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 / 11회 남원관 집 아줌마

장편소설 /

by 가야

11회 남원관 집 아줌마

남원관 아줌마가 나를 부른다. 남원관은 우리 앞집에 있는 술집이다. 아줌마는 그 술집 주인으로 나이가 서른인 독신 여자다. 아줌마는 한가하거나 볼일이 있으면 나를 데리고 다녔다. 솔직히 아줌마가 우리 엄마보다 훨씬 더 좋다.


“우리 덕이, 밥 먹었어?”


아줌마가 나를 껴안으며 묻는다.


“네.”


“무슨 반찬하고 먹었는데?”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를 할 때처럼 아줌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는다.


“그냥 이것저것 먹었어요.”


아줌마의 시시콜콜한 물음에 나 역시 시큰둥한 대답을 한다. 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아줌마 네 집 안으로 들어선다. 예쁜 족두리 꽃이 환하게 웃어준다. 아줌마네 집에는 족두리 꽃 말고도 예쁜 꽃이 참 많다.


“덕아, 아줌마 오늘 아주 먼 데 가는데 너도 같이 갈래?”


“어디 가는데요?”


“아주 좋은 곳에 가지.”


“그럼, 엄마한테 가서 물어보고 올게요.”


“그건 이따 가면서 물어보자.”


아줌마가 먼 곳에 간다는 말에 나는 눈을 빛내며 묻는다.


“그럼 차도 타요?”


아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 신난다.”


내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자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다.


“덕아! 차 타는 것이 그렇게 좋으냐?”


“네.”


그러나 나는 세상에 태어나 아직 한 번도 차를 타보지 못했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차 꽁무니만 늘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았을 뿐이다.


“조금만 기다려. 아줌마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


아줌마가 옷을 갈아입으려 방에 들어갔다. 나는 내 키만큼 커다란 분꽃 곁으로 다가가 까만 씨를 받아 주머니 속에 넣는다.


“우리 덕이 아기씨!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옥색 치마저고리 차림에 양산까지 받쳐 든 아줌마가 방긋 웃고 있다. 그런 아줌마가 엄마가 늘 이야기해주던 하늘에 사는 선녀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아줌마만큼 예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줌마는 얼굴도 하얗고 속눈썹은 유난히 길고 새까맣다. 그뿐이 아니다. 안성장터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은 사람도, 예쁘게 화장을 하는 유일한 여자이기도 했다.

내 소원은 얼른 커서 아줌마같이 예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네 아줌마들은 그런 아줌마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쩌다 아줌마를 만나면 슬그머니 고개를 외로 꼬고 외면하거나 못마땅한 시선으로 아줌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한번 훑어보고 콧방귀를 뀌고 획 돌아서면서 찬바람이 쌩쌩 일 정도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아줌마는 그런 동네 여자들의 반응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늘 다소곳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깍듯이 허리를 굽히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임실 댁은 보는 사람 민망하게 대 놓고 싫은 내색을 하는 거여. 남원관 집이 팔자가 사나워 비록 술장사를 하고 있지만,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맘이 상하겠어?”


엄마가 그렇게 아줌마를 두둔할 때면, 동네 아줌마들은 오히려 그런 엄마가 이상하다는 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용자 엄니, 이웃에 산다고 술집 여자를 그렇게 싸고도는 게 아니에요. 남의 눈이 무서웠으면 화류계 여자가 되었겠어요?”


“팔자가 기구해서 그렇게 되었지 첨부터 화류계 여자가 어디 있어요?”


사람들은 아줌마를 보고 화류계 여자, 혹은 술집 여자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와! 아줌마 그 옷 입으니까 겁나게 예쁘다.”


“참말로 이 아줌마가 예뻐 보여?”


“네, 참말 하늘만큼 땅만큼 겁나게 예뻐요.”


“나는 우리 덕이가 훨씬 더 예쁜데.”


“치, 거짓말!”


“참말이야. 어서 가자. 가서 어머니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아줌마 뒤를 따라 집으로 가면서 나는 혹시라도 엄마가 아줌마와 함께 가는 것을 반대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우였다.


