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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의 <헤어진 후에>

작사 장대성/ 작곡 최성빈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Y2K'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0TxgtWpiSr4?si=DYz7Y_auJe5XK1Dc

친구로 지내잔 마지막 말론


너의 기분을 채울 수는 없니


그만큼 나로 인해 힘들다면


사과할게 정말 너무나 미안해


- Y2K의 <헤어진 후에> 가사중 -




Y2K는 1999년 데뷔했습니다. 3인조 다국적 음악 그룹입니다. 고재근을 비롯해 마츠오 유이치, 마츠오 코지가 멤버입니다. 한국 1명과 일본인 2명으로 구성되었죠. 팀명 Y2K는 Year 2 Kil에서 따왔는데요. 2000년이라는 새천년 이슈와 멤버들의 이니셜을 붙여서 어거지로 만들었죠. 하하하.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그들의 1집 타이틀 곡입니다. KBS 뮤직뱅크에서 1위를 했을 만큼 인기가 꽤나 좋았습니다. 후속곡이 <깊은 슬픔>이었는데 이 노래도 1위를 했습니다. 한일 합작 록 그룹이라는 특이성, 그리고 3명의 꽃미남 캐릭터가 팬들에게 제대로 먹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집은 그저 그랬고 한국과 일본을 왔다갔다하며 후속 활동을 못했습니다. 3집으로 야심차게 재기를 꿈꾸었으나 소속사 문제로 갑작스럽게 팀이 해체를 맞았죠. 그나마 마지막 3.5집을 냈고 KBS2TV <러빙유>라는 드라마에 OST로 삽입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죠.

뛰어난 외모 만큼 노래 실력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죠. 어눌한 발음이 당시에는 귀엽다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들어보니 좀 거시기 하네요. 하하하. 활동당시 일본인 멤버가 한국어를 하나도 몰랐다고 전해집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행히도 세 사람의 친분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한일톱텐쇼>에 23년만에 완전체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9월에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고 하네요. 3명의 멤버 모두 계속 음악을 하고 있어서 이런 재결합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사랑한 후에'입니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야 하는데 이 노래에서는 이별을 하고도 다시 만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별 후에 다시 만나서 좋은 꼴을 보기란 쉽지 않죠. 안 보고 안 마주치는 것이 상책인지도 모르겠네요.

'미안해 그런 표정은/ 짓는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너의 그사람/ 정말로 괜찮았었어/ 많이 고민 했었어/ 그 자릴 지켜야 하는지/ 이제 너와 난 끝난 사이니까' 부분입니다. 상황은 이런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한 때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지금은 남남이 되었죠. 그런데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있게 됩니다. 그 사이 상대는 다른 사람과 연인이 되었고 그 사람을 대동하고 그 자리에 오게 되죠. 당연히 화자는 똥 씹은 듯한 표정이 지어졌을 겁니다. 그리곤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겠죠.

'왜 나를 나오라 했니/ 겨우 조금은/ 너를 지운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날 힘들게 해야 했니' 부분입니다. 상대를 향한 원망의 감정을 토해 냅니다. 이런 자리인 줄 알았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을 하면서요. 화자는 상대와 이별 후 상대를 잊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으니 묻힐 뻔 했던 과거지사를 다시 꺼내는 것 같은 상대와의 만남과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으로 보이네요.

'친구로 지내잔 마지막 말론/ 너의 기분을 채울 수는 없니/ 그만큼 나로 인해 힘들다면/ 사과할게 정말 너무나 미안해/ 이젠 너의 사람을 위해서/ 영원히 나를 기억에 지워 줘/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부분입니다. 아마도 이별의 원인 제공자는 화자인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이별 멘트는 '우리 연인 말고 친구로 돌아가자'였던 것 같고요. 그래서일까요. 상대는 화자를 친구로 여기며 이런 자리에 초빙을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화자는 늦었지만 그런 식으로 이별을 선언한 것에 미안함을 표현하죠.

'다신 나를 만나려 하지마/ 혹시 우릴 오해할지 모르니/ 단지 그사람을 위해 모든 걸 생각해줘/ 나는 정말로 괜찮아/ 우리 사랑했었던/ 기억도 이젠 너를 위해 모두 지울게/ 너만 행복할 수 있다면' 부분입니다. 그리고 신신당부하죠. 다시는 자신과 만나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자고요. 지금 만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내라며 자신의 기억지우기는 알아서 할 거라 말합니다. 가사가 좀 이상하죠. 한일합작품이라 그런가.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친구로 지내잔 마지막 말'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한 번 다룬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에이 모르겠습니다. 그냥 진행합니다. 이 멘트 정말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도 자주 등장하죠. 여러분들은 연인 관계였다가 친구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실제로 해 보신 분도 있나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예전에는 '완전 불가능'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뭐 안 될 것도 없지' 이렇게 생각이 변주를 하고 있습니다. 연인에서 친구가 되기 전 상황 그러니까 친구 사이였는데 애인이 된 경우가 왕왕 있잖아요. 말 장난 같지만 그것도 되는데 반대는 왜 안 되지라는 물음표를 던져 보는 거죠.

