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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작사/작곡 이남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남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YoZ1 c-Udhrg? si=zsayaoJl6 NN783 ME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사랑은 가고 친구도 가고 모두 다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 거야 아마 알 거야

떠나보면 알 거야 아마 알 거야


-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 가사 중 -




이남이는 1974년 데뷔했습니다. <신중현과 엽전들>의 베이시스트가 그의 출발이었습니다. 당시 국내 최고 실력의 손꼽히는 베이시스트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중현과 엽전들> 활동을 끝내고 1977년 <사랑과 평화>를 결성하고 1집을 준비하다가 대마초 관련 문제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죠.

1988년 <사랑과 평화>에 복귀하여 오늘 소개할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요. 이 노래는 1981년 김세화의 <알 거야>라는 곡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벙거지 모자에 콧수염을 기른 독특한 차림새와 무대 매너로 세간의 화제가 되며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독특한 외모와 창법으로 인해 '괴짜 가수'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이후 솔로 가수로 활동했고 1191년 솔로 3집 앨범까지 발매한 후 홀연히 사라져 백담사에 들어가서 살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삶이 기행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2000년에는 로컬밴드인 <철가방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소설가 이외수 씨와 많은 지역 문화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절에서 내려와 지역 세차장이나 중국집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모아 밤에 음악공부를 시켰는데, 음악을 배달한다는 의미로 <철가방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네요. 이외수 씨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전해지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2009년 폐암 판정을 받고 건강이 악화되었고 2010년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울고 싶어라>입니다. 제목만 봐도 괜히 울고 싶어 지죠. 하하하.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가사라고 말하는 분도 있고 깊은 철학이 배어 있는 가사라고 보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가사 해석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영상 아래 하이라이트 가사 부분만 올리는데 이 노래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올려드린 가사가 전부이죠. 그래서 살 붙이기가 여간 대략 난감인 상황입니다. 보통 트로트가 같은 가사를 반복하는 바람에 무지하게 짧은 가사를 자랑하는데 이 노래는 트로트도 아닌데 그러네요. 흐흐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사랑은 가고 친구도 가고 모두 다' 부분입니다. 화자는 허탈한 듯합니다. 함께 있던 사랑도 우정도 다 화자를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 둘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 오래 살다 보면 펼쳐지는 광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같이 놀아준 주변 사람이 없어진 이 상황처럼 인생에서 쓸쓸한 장면도 없겠죠. 그래서 화자는 울고 싶은 것 같습니다.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부분입니다. 화자는 그들이 왜 자신을 두고 그리 가야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자신과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과 시절을 남겨두고 떠나버렸습니다. 그래서 자신만 덩그러니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되었죠. 함께 있던 사람이 돌연 떠나는 것처럼 허망한 것도 없죠. 그 이유라도 알면 그 마음의 짐이 덜어지겠지만 떠난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죠.

'떠나보면 알 거야 아마 알 거야/ 떠나보면 알 거야 아마 알 거야'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가사는 화자가 자신도 그들을 따라 떠남의 길을 가면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들의 뜻을 알 길이 없으나 같은 입장이나 상황이 되면 그들을 이해학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죠. 그렇게라도 먼저 떠난 사람들이 깊은 뜻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편이 더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거겠죠?


음. 오늘은 가사의 내용에 착안해서 '인생의 말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한 사람의 인생 사이클에서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개중에는 인생의 말년을 경험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언젠가는 겪을 인생의 말년을 한 번쯤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죽음 이전의 시간 말이죠.

너튜브를 보면 인생의 말년이 되는 후회하는 것들 뭐 이런 주제의 영상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기억에 남는 것은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그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이 더 낫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전이라면 그 문구에 동의가 안 되었겠지만 저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하하하. 나이는 못 속이는 듯요.

인생의 말년에는 돈, 일, 그리고 사람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돈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 정도면 충분하고 사람도 많이는 필요 없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터 놓을 수 있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굳이 이 세 가지 중에 경중을 따지자면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곤 하죠.

이 노래에서는 사람의 상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다 떠나고 홀로 남아 있는 것은 그래도 쉽지 않은 일이겠죠. 아마도 인생의 말년에서 말하는 일과 사람은 다른 나이대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는 듯한데요. 바로 외로움을 퇴치하는 강력한 장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인생의 말년에 가장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외로움' '심심함' 뭐 이런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겪어보지 않아 100% 확신할 순 없지만요. 그런데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감정을 조금은 덜 느끼지 될 겁니다.

그런데 사람의 운명은 우리의 의지대로 되지 않죠. 태어난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는 순서는 따로 없다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요. 친구든 가족이든 배우자든 다 우리보다 먼저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의지하는 삶은 그 자체로 허약함을 들어내죠.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그것을 방어할 기제에 대해서요. 그러다 찾은 것이 사람을 잘 사귀는 능력이었습니다. 누구와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능력 말이죠. 만약 재수가 너무 없어서 100살을 넘게 산다면 그 시간을 온전하게 보낼 수 있는 친구 사귀는 노하우 하나 정도는 꼭 챙겨야 할 것 같네요.

이에 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그런 리스크가 좀 덜한 편이죠. 본인만 싫증 내지 않으면 금전적인 리턴에 목을 매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젊어서는 시간을 써서 돈을 벌고 늙어서는 돈을 써서 시간을 쓴다는 말처럼 자신에게 일이 있다는 것은 돈을 쓰지 않으면서도 혹자는 돈을 벌면서도 시간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셈이죠.

우린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합니다. <가사실종사건>에서 소개해 드린 노래들 대부분이 이별 노래인 것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젊을 때가 상실의 경험이 인생의 자산이 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인생의 말년에서 겪는 상실의 경험은 그 자체로 고통이 될 가능성이 높죠.

이별은 사랑처럼 백 번 해도 백 번 다 아픕니다. 나이가 들면 이별로 인한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좀 느는 정도죠. 말장난 같지만 사랑하려면 이별해야 합니다. 잘 사랑하려면 잘 이별해야 하죠. 이별을 무서워하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아픈 이별을 피해 가면 사랑도 잡을 수 없죠. 인생의 말년에 찾아오는 빈번한 이별에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응하시렵니까? 화자가 울고 싶은 이유에 그 답이 있는 것이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래간만에 코인 노래방을 다녀왔습니다. 부르고 싶은 노래는 많았는데 2~3곡 부르니까 금세 목이 가더군요. 이론. 젊은 시절엔 2시간을 넉근히 불러도 괜찮던 제 성대가 이젠 얄궂게 2곡까지만 허용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10곡 가까이 완수하고 왔습니다. 같이 간 상대의 목을 생각해서 순서를 거르진 않았죠. 비책으로 가성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하하하. 가끔 혼자라도 노래방에 들러서 목놓아 몇 곡 뽑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인생의 말년에도 노래와 이별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PS. 1000회 오프라인 모임 기억하시죠? 이벤트로 같이 노래방 가는 건 어때요? 하하하. 처음 보는 사람끼리 서먹서먹하고 엄청 재밌을 것 같아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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