“그렇게 먼 데까지 가는데 덕이 옷이 저래서 남 앞에 데꼬 가겠어? 덕아, 이리 들어와 봐라. 옷 갈아입게.”

막 마루로 올라서려는데 아줌마가 말했다.


“내비둬요, 장터 점방에 가서 예쁜 옷 하나 사 입힐게요.”


아줌마는 장터 옷가게에 들어가 내가 입고 싶었던 꽃무늬 원피스를 사 갈아입혀 주었다. 그리고 낡은 헌 고무신 대신 빨간 꽃무늬가 있는 코빼기 고무신도 사 신겨주었다. 명절 때도 아닌 데 새 옷과 새 신을 신으니 날아갈 것만 같다.


그뿐이 아니었다. 차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장날에나 맛볼 수 있는 아이스케키도 사주었다. 예쁜 머리핀도 머리에 꽂아주었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오빠가 제일인 엄마와 언니 눈치 볼 것 없이 오직 나만을 위한 날이 꿈만 같았다.


내가 아줌마 딸이었다면 늘 이런 대접을 받고 살 텐데 하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장터에서 제일 예쁜 아줌마가 옥색 치마저고리로 한껏 멋을 내고 꽃무늬 양산까지 들고 있으니 사람들 시선이 아줌마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덩달아 나는 으쓱해졌다. 때마침 뽀얀 먼지를 뿜어내며 달려온 버스에 올랐다. 난생처음 타는 버스였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루 서너 번 버스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뽀얀 먼지만 남기고 사라진 버스 꽁무니를 바라보며 저마다 상상을 하며 꿈에 부풀었다.


저 버스를 타면 전주도 가고 서울도 간단다. 서울에 가면 예쁜 여자도 무지 많고 높은 집들도 많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면 행복하고 기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줌마와 함께 그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려는 것이다. 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버스에 올라 두리번거린다. 아줌마가 운전석 바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덕아, 우리 저 맨 앞에 가 앉자.”


버스 안에는 서너 명의 승객이 전부다. 그러나 버스를 탔다는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차에서 나는 역한 기름 냄새 때문이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속이 울렁거리면서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다.


“아줌마! 따님이 멀미를 하나 본데요.”


아줌마를 흘끔흘끔 훔쳐보던 운전사 아저씨가 용케 내가 처한 상황을 간파하였다. 무심한 얼굴로 차창밖을 보던 아줌마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내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왜 속이 미싱 거리냐?”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아 울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를 어째, 차멀미를 하는 줄 알았더라면 진작 멀미약을 사 먹일걸,”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아줌마를 바라보며 운전사 아저씨가 선심을 쓰듯 말한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약국에 댕겨오세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어요. 죄송하지만 약국에 얼른 댕겨 올 테니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줘요.”


아줌마가 멀미약을 사러 버스에서 내렸다.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꼬마야, 엄마랑 어디 가냐?”


아저씨의 물음에 대답할 기력이 없어 나는 눈도 뜨지 않고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버스가 덜덜 떨리며 자꾸만 내 비위를 건드리는 통에 버스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잠시 후 아줌마가 멀미약이라며 알약 한 개와 가스명수를 건네준다.


그러나 그 약을 먹기도 전에 운전사 아저씨가 내민 깡통에 아침에 먹은 것을 모두 토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새 옷 앞자락에 약간의 오물이 묻었다. 아줌마가 손수건에 물을 묻혀 지운다고 문질렀지만, 새 원피스 앞자락에는 손바닥만 한 얼룩이 생겼다. 아줌마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


“따님이 엄마를 닮아 참 이쁘게 생겼어요.”


기사 아저씨의 말에 아줌마는 내 손을 꼭 쥐며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버스가 출발하였다. 그러나 멀미 때문에 난생처음 탄 버스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버스는 포플러 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신작로를 덜컹거리며 달려간다. 포플러 나무 잎사귀들이 일제히 손을 흔든다. 나락으로 가득한 신작로 옆 푸른 논들이 우리 앞으로 달려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꽁무니를 보이며 쏜살같이 뒤로 나자빠지기 반복했다.


