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
엄마에게 떠밀리다시피 밖으로 갈 데가 없다.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곱돌로 금을 긋고 혼자서 팔방 놀이도 하고 땅따먹기도 해본다. 그러나 혼자 하는 놀이는 재미가 없다. 손에 묻은 흙을 탈탈 털고 일어나 사방을 둘러본다. 넓은 신작로에는 사람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타박타박 담배창고 앞까지 걸어간다. 볼이 미어지도록 눈깔사탕을 문 미숙이가 나온다.
“너 아침 안 먹었냐?”
미숙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먹었어.”
“그럼 아침을 금방 먹고 또 사탕을 먹는 거냐? 배 터지겠다.”
나는 솔직히 그런 미숙이가 부럽다. 미숙이 어머니는 미숙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준다. 옷도 공주같이 예쁜 옷만 사주고 미숙이네 집 다락에는 과자나 사탕이 봉지째 쌓여 있다. 미숙이는 무남독녀로 중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어머니와 이렇게 셋이서 산다. 때문에 미숙이 네 집은 농사를 짓지 않아 집도 깨끗하다. 나는 미숙이가 신은 커다란 리본이 달린 빨간 구두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너 이 사탕 먹을래?”
미숙이 입에서 먹다 만 사탕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내가 거지냐? 니가 먹던 것을 먹게.”
생각 같아선 냉큼 받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래? 그럼 버린다.”
미숙이는 나 보란 듯 반도 먹지 않은 사탕을 쑥 내민 혓바닥 위에 놓고 한 번 더 약을 올린 뒤 길옆 거름더미 속으로 소리를 내며 뱉는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미숙이가 버린 사탕이 떨어진 곳에서 쉽게 눈을 돌리지 못한다. 내가 만약 미숙이처럼 비싼 사탕을 다 먹지도 않고 버렸다면 혼구멍이 났을 것이다.
엄마는 밥 한 톨도 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한 번은 언니가 설거지물을 구정물 통이 있는 돼지 막까지 가기 싫어 수채에 버린 일이 있었다. 밥알이 수채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언니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엄마에게 혼이 났다.
“너 시방 정신이 있냐 없냐? 하늘이 저렇게 시퍼렇게 내려다보는데 밥알이 둥둥 떠 있는 그 아까운 꾸중물을 꾸중물 통이 아닌 수채 구멍에 찌끄려. 저래 가꼬 시집이나 제대로 갈랑가 몰라. 누가 너 같은 걸 데려가겠냐?”
그날 언니는 수채 주변에 흩어져 있는 밥알을 모두 줍고 난 뒤에야 엄마의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 세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미숙이가 돌담에 기대서서 빨간 구두를 까닥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반짝반짝 광이 나는 미숙이의 구두는 햇빛을 받아 유리처럼 현란한 광채를 내뿜는다. 미숙이가 의도하는 바를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는 미숙이의 구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만하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충분히 나를 약 올렸다고 생각한 미숙이가 구두를 까닥이던 짓을 멈추고 나는 힐끗 돌아보며 묻는다.
“덕아! 우리 인형 놀이할래?”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터였다.
“그럼, 잠깐 기다려. 가서 인형 갖고 올게.”
미숙이가 인형을 들고 나왔다. 내 인형은 못 쓰는 헝겊에 솜을 넣어 만든 인형으로 얼굴과 몸통뿐이다. 얼굴도 언니가 어설픈 솜씨로 그린 눈썹과 두 눈, 코, 빨간 입술이 전부다. 사실 미숙이 아빠가(미숙이는 아버지를 안성장터에서 유일하게 아빠라고 부른다.) 서울로 출장 가서 서양 인형을 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안성장터에서 내 인형이 제일 예뻤다.
언니가 솜씨를 발휘하여 손바닥만 한 저고리와 치마를 만들어 입혀주었고, 검정 털실을 잘라 머리카락도 만들어 붙였다. 그때는 미숙이도 한 번만 한 번만 하며 만져보기를 원하며 부러워하던 인형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숙이 인형에 비하면 내 인형은 너무나도 초라하다. 미숙이 인형은 얼굴도 정말 사람같이 생겼다. 머리카락도 노랗기는 하지만 진짜 같다. 섬세한 팔다리는 물론 손가락 발가락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인형을 눕혔을 때 두 눈을 꼭 감고 일다가 일으켜 세우면 긴 속눈썹을 위로 올라가며 눈을 번쩍 뜨는 것이다.
“덕이 너는 아빠고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를 하고 싶었지만 싫다고 말을 못 한다. 미숙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인형 놀이는 재미가 있을 턱이 없다. 미숙이에게 나는 딱 한 번만 인형을 만져보자고 통사정을 했다. 그러나 미숙이는 인형이 닿는다며 손도 못 대게 한다. 나쁜 가시나.
