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유정연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노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8 uXphmEAfsA? si=TPiMxQl3 ITFWYOFc
다시 태어나도 널 다시 찾아낼 거야
남겨진 사랑을 다시 해야 하니까
제발 날 믿어줘 더 이상 이별은 없어
죽어도 난 이제 다시 놓칠 수 없어
- 노아의 <남겨진 사랑> 가사 중 -
노아는 1998년 데뷔했습니다. 본명은 김노아입니다. 활동명 노아는 '노래하는 아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데뷔 당시 18세였거든요. 이후로 약 10년가량 가수 활동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만 활동 시간을 그리 길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수 김경호 씨와 고음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의 데뷔곡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정인호와 가수 안녕이 2001년과 2022년 <해요>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월례 제목은 <나의 얘기를>이었죠. 가사와 곡 구성은 크게 바뀐 게 없습니다. 정인호 버전의 <해요>를 <가사실종사건>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첫 앨범이 잘 돼서 1999년에 나온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그는 이 노래로 인기를 구가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대부분의 가수가 그랬든 노래는 떴는데 정산은 잘 받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지며 활동까지 영향을 받게 되죠. 안타깝습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07년 3집을 발매했습니다. 하지만 연예계 활동은 여기까지였습니다. 2016년부터 도에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후배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기획사에 휘둘린 힘든 연예계 생활을 했던 만큼 후배들을 알뜰히 살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요. 다시 한번 그를 가요계에 소환해 보고픈 마음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남겨진 사랑'입니다. 제목부터 미련이 한 바가지 느껴집니다. 절절하고 녹진한 락발라드로서의 제목으로 안성맞춤이죠.
'더 이상 내게 이러지 마/ 이젠 모두 끝나버렸어/ 우연조차 함께 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인 걸' 부분입니다. 이별은 이별인데 우연조차 함께 할 수 없는 이별이라니. 완전 끝 이런 의미겠죠. 심상치 않습니다.
'너 아닌 다른 사랑으로/ 너를 잊으려 했지만/ 모두 바람처럼 스쳐갈 뿐/ 내게 머물지 못해' 부분입니다. 다른 사랑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했지만 과거의 X를 잊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내용이죠. 왜 그랬을까요? 다음 가사가 '아침을 깨우던/ 풀잎 같은 너의 음성/ 마치 함께 있듯/ 선명한 너의 그 향기' 부분인데요. 아마도 X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듯하죠.
'그 후로 나는/ 그 누구도 만날 수가 없게 됐어/ 나와 마주치는 눈빛/ 모두 너란 걸 알았으니/ 그렇게 빌린 눈빛으로/ 너는 여전히 눈물만/ 정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나도 따라 울었어/ 눈감은 세상은/ 꿈같은 지난 추억들/ 다시 눈을 뜨면/ 너무 선명한 니 눈빛' 부분입니다.
다소 시적인 가사가 나옵니다. '나와 마주친 눈빛/ 모두 너란 걸 알았으니/ 그렇게 빌린 눈으로' 부분이죠. 서로만을 눈에 담았던 까닭에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서로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 그래서 눈물이 그 자리를 내신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그런 줄 알았어/ 내가 널 차마 못 보내/ 행복만 담긴/ 기억으로 산다고/ 제발 이러지 마/ 세상에 남아있다고/ 함께 할 순 없다는 걸/ 왜 모르니' 부분입니다. 이별은 했으나 서로가 서로를 못 떠나보내고 있는 상황처럼 느껴집니다. 살아있다고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죠.
'모두 끝내버려 못다 한 이 사랑/ 슬픔보다는 다음 세상을 위해/ 다시 태어나도/ 널 다시 찾아낼 거야/ 남겨진 사랑을 다시 해야 하니까/ 제발 날 믿어줘 더 이상 이별은 없어/ 죽어도 난 이제 다시 놓칠 수 없어' 부분입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다음 세상이라도 못다 한 사랑을 이어간다고 하는 것일까요?