맑고 드높은 하늘엔 흰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다. 비포장인 신작로를 달릴 때마다 버스는 심하게 요동을 친다. 그때마다 아줌마와 나는 몸이 솟구쳤다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울렁거리던 속이 편안해졌다. 차창으로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짧게 자른 단발머리를 사정없이 흔들고 간다.


한동안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덕아, 지금 우리 어디 가는지 아나?”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지금 우린 우리 엄마를 만나려 가는 길이란다.”


아줌마한테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아줌마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근데, 우리 엄마는 내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아주 잘 사는 줄 알고 있거든.”


진지한 표정으로 아줌마는 말을 이었다.


“해서 하는 말인데, 이따 우리 엄마 앞에서 나한테 엄마라고 불러줄래?”


아줌마의 뜻밖의 제안에 나는 잠시 멈칫한다. 아줌마가 나를 예뻐해 줄 때마다 아줌마 딸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막상 아줌마가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 달라는 부탁을 하자, 두려움과 심한 거부감을 동시에 느낀다.


“왜 싫어?”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하기야 남한테 그렇게 쉽게 엄마란 말이 나오겠나?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이따 우리 엄마가 너를 보고 내 딸이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고개만 끄덕여주렴. 어때 그건 해 줄 수 있지?”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아주머니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그렇지만 그날 내가 생전 처음 자장면을 먹으면서도 행여 말을 잘못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아줌마의 어머니인 할머니는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씩이나 내 손을 부여잡고 묻고 또 물으셨다.


“니가 참말 우리 경희 딸인가?”


그때마다 나는 잘 훈련된 누렁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줌마에게도 나처럼 이름이 있으며 그 이름이 경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내 어린 마음에도 진한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러나 두 모녀의 만남은 그리 길지 못했다. 영남 어딘가에 산다는 할머니가 타고 갈 차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에게 손목을 잡힌 아줌마는 눈물을 훔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디어 할머니가 타고 갈 차가 뽀얀 먼지와 함께 나타났다. 할머니가 치마를 들추고 속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니 에미 시상에 불쌍한 사람이다. 우짜던 간에 말 잘 듣고 맘 편하게 해 주거라. 알겠냐?. 이건 가다가 너 먹고 싶은 거 사 먹거라.”


할머니를 태운 버스가 뽀얀 먼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오래도록 그곳을 바라보며 아줌마는 자꾸만 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아줌마의 눈동자가 전에 없이 공허하다. 그런 아줌마가 내게는 너무나 낯설다. 한 가지 다행한 것은 돌아올 때는 갈 때와는 달리 차멀미를 하지 않았다. 안성에서 대전까지 버스로 두 시간 거리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은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아줌마와 나를 장터에 내려놓기 무섭게 버스는 뽀얀 먼지와 함께 사라졌다. 왠지 서먹한 기분으로 아줌마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걷는다. 여전히 버스에 탄 것처럼 덜덜거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맴을 돈다. 아침을 먹고 얼마 되지 않아 장터를 떠났었다. 우리가 장터에 돌아왔을 때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이다.


학교 앞을 막 지나칠 때였다. 미친 여자가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여자는 노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어라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봄날 무덤에서 봤을 때처럼 산발한 머리 위에 들꽃이 꽂혀있고 색실로 땋은 머리띠도 여전하다. 치마를 새끼줄로 질끈 묶고 보퉁이를 옆구리에 끼고 있다.


“아줌마! 저기 미친 여자.”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충혈된 아줌마가 미친 여자를 보더니 깜짝 놀란다.


“아니, 저 아주머니 어디 갔다 왔다냐?”


“저 여자 알아요?”


“그럼, 아다 마다 잘 알고말고.”


아줌마가 미친 여자에게 달려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하였다.


“아줌마! 대체 그동안 어디에 갔다 왔어?”


전신에 구정물이 줄줄 흐르는 미친 여자가 아주머니를 보고 씩 웃더니 정색을 하고 말한다.


“나 배고파. 밥 줘.”


