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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백시의 <너를 위해>

작사 지훈, 구지안/ 작곡 로코베리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첸백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lqpXJhfD5 rs? si=4 V937 I65 dr_WmIkM

나를 스쳐 지나가도 돼

니가 날 다 잊었으니까

니가 기억할 때까지

나는 너를 기다릴 테니까


그대여 나를 바라봐줘요

여전히 그대도 나를 사랑하나요

그대여 내 눈을 보고 얘기해 줘요

사랑하는 맘은 숨겨지지 않아요


- 첸백시의 <너를 위해> 가사 중 -




첸백시는 2016년 데뷔했습니다. EXO라는 남자 그룹의 유닛입니다. 첸(김종대) + 백현(변백현) + 시우민(김민석) 이런 조합이죠.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첸백시'라고 부른답니다. 유닛 활동 당시에는 당연히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습니다. 전속계약 문제가 있어서 EXO로 활동할 때는 SM이지만 2024년부터 첸백시로 활동할 때는 아이엠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2016년 데뷔 미니 앨범 <Hey Mama!>를 발매했고요. 2018년 두 번째 미니앨범 <Blooming Days>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일본에서 정식 앨범 <Magic>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도 일본에서 팬미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EXO보다는 밝고 경쾌한 노래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드라마 <보보심경 >에 OST로 삽입 곡입니다. 이준기와 아이유가 나오는 로맨스 사극이죠. 그들의 데뷔 해인 2016년 방영된 드라마인데요. 데뷔 전에 부른 노래입니다.

3명의 멤버 모두 각자 활동을 예능과 앨범 등으로 꾸준히 하고 있고요. 나름 팬덤도 형성하고 있습니다. SM과 법적 소송으로 지루한 공방을 벌이면서 EXO 활동까지 제대로 안 굴러가고 있는데, 빨리 그 족쇄를 풀고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너를 위해'입니다. 너무 흔한 제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 제목을 첫 가사인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이지만> 정도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훨씬 괜찮지 않나요? 하하하.

'다른 공간의 다른 시간이지만/ 내 사랑이 맞을 거야/ 바람에 스치는 너의 향기로도/ 난 너인걸 알 수 있어' 부분입니다. 아마도 극 중에서 시공간 이동이 있어서 이런 가사가 쓰인 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남녀의 상황으로 봐도 무관할 듯합니다. 사랑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기억으로도 이어집니다.

'너에겐 내가 곁에 있었단 사실을/ 절대로 잊지는 마/ 널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었던/ 내 마음을 지우지 마' 부분입니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설처럼 떨어져 있는 동안 사랑했던 사랑 그리고 그 마음을 지우지 말라고 간절히 소망하죠.

'but i don`t know 내 맘속에 언제부터 니가 산 건지/ i don`t know 너를 보면 설레는 이유' 부분입니다. 사랑은 불현듯 찾아오죠.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로 찾아왔는지 모를 만큼요. 이미 설렘을 느끼는 순간은 왜를 묻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화자 역시 상대가 자신의 마음에 언제부터 들어왔는지를 묻고 있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나를 스쳐 지나가도 돼 니가 날 다 잊었으니까/ 니가 기억할 때까지 나는 너를 기다릴 테니까/ 그대여 나를 바라봐줘요 여전히 그대도 나를 사랑하나요/ 그대여 내 눈을 보고 얘기해 줘요 사랑하는 맘은 숨겨지지 않아요' 부분입니다. 맥락이 크게 있는 가사는 아닌 듯 보이네요. 서로에 대한 사랑은 그 기억이 사라지는 날이죠. 화자는 사라진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그 하염없는 시간을 기다려 볼 셈인 것 같군요.

'같은 공간 같은 시간 함께 있잖아/ 언제라도 내 곁에 와 너의 자리로/ 라라라라라라라 With you 너를 위해서' 부분입니다. 자신의 옆 자리를 상대를 위해 늘 비워두겠다 말합니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으로 바뀌어 있네요. 둘은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요?


음. 오늘은 가사 중 '다른 공간의 다른 시간이지만'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가사를 보면서 다중우주론을 떠올려 봤습니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하나의 우주가 아니라 저마다의 우주를 갖고 있는 상황 말이죠.

