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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의 <하늘땅 별땅>

작사 강은경 작곡 Papertonic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비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vuhx1 G0 CwY? si=WFFPvkRReZvzCCyd

땅끝 땅끝도 하늘 별 끝 별 끝도

난 너를 따라갈 준비돼 있어

돌아와 가까운 곳에 이렇게 니가 원하던

너만을 위할 그런 여자 있잖아


나 만큼만큼만 아니 더 큰 더 큰 정

네게 줄사람 있으면 찾아봐

내게 와 나의 곁으로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난 기다릴 거야


- 비비의 <하늘땅 별땅> 가사 중 -




비비는 1996년 데뷔했습니다. CF모델 출신 채소연과 작사가 출신 윤이로 구성된 2인조 여성 듀오입니다. 팀명 B.B는 베스트 뷰티(Best Beauty)의 약자입니다. 작곡가 이경섭의 프로듀싱하에 제작되었던 팀이죠.

모두 2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번째 앨범에 있는 타이틀 곡입니다. 걸그룹 티아라 이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1집에서는 '비련'이라는 곡이 주목을 받았고요. 조성모 씨가 1집에 수록된 '최후의 선택'이라는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다짐'이라는 제목으로 재탄생시킨 바 있습니다.

긴 생머리와 가냘픈 몸매, 서구형 미모의 3종 세트에 댄스곡이라는 장르가 덧대져 남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요. 당시에 나름 군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년 만에 소속사와 마찰을 빚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뒤 멤버 채소현은 솔로 활동을 했었고요. 현재는 결혼 후 뷰티컨설터트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2AM의 이창민과 이모 사이인 멤버 윤이지는 가수 김경호와 연예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2017년 액세서리 회사를 차려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하늘땅 별땅'입니다. 제목이 다소 유아스럽죠? 하늘과 땅, 별과 땅을 이렇게 표현한 것인데, 무한한 사랑이나 열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사가 퍽이나 재미있습니다. 저는 변진섭 씨의 희망사항이라는 곡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내가 마른 여잘 좋아한다 해서/ 힘든 다이어트 참아왔는데/ 니가 긴 생머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여태껏 길러왔는데/ 니가 남자 많은 여잔 싫다 해서/ 누가 말 붙여도 외면했는데/ 니가 잘 노는 여잘 싫어한다고 해서/ 그 좋은 나이트도 안 가' 부분입니다. 화자는 사랑하는 상대가 원하는 스타일의 이성이 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나이트도 안 간다는 가사가 1990년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하하.

2절을 볼까요? '니가 야한 여잘 좋아한다 해서/ 그런 스타일의 옷만 샀는데/ 니가 애교 많은 걸 좋아한다고 해서/ 날마다 연습했는데/ 니가 수다 많은 여잔 싫다 해서/ 그저 조신하게 지내왔는데/ 니가 머리 빈 여잘 싫어한다고 해서/ 그 좋은 드라마도 안 봐'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눈이 가는 부분은 드라마를 많이 보면 머리가 빈 여자로 여김이라는 공식인데요. 다 막장 드라마만 봐서 그런 건지. 재밌는 가사입니다.

'헌데 그러면 뭘 해 아무 소용없잖아/ 그러는 동안 네게 애인이 생겨버린 걸/ 난 울고 있지만/ 그래도 너를 단념할 수가 없어 oh baby' 부분입니다. 몸을 깎는 노력을 진행해 왔으나 결론은 바람이었네요. 화자는 억울해서라도 상대를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땅끝 땅끝도 하늘 별 끝 별 끝도/ 난 너를 따라갈 준비돼 있어/ 돌아와 가까운 곳에 이렇게 니가 원하던/ 너만을 위할 그런 여자 있잖아/ 나 만큼만큼만 아니 더 큰 더 큰 정/ 네게 줄 사람 있으면 찾아봐/ 내게 와 나의 곁으로/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난 기다릴 거야' 부분입니다. 지구 아니 우주 끝까지라도 따라갈 기세입니다. 이 정도면 물귀신 작전에 들어갔다고 보이네요. 약간의 자신감도 느껴집니다. 과연 상대분은 이런 화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내 펑크펑크 난 가슴 쇼크쇼크야/ 왜 내게 이런 슬픔을 주는지/ 너만이 나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가 있어/ 내 곁으로 와줘' 부분입니다. 화자 입에선 갖은 노력을 다 했는데 그 결론이 쇼크와 슬픔이라니 기가 차겠죠. 하지만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미워만 할 수는 없는 처지죠. 그래서 다시 돌아올 것을 권합니다.


