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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

작사/작곡 용감한 형제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애프터스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jaAnsrdAoc4? si=CSEcbUMosZxbiD17

너 때문에 많이도 울었어 (매일 밤 난)

너 때문에 많이도 웃었어 (그대 때문에)

너 때문에 사랑을 믿었어 (woo boy)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모두 다 잃었어


정말 답답 답해 갑갑갑해 막막 막해 너 없는 세상이

내 말을 씹어 놓고 자존심 짓밟아놓고

내 맘을 찢어놓고 왜 나를 떠나 가


-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 가사 중 -




애프터스쿨은 2009년 데뷔했습니다. 그룹명에 스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입학과 졸업'이라는 제도를 운영하며 멤버 변동이 자유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죠. 정아, 주연, 유이, 레이나, 나나, 리지, 이영, 가은, 가희, 베카, 소영이 애프터스쿨 멤버였습니다. 이 중에 베카만 미국 국적을 보유했습니다.

데뷔 시에는 5명이었다가 9명까지 늘어났고 마지막에는 1명이 되며 해체 수순을 밟았죠. 가은이 7년으로 활동 기간이 짧았고 레이나가 10년간 팀에 머물렀습니다. 최장신 걸그룹이라고 칭할 만큼 멤버들의 키가 컸습니다. 연습생이었던 손담비가 솔로 데뷔한 후 가희와 함께 한성수 대표가 팀원들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팀 칼라를 지니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준비로 거의 1년 만에 복귀를 하는 홍역을 치루기도 했죠. 또 노래가 상대적으로 묻힌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실제로 장르나 콘셉트가 일관되지 못해서 이렇다 할 히트곡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2009년 발매한 미니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멤버 중 가희와 유이가 가장 인지도가 높았고요. 일본에 진출해 나름 중타를 기록했습니다. 유닛 그룹으로 오렌지 캐러멜이 있죠. 이 밖에 애프터스쿨 레드와 블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멤버들의 잦은 입학과 졸업, 그리고 개인 활동 등으로 팀의 구심점은 점점 약해지며 장수 걸그룹이 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너 때문에'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바로 너라는 설정이죠. 잘못 들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100% 상대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다는 변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온전하게 너 때문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란 게 있을까요?

'아직도 나 그대를 잊지 못해/ I never forget boy/ I never forget boy/ 헤어진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몰라/ 그대 생각만 하면 자꾸 눈물만 흘러/ 오늘따라 왜 그렇게 네가 보고플까/ 창밖의 빗소리가 내 맘을 흔들어 놔' 부분입니다. 화자는 오래전 이별을 했지만 상대를 잊지 못한 상태네요.

'사랑하지 말 걸 그랬어/ 정 주지 말 걸 그랬어/ 붙잡지 말 걸 그랬어/ 왜 이렇게 나 혼자 아파*2/ 난 항상 너만의 장미가 되려던 내 맘을 아니/ 이제 조각 난 사랑의 마침표가 되었다는 걸/ 눈물이 밀려와 메마른 입술이 젖어/ 이젠 어떡해 그댈 잊을 수 없어' 부분입니다. 껄껄껄 삼총사가 나오네요. 이렇게 될 껄 알았다면 지금의 아픔도 겪지 않았을 거라면서요.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순 없죠. 시간이 지나면 물이 마르려나 싶었지만 그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으로 보이네요.

'그날도 비가 왔었지 한참을 그댄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어 어어어/ 흔들리는 눈빛과/ 애써 짓는 어색한 미소가 이별을 얘기해 줘 줘줘줘' 부분입니다. 화자는 이별 장면을 회상해 보고 있습니다. 뭔가 놓친 지점을 찾고자 하는 것일까요?

'나보고 떠나라고 할 땐 언제고 떠난다니까 어쩌고/ 미친 사람 취급만 해 정말 힘들어 Boy slow down/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울어/ Cause I want to stay next to you/ My love is true wanna go back to when I was with you' 부분입니다. 누가 먼저 떠나기 내기라도 한 걸까요? 먼저 이별 액션을 취하려고 했던 화자지만 성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화자의 발목을 잡아버렸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너 때문에 많이도 울었어 (매일 밤 난)/ 너 때문에 많이도 웃었어 (그대 때문에)/ 너 때문에 사랑을 믿었어 (woo boy)/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모두 다 잃었어/ 정말 답답답해 갑갑갑해 막막막해 너 없는 세상이/ 내 말을 씹어 놓고 자존심 짓밟아놓고/ 내 맘을 찢어놓고 왜 나를 떠나 가' 부분입니다.

