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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작사/작곡 오태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현식'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iJ6 ThgYyhSs? si=89bW_lj21 IITrygq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곳은 어디에


-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가사 중 -




김현식은 1980년에 데뷔했습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기타를 접하면서 음악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고등학생 때 음악 동아리에 가입했으나 선배와 싸우는 바람에 가족 몰래 자퇴서를 썼다네요. 이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요. 여기서 개그맨 전유성 씨가 등장하는데, 당시 음악다방의 DJ였습니다. 그는 김현식의 노래를 듣고 한눈에 크게 될 사람인 걸 알아봤다고 하네요. 이후 밤무대 활동을 합니다.

정식데뷔를 준비하지만 대마초 사건으로 연기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1980년 앨범을 발매하지만 폭망 하고요. 결혼도 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것도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밤무대로 돌아왔죠. 그러다 기획사에 스카우트되어 1984년 2집을 발매하게 됩니다. '김현식과 돌개바람'. 나름 히트를 쳤습니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과 3집 <비처럼 음악처럼>이라는 명곡을 선보이게 되죠. 하지만 방송사와의 갈등, 이혼, 다시 손댄 대마초 등 그의 인생은 추락합니다. 동아기획 김영 사장 덕분에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팬들 앞에서 콘서트도 하고 4집을 발매하게 되죠.

1989년 영화 <비 오는 날의 수채화>의 OST 앨범도 선보였습니다. 이때부터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고요. 1990년 5집 때는 통증이 너무 심해져 셔 독한 술로 버텼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다 6집 앨범을 낼 때 간경변 진단을 받았고 술을 마시며 녹음을 했다고 하네요. 쯧쯧. 그는 1992년 32살의 나이에 사망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91년 발매한 6집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비처럼 음악처럼>과 함께 명곡으로 인정받는 곡이죠. 그의 사망 후에 발매되어 이 노래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는 아이러니가 있는 곡이죠. 그의 짧은 삶만큼이나 구슬픈 감성을 전해주는 곡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내 사랑 내 곁에'입니다. 이 노래 제목처럼 사랑은 함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라는 말처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가 첫 가사입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이 노래는 이별 노래입니다. 떠난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죠. 임은 떠났지만 아직 곁에 있는 것 같은 심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 가는데/ 약속했던 그대만은/ 올 줄 모르고/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낯설고/ 멀기만 한 지' 부분입니다. 집은 아마도 임과 함께 하는 공간을 의미하고 집으로 가는 길은 그래서 따뜻하고 푸근해야 하지만 지금 화자는 임이 떠난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 길이 멀고 험하고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저 여린 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부분입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여린 가지에는 화자가 느끼는 감정이 투영되어 있는 듯합니다. 혼자서 임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다잡고 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듯합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부분입니다. 죽니 사니해도 사랑은 곁에 두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테니까요. 화자는 어려울 때마다 등불 같던 중심을 잡아주던 존재가 사라지게 되자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비틀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쩝


음. 오늘은 '곁'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곁을 내어주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곁은 나로부터 가장 가까운 물리적 장소를 뜻하지만 우린 마음이라는 심리적인 거리를 뜻하기도 하죠. 영어로는 Side라는 단어가 적합할 듯하네요.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처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오늘 주제를 적용하면 콩글리쉬가 되긴 하나 Out of one's side, Out of mind라는 표현이 될 듯하네요. 곁을 떠나면 마음도 멀어진다 이렇게요.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서도 인간의 불가항력인 부분 중 하나로 거리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거리에 관해 살펴보다가 거리의 제곱수만큼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학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리가 2가 되면 마음은 2의 2승인 4로 멀어진다는 개념이죠.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 이론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요.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안 보면 멀어지는 건 너무나 쉽게 아시는 내용이죠.

곁이라는 것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거리이기에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아무에게 막 곁을 내주고 그러진 않죠. 어찌 보면 그 많은 사람 중 한 사람만 간신히 들어설 수 있는 장소라서 어떤 면접보다도 힘들게 면밀히 그 대상을 선별하게 되죠. 한번 곁을 내 준 사람에게 그제 그만 되었으니 방을 빼라고 한다고 해서 세입자가 금방 수긍하고 나가지도 않을뿐더러 그리 말하는 사람의 속도 말해 뭐 합니까. 하하하.

우린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곁을 내어줍니다. 이 노래의 제목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만국공통이죠. 사실 장소를 공유한다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간을 공유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곁을 내어준 사람이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자리를 비우면 모든 게 허사일 테니까요. 그래서 곁은 공간의 의미를 넘어 시간을 넣어 시공간의 의미로 발전하게 됩니다. 나의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은 장소적인 의미가 아니라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자는 의미일 테니까요. 동의하시나요?

곁은 나와 떨어져 있는 별도의 공간이지만 때론 나와 동일시되기도 합니다. 곁에 누구 없으면 허전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거죠. 한 시공간을 오랜 시간 공유하다 보면 곁과 나를 한 몸뚱이로 인식하곤 하죠. 그래서 자리가 비워지면 화장실 갔다가 뭐 안 하고 온 것 마냥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생의 굴곡을 겪고 사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위치한 곁보다 조금은 거리상으로는 떨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누군가의 인생과 떨어지지 않고 일정한 항로를 도는 것은 큰 자산일 수 있습니다. 마지 태양을 주변으로 돌고 있는 지구를 비롯한 많은 행성들처럼 말이죠.

가깝던 멀던 나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가치를 우리 쉽게 잊고 살기 쉽습니다. 늘 자신의 곁을 돌고 있었으니 언제가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죠. 거꾸로 나는 누군가의 곁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충실히 돌고 있는지도 자문해 봐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는 않은지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닌지를 늘 체크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 삶은 사랑 하나로 해결되지 않듯 우리의 곁도 그런 것 같습니다. 태양계처럼 많은 행성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어야 아름다운 계를 이루며 꽃을 피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곁은 내주지 않는 사람의 행성은 쓸쓸할 수 있습니다. 몇 개 안 되는 행성들만이 운행하고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타인에게 곁을 잘 내어주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그때그때 매의 눈으로 편입을 할지 말 지를 자주 망설이시나요? 아마도 자신의 곁을 키워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사랑이 내 곁에 있기를 자신의 마음 심보를 크게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대비 잘 들 하시고요. 개인적으로는 비 오면서 습한 날을 가장 싫어하는데 장마가 딱 그렇죠. 하하하. 평일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말에는 다 쓰는 식으로 <브런치>에게 곁을 내어줄 생각입니다. 그렇게 흘러가는지 오늘부터 테스트를 좀 해 볼게요. 제가 곁을 내 준 행성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잘 운행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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