음. 오늘은 최근 너 뷰트에서 본 동영상과 관련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개해 드릴 동영상의 제목은 <인간의 조건>이라는 주제였습니다. 강연자인 백종현 교수님께서는 인간의 조건으로 2가지를 꼽았는데요. 그 첫 번째가 '자율성' 그리고 두 번째가 '인문성'이었죠.

이 중에서 제가 자극을 받았고 오늘 이야기할 주제가 연관된 부분은 '자율성'입니다. 철학에서 말하는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좋아했던 제 입장에서 비슷한 개념인 자율성에 눈이 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율성은 스스로 규율을 세우고 실천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 제가 책을 소개하는 브런치 매거진 <독서유감>에서 <인간론>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브런치에 남아 있습니다. 그 책에서는 인간의 본질을 '고독'과 '욕망'으로 갈음했습니다. 자율성을 언급할 때 이 욕망이 연결되죠. 우리는 늘 욕망을 벗어날 수 없기에 그것을 통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자유와 방종의 차이는 타인에 대한 피해 여부일 수도 있지만 통제가 가능한가의 여부가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율성의 핵심은 이성에 의한 통제와 연결되어 있죠. 욕망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있다고 가정해 보면 그에겐 자율성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통제할 것도 없기 때문이죠.

흔히들 '자기답게 살아라'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이 자율성을 전제로 합니다. 남이 정해 놓은 준칙이나 규율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정하고 그걸 실천해 가면서 사는 것이 자율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욕망이 생겨나 그 실천을 방해할 거고 그걸 통제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일정한 선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자율성의 개념에도 반영되죠. 나의 욕망 안에서도 수많은 투쟁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나와 타인의 욕망이 서로 상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개인의 자율성은 그런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작동하게 됩니다.

너무 진지했나요? 하하하. 이 노래를 들으면서 화자는 상대가 원하는 모습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요. 상대가 마른 여자를 좋아한다거나 애교 많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여자가 되려고 애쓰죠. 마른 여자나 애교 많은 여자는 화자가 정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상대가 정한 것입니다. 자율이 아니라 타율이죠.

사실 사랑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린 자율이 아닌 타율을 선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넓게 보면 타율적 삶의 모습이죠. 내가 그린 삶이 아니라 타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삶을 쫓아가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모두 인간의 조건과 배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칸드가 생각나는데요. '자신의 욕망이나 남의 명령에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도덕법칙을 세워 이에 따른 일' 칸트 윤리학의 중심 개념입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세운 도덕법칙은 불교에서 말하는 나를 등불 삼아 법을 등불 삼아 살라는 '자등명법등명'과도 같은 개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린 우리의 삶이 자신의 자유의지로 기획한 삶인지 되물어 봐야 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정하진 타율적인 삶을 자율적으로 택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테니까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상대가 다른 사람이 생긴 후 복수를 하거나 떠날 수도 있었겠지만 설득을 통한 기다림을 선택합니다. 상대가 돌아오든지 말든지 하는 타율의 힘을 벗어던지고 자율적으로 그런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건 좀 다행스러운 측면입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때론 폐기하고 욕망을 다스리며 실천해 가는 존재, 바로 인간의 조건이었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교수님이 책을 내셨던데, 그 책을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려 합니다. 책이 가진 무게감에 비해서 강연은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먼저 하나의 개념이 그동안의 여러 개념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 이 동영상을 보면서 얻은 소득이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자율적이기 위해선 이성의 통제가 따라야 하다니.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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