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이용민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타이픈'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I_5 QGTa8 Ti0? si=ePo7 eZGJix_BFuQv
난 너 없으면 안 돼 왜 그래 그 앤 또 널 버릴 거야
니가 받은 너의 상처를 나에게 또 줄거니
너 떠나가면 나 혼자야 다시 돌아온다 해도
그땐 너를 받아들이기 나는 정말 힘들어
- 타이픈의 <그래서> 가사 중 -
타이픈은 3인조 혼성그룹으로 2006년 데뷔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솔비와 우재, 지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집 발매 후 팀의 간판스타였던 솔비가 탈퇴하고 새로운 여성보컬을 영업한 후 댄스가 아닌 발라드 그룹으로 전환했습니다. 다시 하나가 탈퇴하고 새 보컬 우이경이 영입되었죠. 그러다가 2010년 결국 해체를 선언합니다. 그러다 2017년 재결합했고요. 최근 2년의 공백을 깨고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팀 구성이나 곡 패턴이 코요테를 꼭 닮았습니다. 코요테가 소속사와 불화를 겪은 시절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결성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약간의 팀 고유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집에 실린 타이틀 곡이었습니다. 2018년 재결합 시에도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며 컴백을 알렸는데요. 그만큼 이 노래는 타이픈이라는 그룹을 대표하는 곡이죠. 2023년 원년 멤버 라인업으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고요. 2025년 지환 대신 2018년 멤버였던 송원섭까지 3인조로 다시 컴백을 했습니다.
코요테와 비교하면 인기도 지속성도 부족한 부분이 여기저기서 보이지만 혼성 댄스 그룹이 우리 가요계에 너무 귀하디 귀하기에 어찌 됐든 잘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 데뷔 2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인만큼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그래서>입니다. 먼저 이유를 설명할 때 쓰는 말인 듯합니다. 화자는 누군가에게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내가 사랑한단 말을 넌 들었나 봐/ 그때부터 너의 전화가 자주 왔고/ 너의 전화를 끊고 나면 지금 그녀와 다퉜어' 부분입니다. 화자는 남자입니다. 이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여자와 교제 중이죠. 그런데 X가 그 사실을 알고 부쩍 전화를 자주 해댑니다. 그 통에 현재 여자 친구와 다투기까지 하죠.
'번호를 바꾸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 너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그녀에게/ 괜히 화를 내고 꼬투리를 잡아서 싸우고 말았어' 부분입니다. '전화번호를 바꾸면 되잖아. 내가 전화하까'라고 엄포를 놓는 현재의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하게 되고 결국 싸움에까지 이르게 되죠. 화를 내고 꼬투리를 잡은 걸 보면 X에 대한 미련이 좀 남아 있는 거겠죠?
'날 버리고 다시 돌아와 내 맘도 아프게 하고/ 그동안 나는 미칠 것 같아 그녀를 잡아서/ 이젠 내가 필요 없다고 가라고 할 땐 언제고/ 내 맘 흔들려 오직/ Won't you stop now please let me go' 부분입니다. 화자는 갈 거면 고이 갈 것이지 왜 이토록 화자의 삶에 뒤늦게 개입을 하는 것인지 X가 원망스럽습니다.
'난 너 없으면 안 돼 왜 그래 그 앤 또 널 버릴 거야/ 니가 받은 너의 상처를 나에게 또 줄거니/ 너 떠나가면 나 혼자야 다시 돌아온다 해도/ 그땐 너를 받아들이기 나는 정말 힘들어'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마음이 남아 있는 화자에게 현재 여자 친구가 말합니다. 또 X가 화자를 버릴 거라고. X에게 버림받은 그 더러운 기분을 나에게 또 줄 거냐고요. 현재의 여자 친구는 한 번 돌아서면 끝이라고 말합니다.
'흔들리면 안 돼 나도 잘 알고 있어/ 근데 사랑했던 내 맘이 남았나 봐/ 정말로 내 맘이 아프다 그래서 아프다' 부분입니다. 화자는 계속 갈등합니다. 마음을 감추기가 너무 어렵죠. 쯧쯧
'니가 그 애를 버렸잖아 난 그를 위로했어/ 그러다가 그앨 만났고 사랑하게 됐어/ 그래서 나는 너무 아프다 널 보낼 생각에 지쳐/ 날 떠나서 행복하다면 그래 널 보내줄게' 부분입니다. 현재의 여자 친구가 말합니다. 그저 X가 받은 상처를 위로하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돌아갈 태세이니 어쩔 수 없이 그를 놓아주겠다고 말합니다. 진짜 스토리가 열받게 하네요. 진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열불이 끓어서 잠도 안 올 것 같은 느낌이네요.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흔들리면 안 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흔들림. 상하나 좌우 또는 앞뒤로 자꾸 움직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 곳에 깊이 뿌리를 박지 못하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행태를 말하죠. 지진을 발생하면 물리적인 흔들림이 있죠. 오늘 다룰 주제는 마음의 흔들림입니다.