상대 때문에 많이도 울고 웃고 사랑을 믿었다가 모든 걸 잃었다고 말합니다. 떠나며 씹어놓고 짓밟아놓고 찢어놓고 그러고 갔나 봐요. 이론. 화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넘어 복수라도 준비할 것만 같네요. 으미.

'I miss you I need you 꿈속에선 아직도 I'm with you/ I miss you (miss you) I need you (need you)/ 시간을 되돌려 Wanna kiss you again ma boy/ 맘이 너무 아픈데 견디기 괴로운데/ 너는 어디서 뭘 하니 나 울었어 참 많이/ 너 없인 난 못 살어 내게로 돌아와 줘 날 떠나가지 마' 부분입니다. 미련의 모습으로 노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분이 좀 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복수는 상대를 잊고 잘 사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요?


음. 오늘은 '~때문에'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과를 말합니다. '~' 부분이 원인이 되어 어떤 상황이 되었다와 짝을 이룹니다. 이 노래에서는 사랑을 알게 해 놓고 그냥 떠나가는 바람에 화자 자신이 지금까지 이토록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너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많은 장면에서 보듯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면 참 살기 편해집니다. 특히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려버리면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순진무구한 사람이고 나머지는 아주 악독한 사람이나 무리로 전락하곤 하죠.

우리 삶이 모 아니면 도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이런 이분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이고 행동이죠.

과학이라는 학문을 인류가 다루면서 인과관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자리 잡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과학 같은 학문 영역에서만 아니라 세계의 이치를 이 인과의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혹은 어떤 특수한 조건에서 이루어질 법한 결과를 우리가 사는 세계 일반으로 그냥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우리말에 '그냥'이라는 표현이 있죠. 왜 그랬냐는 물음에 딱히 인과 관계를 특정할 수 없을 때 그냥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신조차 왜 그런 행동이나 선택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 투성이인데 모든 것을 인과 프레임으로 바라보려는 우리의 자세가 문제인 것이죠.

그 사람이 왜 좋아? 어디가 좋아? '그냥', '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해가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지는 물리적 현상이야 100번을 반복해도 같은 상황이 그려지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런가요? 저는 사회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사회과학에서는 95% 신뢰 수준에 플러스, 마이너스 몇%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100명에게 물어봤을 때 95명 정도가 그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면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방식이죠. 하지만 이 말에는 늘 5% 내외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간주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것이 특정 결과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하나 꼭 그게 다는 아닐 수 있음이라고 한계선을 긋게 되죠.

복합요인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죠. 어느 하나의 원인과 결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복수의 원인을 통해 하나의 결과가 만들어진 경우에 쓰이는 말이죠. 가장 핵심이 되는 원인을 뜯어고쳤다고 해서 결과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지만 실패와 성공이라는 결괏값은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어떤 결과가 빚어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복잡스럽게 끼어든 셈이죠. 그중에 우리가 아는 원인도 있고 모르는 원인도 있습니다. 그런데 덮어놓고 '~때문에'라고 퉁쳐버리면 나머지 원인들에는 등을 돌리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아지죠. 복수의 원인들을 찾는 것도 귀찮고 오래 걸리고 수고로우니 당연히 하나의 원인을 집중공략하는 것이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물리적 감정적 사태의 원인을 '너'라는 대상에 몰빵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화자 스스로는 원인을 제공한 일은 없었을까요. 사랑을 한 사람에게만 배우고 그걸 철석같이 믿고 산 게 잘한 일이었을까요? 사랑과 이별은 한 몸뚱이인 건 왜 못 배웠을까요?

사실 이 노래의 제목은 '너 때문에'가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으로 향한 화살은 자신의 마음을 가볍게 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개선의 여지가 없습니다. 화살을 나 자신으로 돌릴 때 내일이나 다음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이죠.

타인이나 타자를 향하는 때문에는 핑곗거리로 참 좋습니다. 날씨 때문에 오늘 브런치를 건너뛰었어. 친구가 술 먹자 해서 오늘 금주를 잠깐 풀었어 등등요. 여러분들의 자주 쓰는 '~때문에' 표현은 어디를 누구를 향하고 있나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하루 종일 졸렸습니다. 하품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일 텐데요. 어젯밤에 잠은 잘 잤습니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찾다가 못 찾았습니다. 이유를 찾는 것보다 지금 내가 졸린 걸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떠난 사람 때문에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래서 지금 내가 힘든 걸 어떻게 해결할 건 데로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하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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