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삿포로를 들여다보다.
4월, 삿포로는 눈을 걷어내고 맨 얼굴을 드러낸다.
지난해 10월, 눈이 없는 비수기 삿포로로 한 달간 한국에서 도망가듯 떠나버렸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임대형의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를 보고 읽은 사람이라면 눈 오는 홋카이도에서 낭만적인 겨울 추억을 새기길 꿈꾸곤 한다.
삿포로 = 겨울
전 세계인이 당연하듯 여기는 공식이다. 하지만 홋카이도에도 11월에서 2월의 겨울을 제외한 더 긴 계절들을 거쳐간다. 눈이 빠진 삿포로, 눈이 없기에 느낄 수 있는 삿포로의 낭만은 아는 사람만 아는 간판 없는 가게처럼 존재한다는 것을 지난해 가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10월에 삿포로에 도착해 11월까지, 한 달간 머무르며 길에서 본 한국인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화려한 순간보다 가장 보통의 순간을 목격하며 보이지 않았던 진심을 헤아리는 일은 가치 있다. 지난 10월 삿포로, 꿈처럼 남은 희미한 기억과 당시의 사진으로 비수기 삿포로가 가진 보통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01. 삿포로 가는 길
02. 대중교통, 삿포로에서의 이동은?
03. '맛의 고장' 삿포로의 음식
04. 삿포로에서만 만나는 특별한 장소들
05. 가을 삿포로와의 스몰토크
06. 삿포로 떠나는 길
01. 삿포로 가는 길
봄과 여름을 거쳐 에디터 외주와 무인양품에서 받은 월급을 빠듯이 모아 삿포로행을 준비했다. 풍문으로는 삿포로행 비행기가 아주 비싸니 돈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 이야기 또한 눈 오는 삿포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 항공사에서 약 30만 원 초반대의 금액으로 삿포로 왕복 비행기를 예매할 수 있었다. 오사카행 비행기가 최근 왕복 20만 원 중반이라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삿포로는 오해와는 다르게 비수기라면 금액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다.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과 철학을 좋아하는 시간은 오래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중국과 대만은 가보았어도 일본은 처음이었다. 남들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가는 일본이 나에게는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첫 방문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점차 시간이 지나 안목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더 나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을 시기에 운명이라는 것이 나를 삿포로로 데려다준 것이라 믿었다.
비행기는 일본 열도의 안쪽 지느러미를 훑어 비행했다. 눈을 몇 번 감았다 뜬 후, 비행기가 두꺼운 구름을 뚫자 후지산이 보였다. 역사 속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멀리서도 위엄을 뽐내는 산을 동경해 왔을지 생각하며 그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부분의 삿포로 여행객들은 착륙하기 직전 새하얀 치토세의 풍경에 감탄하며 비행기 창문에 얼굴을 들이대느라 바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늘에서 본 치토세의 모습은 초록 논밭이 가득한 일본 시골의 풍경이었다. 군데군데 세워진 적은 수의 주택과 여유롭게 펼쳐진 대지의 광활함은 이곳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일본의 버스 시스템이었다. 돈을 내지 않고 탄 뒤, 내렸을 때 이동한 거리만큼 정산을 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다누키코지에 내려 호텔로 향했다.
삿포로의 상점가 다누키코지로 첫발을 내딘 이후 먹고,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비수기 삿포로의 매력을 하나씩 이야기하며 지난 시간의 추억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02. 대중교통. 삿포로에서의 이동은?
삿포로의 대중교통은 일본의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일본 타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프로 일본러라면 이동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1. 전철
삿포로 안에서는 지하철로 어디든 갈 수 있다. 대부분 목적지는 종합 상점가 다누키코지, 삿포로 TV타워의 오도리 공원, 삿포로 최대 시가지 스스키노다. 선택한 목적지로 발권된 티켓을 개찰구에 넣으면 구멍이 뚫려 반대편으로 다시 나온다. 오타루처럼 삿포로에서 먼 여행지를 가야 한다면 일본 기차인 JR을 이용하면 된다. 한국의 KTX 같은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고 무궁화호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기차를 타볼 수도 있다. 오타루행 JR을 타게 되면 해안가를 거치기 때문에 창문으로 꽉 찬 일본의 바다풍경이 승객을 반긴다.
