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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의 <자유시대>

작사/작곡 김준범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모자이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1 Twxz4 Zgr8? si=D5 Fs5 VDaj-3-whgT

살아가는 건 내 마음이겠지


능력 있다 말할 수도 있지마는


단 한 명 사랑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상처받을 그 사람을 생각해


-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가사 중 -




모자이크는 1993년 데뷔했습니다. <너의 사고방식>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습니다. 김준범, 박문수, 백경수가 멤버입니다. 멤버 전원이 노래를 다 잘하는 건 아니지만 보컬에 모두 참여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메인은 김준범이었고요.

모자이크라는 그룹명은 '여러 색과 모양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다'라는 의미로 지어졌다고 하네요. 3집부터는 당시 유행하던 객원 보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캔의 멤버인 이종원은 모자이크 4집 멤버였습니다. 안타깝게도 팀은 1997년 4집을 끝으로 해체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그들의 데뷔 앨범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도입부의 '‘댄데기 데기디 데디데디 데디야 하’라는 추임새로 유명한 노래입니다. 당시 젊은이들의 연애를 다룬 가사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신세와 오렌지족으로 대변되는 문어발식 자유연애를 비판한 노래가 공감을 산 것이죠. 하하하.

2008년 대박을 친 <과속 스캔들>에 이 노래가 OST로 삽입되었습니다. 극 중 박보영 씨가 유일하게 직접 부른 노래이기도 하죠. 또 <응답하라 1998>에 OST 삽입된 바 있습니다. 90년대를 상징하는 그룹으로 지금까지도 그들의 노래는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죠. 쉬우면서 그때를 기억하기 좋은 노래가 아닐까 싶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자유 시대'입니다. 자유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추구하는 단어입니다. 그런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것 같죠. 그런데 여기서 자유는 자유연애를 말합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유 시대가 아니라 '자유연애의 시대'를 말하고 있죠.

'금방 전화를 끊고 나서/ 누구에게 전화를 또 거는 건지/ 같은 농담을 두 번씩하고 있잖아' 부분입니다. 양다리를 걸치고 분주해하고 있는 누군가를 표현하고 있죠. 전화통을 붙잡고 여기에 한 소리를 저기에도 똑같이 하는 행태를 비꼬듯 말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자와 길을 걷다/ 눈에 띌까 불안하는지는 않은지/ 미안한 마음 없다 해도/ 용돈은 어떻게 감당하는지' 부분입니다. 양다리의 최대 약점은 두 상대방과 한 공간에서 마주치는 것이죠. 그래서 묻습니다. 들키면 어쩔 거냐고요. 하하하. 그런데 웃긴 건 미안함은 차지하고 두 사람 만나서 드는 돈은 어떻게 감당할지를 묻고 있네요. 이 기준이면 돈이 있어야 양다리도 가능하다는 건데. 괜한 걱정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당연한 경험이라 하는 사람들도 있지/ 어차피 인생은 선택이라/ 가슴에 남겨지는 죄책감을 외면하면서' 부분입니다. 저는 이 노래에서 이 부분의 가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철 모를 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만 그래도 상도덕은 좀 지켜야 하지 않냐 말하고 있죠.

'살아가는 건 내 마음이겠지/ 능력 있다 말할 수도 있지마는/ 단 한 명 사랑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상처받을 그 사람을 생각해' 부분입니다. 각자가 생긴 대로 사는 거고 동시에 두 사람을 만나는 것을 능력이라 볼 수도 있지만 사랑이 쉽지 않은 시대에 상처받는 상대방도 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참으로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었을 텐데. 요즘 시대도 이런 조언과 충고가 먹힐까요?


음. 오늘은 가사 중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부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사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상 그 굴레를 벗어나진 못합니다. 일종의 인간으로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거죠.

대표적인 것은 죽음일 거고요. 이 노래에서 언급하는 사랑하는 일도 그중 하나일 겁니다. 여러분들은 인간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로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뭐 어떤 분들은 나이 먹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누군가와 이별하는 일을 꼽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다 맞는 말씀이죠.

그런데 이 말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좋은 이미지보다는 그 반대의 이미지가 더 강한 듯합니다. 당사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불가항력인 일이 일어나 이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로 말이죠. 이 노래에서 이 표현은 진짜 사랑이 뭔지를 모를 때 좌충우돌하는 방황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살면서 좋은 일만 겪고 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우리 인생이 그냥 살아지는 법이 없죠. 좋은 일에는 늘 좋지 않은 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니까요. 매력이 다른 두 사람을 양다리 걸치는 일은 당시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 들키거나 사랑의 진짜 의미를 아는 시점에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겁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이라는 단어에는 보편의 꽃이 피어 있습니다. 나에게만 벌어진 불행이라는 방정식을 깨는 도끼 같은 거죠. 다들 겪는 일인데 혼자 호들갑을 떨며 세상 무너질 것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의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보는 책의 대부분은 인문 관련 서적입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부분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말들이 담겨 있죠. 같은 혹은 비슷한 사건을 겪으면서 각기 다른 시각으로 그것을 해석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인생은 꿈보다 해석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우리는 양을 이해해야 음을 알 수 있고, 거꾸로 음을 이해해야 양을 알 수 있는 구조 속에 사는 것 같습니다. 즐거움을 알려면 고통이 수반되어야 하고 연애의 즐거움을 알려면 솔로의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식이죠. 뭐 하나 그냥 거저 주는 것이 없는 인생입니다.

요즘 저는 중년이라는 단어를 화두로 잡고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중년도 되기 전에 하늘나라에 가신 분들을 제외하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그런 주제죠. 나이라는 게 딱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그 나이대에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것들이 대거 몰려오니까요.

인생을 살면서 내가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혹은 나한테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매우 건전하죠.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일이 나만 피해 가기를 염원하기보다는 그것을 미리 대비하고 맞닿드리면 용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나는 아닐 거라고 혹은 나는 어찌 피해 갈 수 있을 거라는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죠. 지나치게 그런 상황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쓰게 되기도 하고요. 때론 염려증이 자리 잡아서 극도로 사람을 소심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찌 겪었는지를 찾아보고 그 속에서 자신은 어떻게 그 길을 겪어나갈지를 모색해 봐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진 않을 테니까요. 늙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 죽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 먹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 뭐 이런 것들이죠.

이 노래의 가수 모자이크를 저는 삶의 모자이크로 치환해 봅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것을 조각으로 만들어 자신의 그림을 완성해 가죠. 우리 각자가 남기는 그림 한 폭이 그려진다고 생각해 봅니다. 다양한 자신만의 조각이 모여 조화를 이루며 예술의 느낌을 물씬 뿜어 나오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일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아닐까 합니다. 우린 우리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죠. 그래서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좋은 삶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일들에 초연한 삶이야 말로 정말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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