물론 이 가사는 시간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반영한 것일 겁니다. 현재에 사는 누군가와 과거에 사는 누군가의 애절한 사랑을 극대화해 볼 요량으로 말이죠. 이어질 수 없는 운명 그리고 환생을 통한 만남 뭐 이런 것들은 흔히 보는 퓨전 사극의 주요 테마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끝난 <폭군의 셰프>라는 드라마도 같은 맥락이죠. 대장금 운운하며 평가가 좋았었는데 결말 부분이 완전 꽝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으로 만드는 서사가 너무도 구려서 보다가 화딱지가 나더군요. 완존 옥에 티였습니다. 더 이상 스포는 안 할게요. 하하하.

우린 살다 보면 딴 세상 사람 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도저히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경우죠. 2025년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이들이 있는 것이죠. 혹자는 후에 천재라는 이름으로 길이길이 이름을 날리곤 하지만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뜻이 맞지 않으면 요단강 너머에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공간도 시간도 각기 흐릅니다. 그 무료함과 짜증을 말해 뭤하겠습니까?

어떤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재구성하면 대략적인 맥락이 보이죠. 그런데 어떤 이들은 각자가 본 것들 위주로 말을 합니다. 사건 현장만 그런 게 아니겠죠.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길도 만나는 사람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고약한 아니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죠.

그래서일까요? 똑같은 일정을 소화한 A와 B는 본 것도 들은 것도 느낀 것도 저마다 다릅니다. 거기에 자신의 필력까지 더하면 완전히 다른 류의 글이 탄생합니다. 과연 이 둘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찌 보면 우린 지구라는 별에 살지만 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도 주의 깊게 보는 부분도 다를뿐더러 자신의 취향과 흥미에 따라 흐르는 시간도 각자 다른 속도로 흐릅니다.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우리의 공간과 시간, 비슷한 부분만을 떼어내서 의사소통을 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모습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외로워서 죽을 것 같아서 인 것만 같습니다. 하하하.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우주와 우주의 충돌도 바라봅니다. 타인의 우주가 우연처럼 저라는 우주와 충돌한 상황이 바로 만남인 것이죠. 우주와 우주가 충돌하며 때론 스파크가 강렬하게 튀기도 하고요. 치유할 수 없는 상흔도 남기고 그러죠. 모든 충돌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닌 까닭입니다.

우주가 다른 우주를 만나 새로운 우주의 모습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마치 아주 옛날에 우주를 떠다니던 행성이 지구와 부딪혀 달이 된 것과 같은 이치죠. 이제 지구에겐 달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벗이 생겼습니다. 해만 바라보고 살던 때는 인류가 없었겠지만 달이 들어서며 생명체가 생겼죠.

아마도 우리들은 사는 동안 많은 우주들과 불가피하게 충돌할 겁니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살던 다른 우주들은 그래서 우리에게 기쁨도 안겨주고 슬픔도 건네주겠죠. 달의 표면처럼 수많은 다른 우주와의 충돌이 움푹 파인 모습으로 내 우주 안에 기록되어 있게 되어 있을 겁니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있던 다른 우주가 나의 우주와 부딪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드넓은 우주에서 그 충돌은 분명 깊은 뜻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해석하지 못할 뿐이죠. 다른 우주를 만났거들랑 환대합시다. 찾아와 준 것도 고맙고 희박한 확률을 뚫은 것도 놀랄 만한 일이니까요.

지금 여러분들은 어떤 공간, 어떤 시간에 살고 계시나요? 살면서 누군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연대의 정신 따위를 느낀다면 행복한 일일 겁니다. 가급적 외톨이 우주로 살지 말고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 펼쳐지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점이라는 것을 빼 봤습니다. 그냥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거였는데 내친김에 당당히 피부과에 발걸음을 했더랬죠. 지금 제 얼굴은 여기저기 네모나게 오린 메디폼이 붙어 있습니다. 이러고 회사를 가다니. 하하하.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성형강국이라는데 피부관리 세계가 궁금했습니다. 울쎄라, 써마지, 온다 리프팅, 레비나스 등등. 많이 배워갑니다. 또 다른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이런 식으로 작동해서야.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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