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높은음자리의 <바다에 누워>

작사 박해수 작곡 김장수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높은음자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zVxokBQvQis? si=umHfz2 PSV48 XV4 rv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은 속을 항구는 알까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딥딥딥띠리

딥띠리 딥띱 띠비디비딥


- 높은 음자리의 <저 바다에 누워> 가사 중 -




높은음자리는 1985년 데뷔했습니다.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바로 그 곡입니다. 김장수와 임은희가 멤버인데요. 두 사람 모두 부산에 위치한 동의대학교 출신입니다. 김장수는 체육학과 임은희는 음악과를 졸업했죠.

통기타동아리 무드에서 활동했고 이 동아리 출신으로 대학가요제에 참가합니다. 해당 동아리는 그전 해에도 동상을 차지하는 등 실력자들이 가득했다고 하네요. 그룹명 높은음자리는 두 멤버 모두 높은 음의 노래도 잘 불러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하며 골든컵도 수상했고, KBS 가요대상 신인상, MBC 10대 가요상 등 화려한 데뷔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두 멤버의 뜻이 맞지 않아 그룹이 해체되었습니다. 이렇게 끝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웠던지 1990년 새 여성 멤버인 박영애를 재결성하여 3집을 발매하게 되는데요. 큰 방향은 없었습니다.

이후 남성 멤버 김장수 씨 홀로 높은음자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가 나온 지 올해로 만 40년이 되었는데요. 전 국민 대부분이 알 정도로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국민가요가 되었습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한 곡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바다에 누워'입니다. 굉장히 시적이죠. 바다에 눕다니. 바다 해변이면 모를까. 전체적으로 가사가 시 한 편을 연상시키죠. 실제로 박해수 시인이 작사가로 되어 있고 멤버인 김장수가 작곡을 한 곡입니다. 참고로 이 노래는 박해수 시인의 한국문학 제1회 신익작품상 당선작이 '바다에 누워' 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가사는 짧지만 해석은 대략 난감입니다. 하하하.

'나 하나의 모습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다본다/ 설익은 햇살에 젖은 파도는/ 눈물인 듯 씻기어 간다' 부분입니다. 직역을 하면 거의 해독이 안 됩니다. 자연의 일부로 태어난 화자는 붉은 노을을 보며 지난 시간을 떠올려 봅니다. 삶에서 겪었던 미완으로 인한 슬픔과 고단함이 눈물로 승화됩니다.

'일만의 눈부심이 가라앉고/ 밀물의 움직임 속에/ 물결도 제각기 누워 잠잔다/ 마음은 물결처럼 흘러만 간다' 부분입니다. 너무 밝아 눈부실 만큼의 빛이 잦아들고 밀물이 오면 물결도 잔잔해지는 듯합니다. 화자의 마음도 가지런해지는 듯하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은 속을 항구는 알까/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딥딥딥띠리 딥띠리 딥띱 띠비디비딥' 부분입니다. 바다에 누운 외로운 물새는 고독과 자유를 상징하는 듯하고요. 항구는 타자 혹은 세상을 비유한 듯합니다. 그래서 고독하고 자유롭고 싶은 화자의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줄까 정도가 되죠. 마지막 의성어는 바다를 떠도는 물새의 움직임? 하하하.

참고로 AI에서 검색한 시의 해설을 소개해 드리면 "이 노래는 자아 탐색, 고요함, 고독,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감을 주제로 삼고 있어요. 바다에 누워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며, 삶의 감정들이 파도처럼 흐르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항구’라는 심상이 내면을 누가 받아들여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갈망과 외로움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원 시(박해수 시인)의 시에서는 더 깊은 철학적 성찰과 상실감, 무위(無爲)의 경지 등이 강조되었고, 노래에서는 그런 중의적 느낌을 감성적으로 풀어내어 많은 공감을 불러왔죠"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더 모르겠죠? 하하하.