2. 버스
조금 더 구체적인 목적지를 원하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일본의 버스는 뒷문으로 승차하며 기계에서 티켓을 먼저 뽑는다. 티켓 가장 오른쪽의 '3'은 내가 탄 정류장의 번호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일본은 지하철도 버스도 모두 이동한 거리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버스 앞 쪽 전광판에 지금 하차했을 때 내 번호가 얼마의 금액을 내야 하는지 나온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전광판의 내 번호에 해당되는 금액을 낸 뒤 하차하면 된다.
3. 지상철
삿포로 시내의 도로 위에는 지상철이 다닌다. 210엔 정도의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아주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걷기에는 힘들 때 이용하기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03. '맛의 고장' 삿포로의 음식
삿포로의, 홋카이도의 주 무기는 눈이 아니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 신선한 해산물, 쾌적한 환경의 목장이 주는 축산물(우유, 버터, 고기 등)은 일본 본토에서도 인정받는다. 그에 더해 삿포로의 자랑인 삿포로 맥주와 닛카 위스키까지. 음식 하나로도 삿포로는 계절과 관계 없이 올 가치가 충분한 여행지다.
삿포로는 '눈의 고장'이 아니라 '맛의 고장'이 아닐까?
이곳의 맛은 비수기, 성수기를 가리지 않는다.
1. 이자카야
일본의 이자카야 문화는 한국에서도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삿포로의 이자카야는 다르다. 오호츠크해에서 직송되는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해산물과 삿포로 맥주의 조합은 타 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삿포로만의 매력이다.
특히 삿포로 클래식은 삿포로에서만 마실 수 있는 지역의 특미이기도 하다.
2. 야키니쿠
한국에는 한우, 일본에는 와규(和牛)가 있다. 특히 홋카이도에는 삿포로를 포함한 전지역에서도 높은 질의 소고기로 유명하다. 홋카이도 기타미시는 일본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야키니쿠 점포를 보유했다고 할 정도이며, 역시 홋카이도산 와규는 어느 계절이나 맛을 잃지 않는다.
일본의 야키니쿠 문화는 한국의 고깃집과는 달리 혼자 방문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니 혼밥으로도 추천한다. 하지만 삿포로의 스스키노에 위치한 대부분의 야키니쿠 가게는 예약을 필요로 하기에 일본어가 가능하면 전화로, 불가능하다면 직접 방문해 시간을 예약하는 방법을 권한다.
3. 스미레 라멘
스미레 라멘은 삿포로에 본점을 둔 지역의 명물 라면이다. 일본의 대형마트인 돈키호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봉지라면이기도 하다. 스미레 라멘은 삿포로 현지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매우 유명한 라면 점포이며 삿포로만이 가진 라멘의 맛이 궁금하다면 필수 코스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일본은 지역별로 유명한 라멘의 종류가 다르다. 후쿠오카가 돈코츠 라멘이 유명하다면 삿포로는 역시 미소라멘이다. 스미레의 미소라멘과 함께 시켜야 할 사이드 메뉴의 스테디셀러는 볶음밥인 차황인데, 한국의 중식 볶음밥과 비슷하면서도 그만의 독보적인 맛을 뽐낸다.
4. 토리톤 초밥
홋카이도의 기타미시에서 시작된 '토리톤 초밥'은 현재 삿포로를 중점으로 하는 대표적인 현지 초밥 가게다. 제철에 맞추어 간다면 오호츠크해에서 건진 특산 해산물들도 먹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삿포로 근방 대부분의 토리톤 초밥은 삿포로 중심지(스스키노, 오도리 공원 등)에서는 약간의 거리가 있기에 전철을 타야 한다. 숙소와 가장 가까운 토리톤 초밥을 찾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현지인 중심의 가게인만큼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다. 그리고 무려 디지털 주문 메뉴판에 한국어를 지원한다.