내면이 단단하다는 말에는 흔들림이 거의 없다는 표현이죠. 타인의 말에 귀가 쫑긋 세워지거나 상처를 잘 입는다면 마음이 잘 흔들리는 경우일 겁니다. 마음이 쉽게 동요되거나 약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합니다. 우린 대체로 나이가 먹을수록 흔들림이 없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알고 있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침대 광고의 카피 문구입니다. 들어보셨죠?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낍니다. 불이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불을 제대로 진화하길 기대가 되진 않지만 이런 사람과 있으면 저절로 불이 꺼질 듯합니다.
흔들림이라고 적고 마음의 동요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하는데요. 아니 불, 미혹할 혹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미혹하다는 무엇에 정신이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40대에는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무엇이 자주 출현하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노래의 남자 주인공은 흔들림의 대명사로 그려져 있습니다.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현재의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는 상태지만 집착하는 전 여자 친구의 연락을 단절하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현재의 여자 친구를 버릴 기세입니다. 현재의 전 여자 친구는 자신이 힘들 때 위로해 준 죄 밖에 없는 데도 말이죠. 자신을 버린 전 여자 친구에게 다시 돌아간다고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을지는 대략 난망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흔들리는 순간이 무수히 찾아옵니다. 이 노래처럼 두 번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떠나간 여자 친구가 다시 손을 흔드는 경우도 있고요.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할 때도 맛있는 음식을 보는 순간 우리의 마음이 요동치곤 하죠. 모두 각자의 원칙과 기준이 부재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자는 마음 가는 대로 인생을 사는 것이 최고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기준에서 보면 노래 속 남자는 전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바탕으로 현 여자 친구를 등지는 것이니까 충분히 납득이 될 겁니다. 그런데 저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장면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마음대로 할 때는 최소한 사회 속 다른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현 여자 친구가 없는 상태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현 여자 친구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 조건이 꽤나 다른 경우죠.
왜 흔들리느냐 바로 걸리는 누군가라는 존재 때문일 겁니다. 거침없이 어떤 일이 진척되려면 걸리는 바가 없어야 하잖아요. 그럼 현 여자 친구에게 올 때는 마음이 그리 갔다는 이야기일까요? 오늘 마음 다르고 내일 마음 다른 게 사람인데, 언제까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그리 할 수는 없는 것이겠죠.
물론 부족한 연애 경험 탓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돌아갔다가 피를 봐야 정신이 번쩍 들지도 모르죠. 하하하. 만약 두 여인에게 모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머리 깎고 중이 되는 버전을 어떨까요? 생각보다 괜찮은 중재안 같지만 양쪽에서 다 욕먹는 최악의 한 수가 될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흔들림의 핵심은 중심이 제대로 서 있냐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심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좌로 흔들리면 우로 가려고 애쓰고, 앞으로 흔들리면 뒤로 가려고 애쓰게 되니까요. 그런데 중심이 없으면 어찌 될까요? 방향을 잃고 헤매기 바쁘죠. 사랑 혹은 자신을 버린 X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말하는 이유입니다.
사랑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합니다. A든 B든 자신의 중심값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고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선택을 하느냐 바쁘죠. A가 더 커 보이고도 하고 평소에는 B가 더 커 보였는데 누군가가 A를 취하면 갑자기 A가 확 당기는 그런 우도 발생합니다.
흔들림이 없는 삶이야 있겠냐마는 그 흔들림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여러분들은 거친 세상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흔들리지 않은 중심과 편안함'을 갖추어 가고 있으신가요? 호랑이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호랑이를 보고 머릿속이 하얗게 돼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겁니다. 흔들리는 것은 중심이 무너졌기 때문이죠.
자. 쓰러진 중심을 다시 바로 세워 봅시다. 각자의 마응의 밭에 튼튼한 깃발을 꽂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멤버 중 솔비라는 인물을 보면 참 기이한 측면이 있죠. 가수를 하다가 미술 작가로 변신을 했으니까요. 얼마 전에 보니 연예인 미팅 프로그램에도 나오더군요. 그녀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저의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미술을 할 때 그녀가 보여준 집중력 혹은 자유로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미술에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더군요. 미술에 관한 한 자신의 중심값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거든요. 저도 언젠가 미술을 취미로 하고픈 한 사람이기에.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