음. 오늘은 딱히 쓸 내용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하하. 제목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남겨지다'라는 동사가 떠오릅니다. '잊히지 않거나 뒤에까지 전해지다'라는 뜻이죠. '호랑이는 죽어서 가족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죠. 얼마 전 <아는 형님>에서 이 문장을 패러디했는데요. '호랑이는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스타는 죽어서 <아는 형님> 동영상을 남긴다'였죠. 센스 있죠?
오늘은 살면서 뭘 남길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외계인이 사람을 상대로 DNA를 전파시키는 미션을 주고 지켜보고 있다 이런 가설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위가 복잡다단한 것 같지만 외계인들의 설계에 따르면 씨를 뿌려서 번식을 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섬뜩한 주장이죠. 우리 인류가 언젠가 망하게 되면 우주에 무엇을 남기게 되는 걸까요?
누군가는 인류에 엄청난 업적을 쌓으며 그 이름을 후세에까지 날립니다. 뉴턴이 그랬고 부처가 그랬죠. 그런데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언감생심입니다. 언제 태어났고 언제 죽었는지 소리소문 없이 묻히죠. 살아 있는 동안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나았다면 그 정도 남기는 수준일 겁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는 마뜩치가 않죠. 고등동물인 인간으로 태어나 생물학적인 결과물만 남기고 죽는다는 것으로는 만족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죠. 그래서 누군가를 글을 써서 책을 skarlrjsk 누군가를 그림을 그려서 미술작품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음악을 통해 곡이라는 것을 남깁니다. 이 중에 하나만 실천해도 꽤 괜찮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죽음이 흔하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죽은 자의 유물이 주인공의 혼을 각성하는 장치로 활용되곤 하죠. 아버지가 남기신 손목시계, 어머니가 남기고 간 반지 등등요. 죽은 이가 의도를 가지고 남겼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유물들은 주인공의 기억을 깨우고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기제가 됩니다.
저 세상에 가면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고 간다는 것이 무용해 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계엄 사태 과정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었죠. '과거가 현재를 구한다'는 표현이죠. 한강 작가가 한 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은 보이는 유물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유물도 존재하고 그 힘이 혹은 영향력이 후대에까지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문화'라는 것은 뒤에 물리적인 의미의 작품 같은 단어가 붙을 수도 있지만 보이진 않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습관이나 관례 따위 등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유물을 많든 적든 남긴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삶이 어제나 내일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더라도 그 시간이 겹겹이 쌓이면 그것이 문화가 되고 보이지 않는 유물이 되는 까닭이죠.
이 노래의 제목처럼 사랑도 보이지는 않지만 남기거나 남겨질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드린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자식을 위해 남겨둔 부모님의 마음 같은 것이죠. 이 경우는 의지를 가졌다고 봐야 할 것 같고요. 사랑하는 법을 몸에 탑재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은 경우겠죠.
세상살이를 하면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져 봄직합니다. 그것이 거액의 돈이 되었든 따뜻한 마음이 되었든 한 순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 까닭에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잘 보여줍니다. 책 한 권 쓰려면 어떤 주제에 상당 기간 천착해야 하는 식이죠. 따뜻한 사람으로 자녀를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되어 먼저 그런 마음을 내어주고 지속해야 합니다.
남겨지는 00은 수동태입니다.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이죠. 이에 반해 남기는 00의 누군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노래의 제목은 수동태이죠.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사랑을 남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우리 삶에서 파생되는 유물들이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가 되길 바라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PS. 오래간만에 기온이 떨어져서 살만 하네요. 더위 때문에 잠의 질이 못해서 밀린 잠을 듬뿍 보충했습니다. 개운하네요. 책, 음악, 미술 등은 데이터라는 하나의 단어로 환원됩니다. 우리가 하는 지적 활동의 대부분이 그렇죠. 이런 거 말고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고민해 보게 되네요. 각자의 스타일대로 쌈박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아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