미친 여자 때문에 아줌마가 옷을 버리면 어쩌나 속으로 걱정이 된다. 하지만 아줌마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미친 여자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그래, 배고프지, 어서 우리 집으로 가, 내가 밥 많이 줄게.”


정신없는 와중에서 아줌마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덕아, 오늘 고생 많았다. 피곤할 텐데 어서 집에 가서 쉬거라.”


학교 앞에서 우리 집까지는 지척의 거리다. 그러나 차멀미가 가시지 않아 편편한 신작로가 울퉁불퉁해 보여 빨리 걸을 수가 없다. 빨리 집에 가 언니와 오빠에게 새 옷과 새 신 자랑도 하고 아줌마가 미친 여자를 데려갔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마당으로 들어서며 나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하게 엄마를 불렀다.


“에미 숨 안 넘어가니께 찬찬히 말해.”


동생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 곁에 털썩 주저앉으며 나는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하게 말했다.


“엄마! 시방 아줌마가 미친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뭐? 누가 누구를 데리고 갔어?”


엄마가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미친 여자가 배고프다니까 아줌마가 밥해준다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니까!”


“그려? 참말로 미친 여자를 아줌마가 데리고 갔어?”


“참말로 그렇다니께.”


“그건 그렇고 너 그 옷은 어디서 났냐?”


“으응, 이거, 아까 전 아침나절에 아줌마가 장터 점방에서 사줬어. 이거 봐라. 신발도 새로 샀다.”


“시상에, 아무거나 싼 걸로 사 입히지 이렇게 좋은 걸 사 입혔다냐. 미안해서 어짢다냐. 근데 앞에 묻은 그건 뭐냐? 쯧쯧, 가시내가 얼매나 칠칠치 못하면 아침나절에 사 입은 옷을 그새 버렸냐?”


“차멀미를 해서 다 토했단 말이야.”


“차멀미까지 했어?”


“응.”


“아줌마 괜히 너 델꼬 가서 욕 많이 보았겠다. 근디 너 입고 있던 옷과 신은 어쨌냐?”


“아, 맞다! 장터 점방에 맡겨 놓았는데 깜빡 잊고 그냥 왔네. 얼른 가서 가지고 올까?”


“됐다. 이따 내가 갔다 올랑게 고단할 텐데 새 옷 벗어놓고 깨끗이 씻고 쉬고 있거라.”


엄마가 적삼 앞자락을 여미고 동생을 물리며 말씀하셨다.


“근데 엄마! 아줌마한테도 엄마가 있다. 할머니가 그러는데 아줌마 이름이 경희래. 그리고 날 보고 할머니에게 아줌마가 딸이라고 그랬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속사포처럼 고해바친다.


“나도 알고 있다.”


엄마의 그 말에 그만 맥이 빠져버린 내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도 알고 있었어?”


“그렇다니께, 너 내가 전에도 말했다시피 너를 낳은 진짜 엄마는 바로 아줌마 랑게 그러네. 느네 엄마가 자기는 장사해서 돈 벌어야 하니까 날 보고 잠시 맡아 키워달라고 사정사정해서 하는 수 없이 내가 잠시 맡아 키워주고 있는 것이여.”


“치, 그 말 공갈이지?”


엄마를 흘겨보며 나는 울먹이며 묻는다. 엄마와 언니는 툭하면 날 보고 아줌마 딸이라고 놀린다.


“너도 한번 찬찬히 생각해봐. 아줌마가 진짜 네 친엄마니까 그렇게 비싼 옷도 사주고 새 신발도 사주고 그러지. 봐! 느 언니나 오빠는 제 자식이 아닝게 암 것도 안 사주잖아?”


나는 새로 산 예쁜 꽃신을 마당으로 팽개친다.


“나 이 신 안 신어. 그리고 이 옷도 도로 갖다 줄래.”


“느 엄마가 너 사준 거니까 니 마음대로 해라. 국을 끓여먹던 삶아먹던.”


나는 너무너무 서러워 그만 마당에 두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덕이 너는 내가 배 아파서 난 내 딸이야. 나 후딱 남원관 집에 댕겨 올 테니께 동생이나 잘 보고 있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 잰걸음을 옮긴다. 나는 그제야 배시시 웃으며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턴다. 오빠와 언니가 옥수수 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마당으로 들어선다.