된다 안 되다는 자신의 가치 판단이 있는 것이지 실제로는 되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내 판단이 문제였던가 하고요. 늘 말씀드리지만 세상은 저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운행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 되지'는 온전히 나의 생각일 뿐이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혹은 연인에서 친구로의 진행은 당사자의 몫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황당한 생각도 해 보게 되는데요. 반려자 혹은 배우자를 찾을 때 친구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잖아요. 물론 신혼 때는 제외하고요.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남녀라는 이성의 영역을 넘어서 전우애가 넘치는 친구 사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별만 안 했다 뿐이지 이 경우도 연인에서 친구 사이가 된 것으로 보면 안될까요?

이 노래에서 상대가 화자에게 화낸 이유는 '친구로 지내자는 말' 때문은 아닙니다. 그것이 연인이라는 관계 혹은 사귐이라는 관계를 끝내는 마지막 말이었기 때문이죠. 왜 관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상대는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결론부터 내밀었던 것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을까요?

우린 친구에서 사랑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인데 반해 그 반대의 경로는 터부시하죠. 그런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나섰습니다. 미국 오클랜드대 사회심리학 교수 리사 웰링이라는 분이 남녀 861명을 대상으로 이별 후 상대와 어떻게 지내는지, 만약 친구로 지내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질문했다고 하네요. 흥미진진하죠? 하하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 연인과 친구로 지낸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은 '상대가 주는 신뢰와 안정감, 감상적 가치', '실용성', '성적 접근가능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는데요. 연인 관계가 끝나고서도 친구로 지내는 건 자비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진 사회적 지위, 금전, 정보, 그리고 육체적 관계 등에 진짜 목적이 있는 것이라는 해설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 저널'에 실려 있습니다. 헉.

터부시하는 근거가 있는 셈이죠. 저는 더 나아가서 미드의 한 장면을 떠올려 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혼하고 나서도 서로를 잘 챙기는 연예인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이 회자되곤 합니다. 아이들의 생일은 물론이고 이혼한 배우자의 생일에도 꼭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한다는 뭐 그런 류의 이야기죠.

제가 어릴 적 미국 드라마를 보면 헤어진 부부가 주말이 되면 아이를 아빠에게 건내주면서 서로 키스로 인사도 하고 아이의 성장발달에 대해 격의없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왜 우리 나라에서는 저런 게 안 될까 하는 의문을 품었었는데요. 한 때 연인의 단계를 넘어선 부부였다가 이혼해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데 결혼에 골인도 안 한 커플도 안 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었죠.

그래서 더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 미혼 남녀에게 물었죠. 2030 미혼 481명을 대상으로 헤어진 연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약 70%는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이걸 뒤집어 보면 대략 30%의 사람은 연인에서 친구가 될 수 있다로 응답했다는 말이죠. 물론 무응답도 있었겠지만요.

굳이 세상의 반이 나와 다른 이성인데 한 때 사랑했던 사람과 친구로 지낼 필요까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낮게 잡아도 10~20%는 실제로 그리 지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게 어찌 가능하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추가 질문을 던져 봄직하죠.

남성들은 '함께 어울리는 무리 같아서', 여성은 '아직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라'서가 가장 많은 답변으로 꼽혔습니다만 이건 좀 이기적인 면모가 있는 듯하네요. 아까 외국 연구 결과와 비슷한 답변이죠. 그런데 제 눈에 들어온 소수 답변은 '친구로서는 좋은 사람인 걸 알아서'였습니다.

저는 연인에서 친구로의 진행에 대해 좋다 나쁘다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현상이 실제로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은지를 탐구할 뿐입니다. 오해 마시길. 연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친구로서의 덕목은 같은 듯 조금 다르죠. '친구로서는 좋은 사람인 걸 알아서' 제가 찾는 가장 이상적인 답인듯요. 하하하.

나와 다른 타인들의 생각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는 시도는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자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대기 전에 왜 그랬을까를 먼저 헤아려 보면 그 속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서 놀라움을 주기도 하죠. '친구로 지내잔 말'이 이리도 심오한 말이었던가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이 노래의 가수 이름에서 새천년을 맞이할 때 들리던 '밀리니엄 버그'라는 것이 떠오르더군요. 기계가 앞자리를 못 바꿔서 일대 혼란이 온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죠. 25년 가량이 지난 지금 이제 우리는 AI시대의 초입을 살고 있습니다. 그 사이 결혼에 대한 생각도 이혼에 대한 생각도 연인에서 친구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 변화가 있었으리라 추측하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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