5. 유제품
홋카이도는 목장이 발달한 만큼 유제품이 매우 유명하다. 일본 현지인들마저 우유나 버터는 홋카이도산을 첫 번째로 친다. 일본 타 지역의 마트에서도 좋은 우유는 대부분 홋카이도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의 다누키코지에서 산 크레미아 아이스크림은 홋카이도산 생크림을 쓰는데, 우리가 알던 우유 아이스크림 보다 아주 진한 맛을 느끼게 한다.
다누키코지 근처의 한 가게는 다양한 위스키를 맛보기 양으로 제공한다. 아이스크림에 위스키 한 방울을 올려 먹는 독특한 방식의 가게다. 참고로 홋카이도의 닛카 위스키는 대표적인 재패니즈 위스키이기에 삿포로에 방문한다면 꼭 마셔볼 필요가 있다.
6. 삼각시장 카이센동
삿포로에서 JR을 타고 해변가를 따라 달리면 오타루에 도착한다. 오타루의 카이센동은 삿포로 관광객들이 홋카이도만의 신선한 해산물을 찾아 필수코스로 먹는 음식 중 하나다. 특히 오타루의 삼각시장은 그 어디보다도 신선한 해산물을 제공한다. 아래의 밥을 맨밥과 스메시(식초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식초밥 선택을 추천한다. 퍼먹는 초밥이 뭔지 알게 된다. 삼각시장에 들어서면 아주 많은 카이센동 점포들이 줄을 지어 관객들을 반기는데, 유명한 점포의 경우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30분 정도의 웨이팅을 필요로 한다. 만약 성수기라면 상상 이상의 웨이팅으로 여행 시간을 뺏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7. 로이스 초콜릿
유럽에 지지 않는 초콜릿을 만들겠다던 다짐이 로이스의 첫마디였다.
의외의 사실이 있다면, 로이스 초콜릿의 고향은 삿포로다. 본점 또한 삿포로에 있으며 공장과 가게가 복합적으로 위치한 '로이스 타운'은 삿포로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위쪽 지역인 이시카리에 있다. 그렇기에 삿포로에는 길 가는 중에 편의점이나 주유소처럼 로이스 건물이 뜬금없이 등장하기도 하며 삿포로에서만 판매하는 특별한 초콜릿을 만날 기회를 찾을지도 모른다.
Tip ! 치토세 공항 3층의 ‘로이스 초콜릿 월드’는 일본 현지인들도 굳이 찾아 올 정도의 유명세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로이스 제품군과 함께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P.S
* 본문에 게재하지 않았지만 양고기 '징기스칸'도 삿포로 맛 투어의 필수 코스다. *
04. 삿포로에서만 만나는 특별한 장소들
삿포로의 랜드마크 삿포로 TV타워와 삿포로 최대 번화가 스스키노. 홋카이도와 도호쿠의 대표적인 위스키인 닛카 위스키의 공장부터 <러브레터>, <윤희에게>의 오타루까지. 덮인 눈을 벗은 채 재발견되는 삿포로의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명소들.
1. 삿포로 TV 타워
삿포로 TV 방송이 시작되며 지어진 오도리공원의 이 타워는 삿포로 랜드마크나 다름없다.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에 가면 삿포로의 전체 풍경을 볼 수 있다.
타워가 위치한 10월의 오도리 공원에는 성수기에 일루미네이션으로 북적이는 인파와 달리, 많은 커플들과 여행객들이 한적한 공원 의자에 앉아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오도리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 퇴근한 뒤 타워를 배경으로 삿포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모두가 특별한 추억을 여기에 새겨 놓았다.
2. 스스키노
삿포로 TV 타워를 제쳐두고 그다음으로 꼽는 랜드마크가 있다면, 닛카 위스키 간판이 크게 걸린 스스키노의 중심부다. 스스키노에는 쇼핑몰 메가돈키를 포함해 오락실, 각종 이자카야, 패스트푸드, 한국의 롯데리아 까지 있는 그야말로 삿포로 최대의 시가지다. 매우 큰 전광판들이 건물에 끝도 없이 붙어 있으며 관람차까지 더해 말 그대로 별천지나 다름없다.