“어? 너 그 옷 어디서 났냐?”


언니가 내 옷을 요리저리 살펴보며 물었다.


“이 옷 예쁘지? 이거 봐라, 이 꽃신도 아줌마가 새로 사줬다. 그리고 나 오늘 아줌마하고 버스 타고 아주 먼 곳에 갔다 왔다. 먼 곳에서 할머니도 만났는데 나 돈도 아주 많이 줬다. 이것 좀 봐.”


나는 우쭐거리며 할머니에게 받은 돈을 꺼내 보이며 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와, 덕이 너는 참말로 좋것다!”


언니와 오빠가 부러운 듯, 내 새 옷과 손에 쥐고 있는 지폐를 바라본다.


“봐봐. 덕이 너는 그 아줌마 딸이 맞당게 안 그러면 누가 남한테 비싼 옷과 신발을 사주겠어? 안 그러냐?”


언니가 오빠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나는 언니가 오빠에게 지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삐죽삐죽 울음이 터져 나온다.


“덕아, 울지 마. 누나가 너 놀리느라고 괜히 그러는 거여 근데 저녁때가 다 되었는데 엄마는 어디 갔냐?”


오빠의 그 말에 나는 얼른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말했다.


“오빠, 접때 우리가 봤던 그 미친 여자 있잖아!”


“응, 근데 그 미친 여자가 왜?”


“그 여자가 또 왔다.”


“그 여자가 또 왔어?”


“응, 또 왔어.”


“시방 어디 있는데?”


“아줌마가 밥해준다며 집으로 데리고 갔어.”


“아줌마가 집으로 데려갔어?”


언니와 오빠의 두 눈이 둥그레진다.


“응, 그리고 엄마도 시방 거기 가셨다.”


내 말이 채 끝마치기도 전 오빠와 언니는 벌써 대문 밖으로 사라지고 없다. 뒤따라가 보고 싶지만 동생을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하듯 곧 엄마가 언니와 오빠를 앞세우고 들어선다.


“내 말이 맞지, 그 미친년 아줌마네 집에 있는 거?”


엄마가 나를 쏘아보며 언성을 높였다.


“저 놈의 가시나 말하는 것 좀 봐. 미친년이 뭐냐? 응, 미친년이, 어른한테.”


“그럼 뭐라고 불러?”


“아줌마라고 불러.”


“다른 얘들도 다 미친년이라 그러는 데 뭘.”


“다른 애들이 죽으면 너도 따라 죽을래? 아무리 철부지 어린애들이라고 하지만 철딱서니 없기로, 그 사람이 얼마나 얌전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는데.”


엄마는 단지봉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렇게 얌전했던 여자가 어쩌다가 저렇게 됐는데?”


오빠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재작년 여름인가 삼대독자 아들이 미역을 감다 물에 빠져 죽고 난 뒤, 저렇게 되고 말았지 뭐냐.”


“참 안 되었다.”


“근게 앞으로 그 아줌마 지나다가 길에서 보더라도 다른 아이들처럼 놀리거나 그러면 못쓴다. 행여 다른 아이들이 놀리더라도 너네들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 알겠지?”


“엄마, 실은 며칠 전에도 그 아줌마 우리 동네에 왔었다.”


“며칠 전 언제?”


“한 열흘쯤 됐나?”


“그랬었구나! 얼마나 아들이 보고 싶었으면 아들이 댕겼던 학교에 다 찾아왔었겠냐?”


“엄마, 아줌마가 그 여자한테 참말로 밥을 해 주었어?”


“그래! 아줌마가 밥을 한 상 차려주니까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목침 덩어리만 하게 푹푹 퍼서 고봉밥 한 그릇을 후딱 먹어치우고 또 달라며 빈 그릇을 내밀더라. 참 안되었어. 사람 팔자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바로 저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지 뭐냐.”


“근데 엄마! 아줌마는 어떻게 그 여자와 친해?”