음. 가사를 쭉 보니 왠지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노래가 경쾌해서 이런 내용일 줄은 미처 몰랐네요. 고독한 한 인간 군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늘은 가사 중 '제각기'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마다의 개성이라고 말하면 될지 모르겠네요.

영어로는 personality 혹은 character 되시겠습니다. 하하하. 어떤 사람이 가진 고유한 특징, 특성을 뜻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것이라고 말하죠. 여러분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있겠죠? 이 개성이라는 것을 활용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부르죠.

자본주의는 개성을 부추기는 것 같지만 사실 개성을 자주 무력화합니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은 단가를 낮춰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규격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죠. 너도 이용하고 나도 이용하는 탓에 나만의 특성을 드러낼 여지를 지워버립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곧 그 사람을 드러낸다는 말이 있는데요. 소비의 지도가 곧 개인의 개성을 구체화한다고 보는 거죠. 이도 저도 싫으면 DIY처럼 직접 만들어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도 조립만 자신이 할 뿐 재료는 대부분 규격화되어 있다는 것이 오점으로 남죠.

우린 살면서 너의 뜻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의 삶을 살라고 수도 없이 조언을 듣지만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마다의 개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개성이 여러 이유로 묻혀서 일 겁니다.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게 있냐고 물으면 쉽게 답변을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네요.

개성은 고유해야 하고 다양해야 합니다. 내가 가진 개성은 유일무이하죠. 자신이 태어난 지역, 부모, 교우 관계, 경험, 환경 등 다양한 것들의 조합으로 형성됩니다. 물론 그중의 일부는 유전적인 부분도 있죠. 개성 역시 고착화되지 않고 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 'I' 성향을 보였던 누군가가 나이가 들어서는 'E'로 바뀐 사례도 있고요.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뭐가 옳고 그른 것은 없죠. 자기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주변 환경 혹은 자신의 선택으로 이쪽저쪽을 오가는 것일 뿐이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입니다.

개성이 강한 사람은 외모에서부터 강한 인상을 줍니다. 어떤 일이나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된 사람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발산하는데요. 회사원, 공무원도 그렇지만 판사, 검사, 의사처럼 사자 들어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독야청청하는 마인드가 있어서인지 다른 직업군보다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개인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성'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개성이 온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끌어안을 수 있는지가 그것을 재는 바로미터 중 하나일 텐데 아직도 우린 내가 아닌 너, 우리가 아닌 그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을 저어하는 풍토가 적지 않습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5만 명이나 되는 시대인데도 말이죠.

개성이 잘 드러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개성을 끌어안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일 수도 있습니다.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흠이 아니라 다양성의 꽃 피우는 일이 되기까진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

브런치의 수많은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각자의 개성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물결이 바다에 눕는 모습이 각양각색인 것처럼 브런치에서 다루는 글의 주제도 시각도 천양지차입니다. 그런 다양성이 때로는 외로움과 고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듯하나 다른 것들이니까요. 개성에 심취할수록 고독과 외로움의 깊이는 더해간다고 봐야겠네요.

개성보다는 개별성이라는 말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개별성을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꽤나 중요하죠. 바다의 파도는 수많은 인연들의 합으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 역시 그렇죠. 하지만 우린 자신의 의지를 일부 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만들어지는 게 개성일 수 있느냐 그것보다는 거기에 어떤 옷을 입힐지를 우리가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바다에 누워 개별성을 생각해 보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더위를 먹었어요. 글 쓸 엄두가 요 며칠 안 났네요. 하하하. 더위가 꺾이는 줄 방심했다가 오지게 반격을 당한 기분입니다. 이번 주에는 비 소식이 있다고 하니 조금 나아지려나요? 가급적이면 살면서 개성을 어떤 틀에 가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명 꼴린 대로 생긴 대로 살자는 말에 한 표를 투척하는 삶을 살고파요. 여러분들은 바다에 누워 무슨 생각을 하시렵니까?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비의 <하늘땅 별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