인 걸/ 내 깊은 마음을 솔직히 말해도/ 넌 내 맘 믿질 않잖아/ 떠나간 사랑을 알아/ 지켜봐 그녀와 난 다를 거야/ 믿어봐 후회 않을 거야' 부분입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상대는 이별을 겪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믿지 못하는 병에 시달리고 있죠. 그렇게 꽁꽁 닫힌 마음에 문을 화자가 두드립니다. 여자라고 다 같은 여자가 아니라면서요.

2절을 볼까요. '철없는 귀여운 아일 보듯/ 넌 항상 웃어넘기지/ 떨리는 맘으로 고백을 해봐도/ 넌 그냥 흘려듣잖아/ 준비된 사랑인 거야/ 다시 봐 니 옆에선 내 모습을/ 오늘만 기다려온 나를' 부분입니다. 진심을 다해 상대에게 고백을 해 보지만 상대의 닫힌 마음은 쉽게 열린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장난스럽게 즉흥적으로 던지는 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원한다면 난 얌전히 여자다운 숙녀처럼/ 너와 나의 짜릿한 그 밤에 영화 속의 그녀처럼/ 나 하날 니가 가진 걸로 행복할 거야/ 널 슬프게 했던 다른 사람들과 나는 다를 거야' 부분입니다. 상대의 우려하는 바를 익히 알고 있어서인지 화자는 예전 그녀와 다를 거라고 강하게 어필해 봅니다. 팔색조처럼 변화를 꾀하며 심심하지 않게 해 주며 행복을 선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죠.

'우울할 땐 니 친구로 실수할 땐 누나처럼/ 특별한 날 섹시한 애인이 때론 어린아이처럼/ 이별로 끝난 사랑조차 다행인 거야/ 날 만나기 위한 행운이었다고 꼭 웃게 할 거야' 부분입니다. 네. 이별의 아픔이 있어야 새로운 사랑의 꽃이 피어오르죠. 지난 것은 지나간 대로 내버려 두고 지금의 화자를 봐달라고 하죠. 분명 후에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거라면서요.


음. 오늘은 가사 중 '이별로 끝난 사랑조차 다행인 거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사실종사건>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이별과 사랑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겪는 가장 역동적인 감정의 흔적이라서죠. 혹자는 한 번의 이별도 경험하지 않고 한 사람과 연을 맺고 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번의 이별과 몇 번의 사랑을 반복합니다. 그 경험들이 주옥같은 가사와 노래로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각자가 경험한 사랑과 이별의 특수성도 있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공통분모도 있죠.

언젠가 결혼을 앞둔 연예인의 발언 중 '이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그동안 잘 살았나 보다'라고 말하는 멘트가 있었는데요. 사랑의 중간 완성인 결혼이 자신의 삶 전체를 긍정적인 언어로 바꿔놓는 마법의 현장이죠. 그런가 하면 주변의 누군가가 이별을 할 때 주변 지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차피 오래 못 갈 것 같았는데, 더 나빠지기 전에 헤어진 게 잘 된 거야'라고요.

이 말에는 이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이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면 좋든 싫든 꼭 붙잡아야 하겠지만 마음이 떠난 사랑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새로운 사랑이 들어올 시간과 틈을 막는 형국이 되곤 하니까요.

그러나 이별 당시에는 주변 지인의 이런 위로의 말들이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별의 아픔이 옅어지고 어느덧 새로운 사랑과 맺어지는 시점쯤이 되어야 이별의 선택이 불가피하고 때론 현명했었노라고 말하게 되죠. 인생을 선이 아닌 점으로만 보던 시야가 시간이라는 함수 속에서 변화를 꾀한 결과입니다.

주변에 보면 이별을 제대로 못 해 사랑하지도 않는 사이로 같이 있는 경우도 있죠. 이별 후에 찾아올 부정적 감정과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단을 지속적으로 미루게 되는 것이지요. 그 두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이별 후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일 텐데 말이죠.

이별과 사랑뿐 아니라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단절하는 것을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것이 늘 곁에 있다가 어느 한순간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아찔하니까요. 하지만 두 손에 무언가를 다 들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집을 손이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리를 비워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공간이 확보되죠. 24시간이라는 엄연한 하루를 사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중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이치입니다. 귀차니즘이든 너튜브든 뭐든 해당하는 시간을 비워야만 새로운 도전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물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새로운 도전의 실패 가능성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최대 효율의 삶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버려야 하는 대담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헤어짐을 경험한 상대에게 이별을 했으니까 화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의구심이 들지만 자신이 노력할 테니 한 번 사귀어보면 이별하길 잘했다고 할 거라고 말하고 있죠. 물론 화자조차도 또 한 번의 이별을 선물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침몰하는 배만 바라보기보다는 배를 옮겨타야 할 때는 그리 해야 맞는 것이겠죠.

이 세상의 모든, 이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이별로 끝난 사랑조차 다행인 거야'라는 가사를 담았으면 합니다. 어떻게 만났는지보다 어떻게 이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은 우리 인생이 한 번의 이별로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으니까요.

이별을 통해 배운 인생의 경험의 바탕으로 새로운 사랑에 도전해서 자기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고 인생에서 사랑이 갖는 의미를 확장해 나갈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별이 없는 사랑이란 게 진짜 사랑인지도 의문이고요. 여러분들은 지난 이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퇴원은 진즉에 했습니다. 이때다 하고 푹 쉬었습니다. 너무 쉰 것 같아 오늘 몇 자 끄적여 봅니다. 전보다 속도가 너무도 느려져서 너 느려질 것도 없는 상황인지라 기분은 홀가분합니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혹은 그동안 <가사실종사건>과 이별을 했으니 이제 다시 사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더 자주 여러분들을 찾아뵐 수 있도록 해 볼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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