언니의 물음에 엄마가 대답했다.


“친하긴, 타관사람인 남원관 댁이 떠돌아다니는 여자를 어떻게 알겠냐? 남원관 댁이 워낙 인정이 많아 그러는 게지.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사정을 안다고, 그 여자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겠지.”


그날 저녁 엄마는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놓기 무섭게 뒷설거지를 언니에게 맡기고 남원관 집으로 향했다. 그날 밤이 이슥해서야 집으로 돌아오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남원관 집 아줌마와 함께 그 미친 아줌마를 냇가에 데리고 가 깨끗이 씻어주고, 때 구정물이 줄줄 흐르는 더러운 옷 대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혀 주셨다는 사실도.


다음 날 새벽 내가 삽짝 거리에 나가 덕유산 정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제와는 전혀 딴판인 미친 아줌마가 남원관 집 대문을 살며시 밀치고 나와 단지봉 쪽으로 바삐 올라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보니 그 여자는 가고 없더라고 아줌마는 말했다. 나는 새벽에 미친 여자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시상에 그 꼭두새벽에 어디로 갔을까 그래? 가려면 아침이라도 먹고 가지.”


어머니가 혀를 차면서 말씀하셨다.


“그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언니! 아무래도 그 여자 홀몸이 아닌 것 같지요?”


아줌마가 아버지 눈치를 살핀 뒤 엄마에게만 들릴 듯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수저를 내려놓은 아버지가 일어서신다. 어쩌다가 아줌마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아버지는 슬며시 자리를 비껴준다. 엄마는 아버지가 그러는 건 내외를 하기 때문이란다.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대문을 나서며 남원관 집 아줌마에게 천천히 놀다 가라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엄마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그렇지, 홀몸이 아니지? 난 또 내가 잘못 봤나 했지, 대체 어떤 놈이 그런 몹쓸 짓을 했을까?”


“아무리 못되었어도 너덧 달은 되어 보이던데요.”


“긍게 말이여. 지금은 날이 더우니까 한데서 잔다지만, 이제 곧 날이 추워질 텐데 어디서 몸을 풀지 참말로 걱정이네.”


“언니, 세상 참 공평치 않아요. 어떤 년은 아이 하나 갖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해도 생기지 않고, 필요 없는 사람은 원치 않아도 저절로 생기니 말이에요.”


아줌마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게 바로 우리네 세상사 아닌가?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세상에 근심 걱정하고 살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거야 그렇지만 언니, 그 여자 배부른 것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음이 심란한 것이 잠도 오지 않더라니까요.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그 여자 신세가 불쌍하기도 하고. 마음이 찹찹한 게 참 묘하더라니까요. 아무래도 나는 착한 사람이 되긴 글렀나 봐요.”


“왜 안 그렇겠나? 자네 심정 이해하고도 남네.”


“자식이 넷이나 되는 언니가 어떻게 아이를 한 번도 못 낳아 본 내 맘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안다면 거짓말이지.”


아줌마의 실팍한 눈에 물기가 어리는가 싶더니 이내 주르르 눈물이 쏟아진다. 아줌마는 걸핏하면 혼자서 훌쩍훌쩍 잘 운다. 그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손님이 없는 날, 아주머니네 집 대문을 살며시 열고 빠끔히 안을 들여다보면 속치마 차림의 아줌마가 오른쪽 무릎을 곧추세우고 마루 끝에 걸터앉아 담배를 들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찔끔거리거나, 화투패로 그날 운수를 점치고 있곤 했다. 아줌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내가 대문 틈으로 몰래 들여다보기만 해도 귀신같이 알았다.


“덕아! 그렇게 몰래 숨어서 들여 다 보지 말고 들어 오거라.”


그러면 나는 꼼짝없이 아줌마 곁으로 머뭇거리며 다가선다.


“아줌마! 울어?”


화장기 없는 꺼칠한 아줌마 얼굴이 낯설다. 내 물음에 아줌마는 짐짓 아닌 척 씩 웃어 보이며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말한다.


“울긴, 내가 애들인가, 나 안 운다. 이쁜 덕아 어디 이모한테 와 보거라.”