3. JR타워
JR타워는 삿포로역에 위치한 대형 복합 쇼핑몰이다. 내가 일했던 무인양품을 포함해 일본의 대표적인 상품들을 모아 팔고 있는, 꼭 스타필드나 백화점 같은 곳이다. 여행 중 쇼핑을 원한다면 메가돈키와 JR타워에만 가도 원하는 기념품을 모두 챙길 수 있을 정도.
4. 조잔케이 (료칸)
삿포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면 료칸들이 잔뜩 모여 촌락을 이루고 있는 '조잔케이'가 있다. 내가 예약한 료칸 하나모미지는 아고다에서 캐시백 5만 원에 가이세키(일본식 코스요리)까지, 그리고 엔저와 몇 가지 혜택을 보며 두 명 총합 40만 원 내외로 숙박할 수 있었다.
료칸은 일본의 오래된 숙박 문화인데, 성수기에는 눈이 오는 노천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는 료칸도 더러 있다. 하지만 매우 비싼 가격과 치열한 예약 경쟁이 있기 때문에 비수기에는 예약과 비용 모두 어렵지 않게 료칸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얻게 된다.
개인 온천을 경험하고 싶다면 미리 유선이나 이메일로 예약을 해야 한다. 대체로 당일 예약은 차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패키지 관광객들에게 밀리지 않고 예약할 수 있는 비수기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금액에 따라 야외 개인 온천도 예약이 가능하다. 정해진 시간 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편하게 쉬고 나올 수 있다.
가이세키는 료칸마다 다르지만 잘 선택한다면 의외로 비싸지 않게 예약을 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비수기라면 더욱 그렇다. 홋카이도인만큼 다양한 해산물을 위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게는 료칸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기도 하는 코스다.
가이세키를 마치고 오면, 료칸의 직원이 방을 비운 사이 책상을 옮긴 뒤 침구를 펼치고 가준다. 가이세키를 즐기며 방에 돌아갔을 때 푹신한 침구가 펼쳐져 있을 상상을 하는 것도 료칸의 묘미다.
5. 닛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
일본 위스키의 역사는 깊다.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전통 있는 위스키를 생산하는 국가다. 양대 산맥으로 산토리와 닛카가 있으며 닛카는 삿포로 맥주와 더불어 홋카이도, 삿포로의 얼굴이 되는 술이다. 닛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는 이른바 재패니즈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지은 대규모의 위스키 증류소다. 미리 예약을 하면 공장 내부를 가이드 받을 수 있으나 예약을 하지 않을 경우 출입이 어렵다. 하지만 가이드가 영어와 일본어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증류기에 시메나와가 걸려있었다. 일본에서 시메나와는 악령을 물리치는 힘을 가졌기에 시메나와가 묶인 곳은 신성하다고 믿는다. 가이드가 끝나면 세 가지 종류의 맛보기 닛카 위스키를 물, 얼음과 함께 제공한다.
위치는 삿포로에서 다소 멀지만 삿포로역에서 오타루역을 거친 뒤 요이치 역으로 가는 방법과 오타루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택시도 괜찮은 선택이다.
6. 오타루
<러브레터>와 <윤희에게> 촬영지, 오타루는 홋카이도의 낭만을 찾는 사람들의 집결지다. <윤희에게>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기도 하는 오타루 운하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눈이 쌓이지 않았을 때 오타루 운하는 색채감이 돋보여 지붕 색깔과 정돈 된 건물 풍경이 아름답다.
