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년 중 가장 힘든 시간이 인사평가 면담을 하고, 인사평가를 실행하고, 인사평가 결과가 나오고, 인사평가 결과 면담을 하고, 팀원들의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입니다. 중간 관리자로서 피평가자인 저도 평가를 받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지만, 팀원들 평가결과에 신경 쓰다 보면 제 평가에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제 평가 결과에 불만을 갖지도 못합니다. 중간에 ‘낀 자’의 비극이라고 할까요?
인사평가를 위한 팀원들과 면담시간에 주로 이런 대화가 오고 갑니다. 김대리는 과학고와 명문 사립대를 졸업했고 처음 들어보는 자격증만 7-8개 가지고 있는 저희 팀 막내입니다.
“김대리, 올해도 수고 많았어요! 올해 정말 열심히 잘했고 업무능력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해요.”
“팀장님, 그럼 올해 승진할 수 있을까요?”
“아... 그건 말이에요(당황). 올해 회사 상황도 좋지 않고 해서 승진 티오(TO)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주저주저)”
“팀장님, 저 정말 열심히 일하는 거 아시잖아요. 내년에는 승진할 수 있을까요?”
“그건 내년에 가봐야 알겠지요. 내년에도 우리 열심히 해봅시다! 지금처럼만 하면 돼요!”
그리고 이어지는 김대리의 재빠른 퇴장......
80-90년대 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그리고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공부를 했습니다. 가끔은 회사에서 일하기에 너무 많은 공부를 하고 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터넷에 모든 정보가 있으니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엄청나게 많이 압니다. 회사에서 ‘양자역학’이나 ‘빅뱅이론’이 필요한 업무는 없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몇 년의 경험으로 하지 못할 업무는 거의 없습니다. 회사에서 팀원들은 항상 자신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극히 몇몇을 제외하고 회사에 들어와서 열심히 일 하지 않는 직원은 없습니다. 모두 기본적으로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평가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모두 열심히 하고 비슷한 수준의 업무를 달성하는 팀원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어떤 경우라도 서열을 매겨야 하는 비극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서열 가르기의 특성상 만족자는 소수이고 불만족자는 다수입니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회사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면 약간의 장단점이 보일 뿐 업무능력은 비슷합니다.
KPI, 숫자의 이중성
이러한 평가의 모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기업들이 KPI(Key Performance Index indicator)라는 것을 설정합니다. 그 해에 달성해야 하는 주요 목표를 수치화하여 설정하는 것입니다. KPI 평가는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많은 회사들이 사용하는 평가방식이지만 이의 폐단도 만만치 않습니다.
질보다 양
KPI라는 숫자화 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숫자놀음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실적 조작, 허수 경영 회계조작 등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영업실적이 아주 탁월하여 CEO표창도 받고 칭찬이 자자했던 직원이었는데 알고 보니 실적 조작을 했다라든가, 부서끼리 서로 주고받으며 서로의 실적을 올려주었다라든가, 몇 년 뒤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 당장 올 해의 실적을 위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 경우 등 회사에서 해서는 안될 반칙들을 빈번하게 볼 수 있습니다.
KPI의 폐단을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과도한 목표 설정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KPI를 작년보다 낮게 설정해주는 인자한 회사는 없습니다. ‘묻지 마 성장’의 이데올로기를 지닌 자본주의 사회의 원동력인 회사는 항상 현재보다 높은 과업을 부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도한 목표임을 평가 부서도 알고 피평가 부서도 알지만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의례히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무리한 목표는 무리한 계획을 낳고 무리한 편법을 낳습니다. 단기간의 실적을 이루기 위하여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여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는데 드는 비용이 정상적인 사업으로 발생한 건전한 이익을 훼손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과정 무시
샐러리맨은 KPI가 주어지면 뭐든지 합니다. 숫자는 명확성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결과를 너무 중시함으로써 과정을 무시하는 폐단을 낳습니다. 이러한 결과 중심의 회사 경영은 당장의 이익은 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건전한 발전은 이루기 어렵습니다. 사업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좋은 아이디어를 인정해주지 않고, 모두 어렵다고 하는 사업을 도전적으로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업에 혹독한 평가를 내립니다. 결과에 의한 신상필벌이 아직도 우리의 보편적인 평가방식입니다.