가까이 다가간 나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면서 아줌마는 여전히 울고 계셨다.


아줌마는 엄마를 언니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우리들에게 아줌마를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언니나 오빠는 물론 아줌마가 딸처럼 예뻐하는 나까지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자자, 맨 날 이야기 해봤자 그 말이 그 말인 게 이제 그만하고 밥이나 먹게. 엊저녁부터 굶고 술만 마셨으니 항우장사라도 당해 내겠나?”


“나 같은 년이 오래 살아서 무얼 하겠어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아줌마가 말한다. 눈치를 살피던 언니와 오빠가 서둘러 밥그릇을 비우고 일어선다.

“엄마, 나 진자네 집에 가서 숙제하고 올게.”


언니 뒤를 따라 친구들과 놀다 오겠다며 오빠까지 집을 나섰다.


“또또, 마음 독하게 먹고살라니까 또 그러네. 말이 씨 된다고,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그렇게 막말을 입에 달고 살면 쓰간디. 시방도 하나도 안 늦었어. 지나간 일은 깨끗이 잃어버리고 마땅한 사람 만나서 남보란 듯 한 번 잘살아 봐야 하지 않겠어?”


빈 그릇을 쟁반에 주섬주섬 옮겨 담으며 엄마가 말했다.


“언니도 참, 다 늙어 웃으면 이렇게 눈가에 주름이 짜글짜글하게 지는데 젊다니요?”


눈물 바람을 하던 아줌마가 픽 웃으며 눈가의 주름을 손으로 집어 보인다. 이럴 때 보면 아줌마는 꼭 어린애 같다.


“복 있는 년이 저런 놈을 만났겠어요? 이제 참말 사내라면 넌덜머리가 난다니까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소리도 안 들어봤어? 사람 팔자는 귀신도 몰라. 독하게 맘먹고 그 박 과장인가 뭔가 하는 그 사람부터 정리해. 아직 젊겠다, 인물 좋겠다, 동생이 대체 뭐가 아쉬워 생떼 같은 마누라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 사흘 도리로 구렁이로 감아놓은 것 맹키로 얻어맞고 살긴 살아, 남들 보기 추접스럽지도 않은가? 그래 사내놈이 오죽 못나 빠졌으면 계집을 술장사를 다 시킨다던가?”


엄마의 말에 아주머니는 깨작거리던 젓가락을 힘없이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담배를 꺼내 들고 새 성냥 통에서 성냥개비를 한 개 뽑아들었다. 아줌마는 성냥개비를 성냥 통에 대고 확 긋는다. 성냥개비는 맥없이 두 동강으로 부러져 버린다. 아줌마가 부러진 성냥개비를 마당에 던지고 성냥개비를 새로 뽑아 들면서 말한다.


“그렇게 살기는 애당초 글렀어요.”


그러면서 성냥갑 표면 유황이 있는 곳에 성냥개비를 세게 긋었다. 순간 불이 붙는가 싶더니 이내 흰 연기를 한숨처럼 토해놓곤 맥없이 꺼져버린다.


아줌마는 성냥개비에게 분풀이를 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벌써 네 개째 성냥개비를 뽑아들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의 눈꼬리가 점점 올라간다. 아줌마가 또 다른 성냥개비를 뽑아 들려는 순간, 엄마가 재빨리 성냥 통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인내 봐. 날이 궂어 성냥이 눅었나 본데 살살 달래가면서 켜야지, 그렇게 성질대로 켜면 쓰간디?”


엄마가 성냥개비 한 개를 들고 살그머니 유황에 대고 그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불이 환하게 붙었다. 아줌마가 엄마에게 넘겨받은 성냥불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한다.

“하기야, 그 인간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내가 미친년이지 이제와서누굴 탓하겠어요.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아주면 평생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해 준다는 말에 깜빡 속아 이런 촌구석까지 속 창시도 없이 따라왔으니. 생기라는 애는 안 생기고 재수 없는 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이렇게 신세만 망치고 말았네요.”


아줌마가 이런 푸념을 하는 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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