오타루는 앞선 설명처럼 JR을 타고 오타루역으로 가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
<러브레터>에서 극 중 아키바 시게루는 오타루의 유리 공예 작가로 등장한다. 오타루는 영화에서 보여주듯 유리 공예가 유명한 지역이다. 그래서 길거리에도 유리 공예로 만들어진 컵이나 그릇, 여러 작품들을 판매한다. 유리 공예를 직접 체험하는 원데이 클래스 상품도 있다. 그에 더해 오타루는 오르골 또한 유명한데, 음악을 좋아한다면 기념품으로 사기에도 매우 좋다. 오타루 운하에서 멀지 않은 오르골당에는 다양한 오르골을 전시, 판매한다. 역시나 비수기이기에 북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유리공예와 오르골을 감상할 수 있다.
7. 홋카이도 신궁
삿포로에는 '홋카이도 신궁'이라고 하는 깊은 전통의 신사가 있다. 지하철로 마루야마코엔역으로 가면 걸어서 금방 도착한다. 전통 건축물과 여유로운 풍경을 보기에 제격이다.
시치고산(七五三)은 3,5,7세가 되는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하는 일본의 전통 행사다.
농사의 수확기가 끝나는 11월에 이루어지지만 홋카이도처럼 날씨가 추운 곳은 10월에도 개최된다.
10월의 삿포로에서는 3,5,7살의 귀여운 아이들이 기모노를 입고 신사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에는 「七歳までは神のうち」라는 말이 있다. '7살까지는 신의 몫'이란 것인데, 한국이 100일, 돌잔치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 통한다. 그 시절에는 의료 기술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아이의 건강한 성장은 크게 축복받을 일이었다.
대부분의 신당 입구에는 사진처럼 대나무 통에서 물이 나오는 '데미즈야'가 있다.
신당에 들어가기 전 손과 입을 씻음으로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는 의식이다.
물을 왼손, 오른손 순서로 씻고 입에 물을 머금은 다음 아래에 뱉는 것이 과정이다. 다르게로는 대나무 국자를 이용해 입에 물을 머금기도 하지만 코로나 여파였을지 국자는 없었다. 그리고 국자에 입을 대는 것은 실례이니 주의해야 한다.
P.S
* 삿포로 맥주 박물관도 방문하는 것을 추천! (박물관 투어는 예약이 필요하다.) *
* 봄, 여름에 방문한다면 비에이, 후라노에서 화려한 꽃밭과 청량한 호수를 볼 수 있다. *
05. 가을 삿포로와의 스몰토크
삿포로는 '삿포로'라는 이름 자체에 눈과 겨울이 묻어있다. 하지만 하얀색으로 '삿포로'라 쓰인 글자를 손가락으로 푹 찔러보니 동그랗게 난 구멍 사이로 여러 색깔의 빛들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내가 보았던 삿포로는 힘을 주고 뽐내며 잔뜩 반짝이는 삿포로가 아닌, 퇴근 후 소파에서 유튜브를 보고 샤워를 귀찮아하는 누군가의 늘어진 모습이었다.
06. 삿포로 떠나는 길
한국의 모두에게서 도망칠 심산으로 떠나온 가을 삿포로는 내 목적을 이미 알았던 것처럼 적은 여행객과 여유로운 풍경으로 나를 반겼다. 그 시기 삿포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꿈꾼다는 낭만의 도시와는 달랐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찾은 듯 넓고 조용한 오도리 공원을, 아담한 다누키코지를, 적당히 북적거리는 스스키노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삿포로에서 떠나기 바로 며칠 전, 11월 중순쯤이었을까. 삿포로가 작별 인사를 하듯 올해 첫 진눈깨비를 하루종일 흩날렸다.
마치며
쉬기 위해 일본에 가고 싶다면, 하지만 도톤보리와 시부야의 여행객에게는 치이고 싶지 않다면, 봄과 여름, 가을의 삿포로는 어떨까?
멈추었던 나의 시계는 한국에 돌아가며 다시 시곗바늘을 움직였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을 삿포로와 그 주변 도시들은 한 꺼풀 벗겨져 자신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특히 애인이 살고 있는 이시카리에서 내일의 걱정보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여유를 가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 20대 후반, 그렇게 삿포로는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또렷한 형태를 보여주었다.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