하향식 목표 설정
대부분의 회사는 하향식 목표 설정을 하고 그에 따라서 평가를 합니다. <OKR>이라는 책에서 ‘존 도어’는 하향식 목표 설정의 문제점으로 ‘민첩성 둔화’, ‘유연성 악화’, ‘구성원 소외’ 그리고 ‘형식적 연결’을 말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구성원 소외’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고 회사의 평가로부터 소외됩니다. 엄격한 하향식 평가 시스템에서는 현장으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를 차단합니다. 하향식 목표를 ‘전달’ 받는 조직의 직원들은 목표 수립과정에서 조언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고 연말에 어떻게든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받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여러분들도 해보셔서 잘 아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이러한 KPI 경영은 ‘테일러식 경영’의 전형입니다. 기계 성능을 표시하는 스펙을 인간에게 부여하고 스펙에 어울리는 성과를 KPI라는 방식으로 평가합니다. 인센티브와 KPI로 직원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인간은 채찍과 당근을 주면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전근대적인 사고의 인간관입니다. KPI를 설정하고 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개인과 회사의 관계를 철저한 계약관계로 규명을 하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이러한 경영방식으로는 개인의 창의성을 기대할 수 없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철학에서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하듯이 회사에서도 올바른 질문을 하고 올바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목표를 잘못 세움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2015년에 발생한 지하철 스크린 도어 설치기사가 숨진 사고도 철도공사의 '민영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마피아 일원이 회사를 세우고 그 회사에 용역을 줌으로써 눈 가리기 아웅 식 민영화를 한 것이 사고의 한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었습니다. 목표를 정량적으로 잘못 세우면 이러한 폐단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창의적인 평가
양보다 질
이제 고성장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코로나 이후 저상장 기조가 더 확고해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런데도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매출 성장을 KPI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와 몸무게로는 사람이 건강한지 허약한지 알 수 없습니다. 체지방 비율, 근육량, 정신상태 등 질적 구성이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회사에서도 질적인 평가지표의 비중이 늘어야 합니다. ‘얼마나 체질개선이 되었는가?’, ‘(사업화되지 않았더라도) 직원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는가?’, ‘실패한 사업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직원들은 얼마나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몰입하는가?’ 같은 소프트 파워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입니다. 소프트 파워들이 외적 성장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을 추구해서는 안되듯이, 성장을 위해서 성장 자체가 아닌 성장의 바탕이 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 중요합니다.
상향식과 하향식의 조화
상향식 목표 설정과 평가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MBO(Management By Objectives)와 OKR(Objective Key Result)’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의 신 ‘피터 드러커’는 앞서 말한 테일러식 KPI에 반대하고 자기 통제(Self Control )하에 ‘자유인’으로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도 자신이 만들고, 그것에 의해 평가를 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게는 회사가 잘 되는 것도 중요했지만 개개인의 자유의지와 자아실현도 중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터 드러커’ 주장의 핵심은 ‘자기 통제(Self Control)’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인문적 경영을 시도한 경영전략가였습니다.
요즘 서점가에 가면 새로운 조직평가 방식으로 ‘OKR(Objective Key Result)’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OKR’은 ‘MBO(Management By Objectives)’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구글에 ‘OKR’이라는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서 구글의 성공은 도운 ‘존 도어’는 상향식 평가와 하향식 평가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최고의 팀은 하향식 목표 설정과 상향식 목표 설정 사이의 창조적 긴장 위에 존재한다. 이는 곧 정렬된 OKR과 정렬되지 않은 OKR의 조합을 의미한다. 위기의 순간에, 그리고 무엇보다 행동이 필요한 순간에 조직은 하향식 접근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실적이 좋거나 조직이 지나치게 신중하게 접근할 때는 통제를 완화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리더가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바라보는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때 하향식 목표와 상향식 목표는 균형을 이룬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다. <OKR>, 존 도어
‘나는 위에서 정해준 대로 일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하향식 평가를 선호하는 직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유가 버거운 사람들입니다. 회사에 이런 사람도 필요하지만, 저는 이런 사람과 아닌 사람의 평가는 차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의지는 창의성의 전제니까요. 이러한 평가 시스템에서 경영진이 할 일은 ‘팀이 세운 목표가 전사 전략과 일치하는가?’와 ‘조직 간 목표 충돌이 없는가’를 체크하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 중에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하는 회사가 있나요?
공유
저는 선의나 이타심에 의한 공유를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신이 희미해진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대신 자신의 발전을 위한 공유를 말하고 싶습니다. 공유와 소통은 개인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몇 년간 팀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처음에는 투덜투덜하다가도 연말이 되면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줍니다. 가장 보람 있는 순간 중에 하나죠. 저도 알고 있었던 것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고, 더 깊은 의미를 알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아는 것은 말을 하고 글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야 앎이 깊어집니다. 제가 강조하는 ‘스트리밍 정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전 세계 기업 중에서 최근 10년 동안 가장 인상적인 턴어라운드를 한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의 저자 마이크로소프트 ‘이소영’ 이사의 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들이 자신의 개발 결과를 얼마나 많이 동료들이게 전파했는가를 심사하기 위해서 아시아 지역의 지사를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이런 사람을 ‘커뮤니티 리더’라고 부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기업문화를 바꿈으로써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평가는 기업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아무리 창의성과 공감을 강조해도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들이기 때문이죠.
마이크로 소프트의 ‘이소영’ 이사는 한국의 김대리 같은 인재가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합니다. 100% 공감되는 말입니다. 회사에 열심히 일 잘하고 똑똑한 직원은 너무너무 많습니다. 학위와 자격증이 아니라 남이 생각 못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 그 생각을 남에게 설득시키고 사업화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창의의 기운을 회사에 널리 퍼뜨려서 조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공유와 소통은 개인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앞서 말한 팀 스터디 활동이 평가로까지 연결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공유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동료와 경쟁의식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굳이 경쟁자에게 공유해 줄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경쟁 중심의 사고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에서 봤듯이 공유는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조직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경영전략에서도 경쟁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전통적 경영전략이 바뀌고 있습니다. 많은 경영전략가들이 경쟁자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고 ‘고객’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넓은 의미로 보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고객입니다. 샐러리맨의 생존전략도 회사 내 나의 경쟁자를 파괴하기 위한 경쟁전략이 아니라 상생전략이어야 합니다.
줄 세우기보다 자신감 주기
경영전략에서도 전략을 실행함에 있어서 채찍과 당근, 부하직원 수를 조절하거나, 인센티브와 연결시키거나, KPI와 연동시키는 것을 경계합니다. <블루오션 시프트(Blue Ocean Shift)>의 저자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Renee Mauborgne)’ 교수는 ‘직원수 늘려주기’, ‘인센티브와 연계’, 그리고 ‘KPI 부여’와 같은 당근과 채찍을 주는 것이 전략 실행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과 ‘창의적인 능력’이 만날 때 실현 가능한 경영전략이 되는데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은 다름 아닌 인간성(Humanness)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대학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그녀의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두려움과 불안이 어떻게 조직원의 창의성과 학습능력과 협동력을 저하시키는지 말합니다. 직장에서는 누구나 평가를 받습니다. 내 상사가 나의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비공식적으로는 동료나 부하직원이 시시각각 나를 판단하여 정의 내립니다. 요즘 널리 쓰이고 있는 상향 평가와 수평 평가죠. 우리는 우리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평가받는다는 사실로 인해 두려워하고 불안해합니다.
리더들은 줄을 세워서 능력 있는 직원들을 가려내는 장점과 직원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증가시키는 단점의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요즘 직원들은 모두 똑똑합니다. 지능이 부족해서 회사일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소수 무능한 직원을 가려내기 위해서 다수의 창의성과 학습능력을 저하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보상과 연결되지 않는 평가
앞서 말했듯이 한국의 기업들은 저성장 기조에 돌입했고 역삼각형 인구구조로 인하여 승진의 기회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승진으로 동기 부여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보상과 승진과 연결되지 않아도 구성원의 만족감을 증대시킬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합니다. 고귀한 가치는 물질과 연결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보상만이 아닙니다. ‘맨슬로우’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온갖 플랫폼에서 ‘만인에 의한 만인에 대한 인정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적은 보상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인정이나 만족감이지 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계획대로(KPI대로) 운영되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요? 중요한 것은 명확한 계획과 KPI보다 생각과 창의성이 뻗어나갈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 진정한 KPI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서열 가르기를 위한 KPI가 존재하는 한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새로운 기업은 ‘창의성을 얼마나 발휘했느냐’와 ‘창의성을 조직에 얼마나 공유하고 전달했느냐’를 KPI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피터 드러커’가 MBO에서 말한 ‘자기 통제(Self Control)’가 핵심입니다. 아이들 학습과 마찬가지로 직장인들의 목표 설정도 자기 주도적이어야 합니다. 이상하게 남이 시키는 일은 하기 싫습니다. 원래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듯이 원래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팀장이 시키면 하기 싫은 것과 같은 심리입니다.
평가 아니고 코칭
평가의 방법론이 무엇이든 간에 평가라는 행위 자체가 주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의 비극이죠. 사람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전술했듯이 평가라는 행위를 강조하면 조직원들은 불안해집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창의성을 말살합니다. 평가라는 행위의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코칭입니다. 코치는 전문가일 필요 없고 상대방에게 너무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멘토와 구별되고 집단적 교육이 아니라, 개별적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트레이닝과 다릅니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 기업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빌 캠벨’이라는 분입니다. 그는 풋볼 코치였다가 실리콘 밸리로 입성해 구글, 애플 등의 CEO와 주요 임원들을 코칭했던 사람입니다. 그 똑똑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을 코칭한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그는 외롭고 불안한 리더들을 인간적으로 대했습니다. 외롭고 불안한 그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따로 보수도 받지 않았습니다. 구글에서 주식을 받았지만 자선 단체에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2017년에 그가 사망했을 때 실리콘 밸리의 스타 CEO들이 함께 모여 그를 추모했고 ‘에릭 슈미트’는 그를 추모하는 책도 발간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 CEO들도 코칭이 필요한데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진정한 관리자는 평가자가 아니고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인생의 KPI
회사의 경영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경영에 있어서 숫자화 된 인생을 살아가는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한때 ‘10년에 10억 모으기’와 같이 10억 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 인터넷 카페, 동아리 등이 성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목표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그런 목표를 세웠다는 것 자체가 저의 어리석음을 드러낸 행동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제 인생에 올바른 질문을 하지 않았기에 그 당시 어리석은 목표를 세웠던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는 나를 극복하고 있는가’, ‘자신감을 바탕으로 불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가’, ‘얼마나 창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다른 사람과 협업해서 창의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가’가 인생의 KPI가 되어야 합니다. 행운이라는 조미료가 더해지면 새로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