다행히 미숙이 엄마가 미숙이를 불러 재미없는 인형놀이를 그만둘 수 있었다.
해가 불쑥 솟아오르자 아침보다 더워졌다. 밤나무 가지에 참매미가 맴맴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꽁지와 날개를 바르르 떨면서 우는 매미를 쳐다본다.
언니와 오빠가 없으니 너무너무 심심하다. 내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언니가 진자 언니와 함께 걸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언니에게 달려간다.
“아줌마 갔냐?”
언니가 물었다.
“몰라. 근데 언니, 시방 어디가?”
“진자와 미역 감으러 용소 간다. 왜?.”
“나도 데꼬 가.”
“너는 이따 밤중에 엄마하고 같이 가. 따라오기만 해 봐 가만 안 놔둘 테니.”
그러나 나는 언니의 그런 협박은 무섭지 않다. 내가 언니를 따라가겠다고 조르면 엄마는 나를 데려가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역을 감은 뒤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집으로 들어가는 언니 뒤를 졸래졸래 따라간다.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가고 없다. 엄마는 밭에 나가려는지 광에서 광주리에 호미와 낫을 담는다. 때마침 들어오는 언니를 깜짝 반기며 엄마는 말했다.
“순자 너, 마침 잘 왔다. 그렇지 않아도 시방 진자네 집으로 너 데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안녕하세요?”
진자 언니가 엄마에게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했다.
“진자 왔구나. 교장 선상님과 사모님은 모두 무고하시고?”
“네.”
“감나무 접붙이는 일은 이제 다 끝났냐?”
“네.”
“나 얼른 콩밭에 좀 댕겨올팅게 니 동생 자고 있은 게 진자와 놀고 있어라. 내가 올 때 맛있는 강냉이 꺾어와 삶아 줄 팅게.”
머리에 수건을 두른 엄마는 광주리를 옆구리에 끼고 일어서며 말했다.
“안돼. 진자와 미역 감으려 갈 거란 말이야.”
언니가 발을 동동 구르며 짜증을 냈다.
“다 큰 가시나들이 벌건 대낮에 미역은 무슨 미역! 정 가고 싶으면 이따 해거름 판에 가거라. 알았어?”
엄마가 진자 언니 안 보게 언니를 향해 흘겨보곤 삽짝을 나선다.
“그럼 어쩌니? 우리 미역 감으러 못 가겠네?”
진자 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언니에게 물었다.
“못 가긴 왜 못 가?”
“느네 엄마가 동생 보라고 그랬잖아?”
“그런 건 걱정 마.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거든. 덕아! 아까 너 나 따라가고 싶다고 했지?”
언니의 물음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너 얼른 샛담에 가서 내가 같이 미역 감으러 가잔다고 이순이 오라고 해.”
“이순 언니 데꼬 오면 나도 데리고 갈 거지?”
내 거듭된 다짐에 언니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이순 언니네 집엔 당도했을 때 이순 언니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외갓집에 잔치가 있어 아침 일찍 식구 모두가 집을 비운 것이다. 내 말을 전해 들은 언니와 진자 언니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럼 할 수 없다. 그냥 우리끼리 가자.”
“네 동생은 어쩌고”
진자 언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언니를 바라본다.
“애기는 업고 가면 돼.”
“아기를 업고 어떻게 헤엄을 쳐?”
“덕이 보고 잠깐 보고 있으라고 하면 돼.”
“아, 그럼 되겠구나.”
“싫어, 나도 미역 감을 거야. 나 애기 안 볼 거라고!”
언니의 속셈을 간파한 내가 큰소리로 언니에게 대들 듯 말했다. 따라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엄포를 놓던 때와 반대로 언니는 내 등을 토닥거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누가 너보고 헤엄치지 말라데, 그래 너도 헤엄을 쳐. 네가 잠시 아기 보고 있는 사이 내가 헤엄을 치고, 그리고 네가 헤엄을 칠 땐 내가 애기 보면 되지 안 그려?”
나는 비로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언니가 수건이며 갈아입을 속옷이 든 보퉁이를 내게 건넸다. 언니가 곤히 자는 동생을 포대기로 둘러업고 진자 언니와 함께 나란히 집을 나섰다.
도랑 옆 둔치는 부지런한 누군가가 아침에 꼴을 비었는지 뽀얀 길이 환히 드러나 있었다. 오랜만에 미역을 감으러 간다는 생각에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도랑을 팔짝 뛰어서 건넌다.
좁은 논둑길로 접어들었다. 진자 언니가 앞장서고, 아기를 업은 언니가 그 뒤에, 맨 뒤에 내가 섰다. 짙푸른 나락(벼)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논을 지났다. 곧이어 보랏빛 감자 꽃이 어우러져 있는 감자밭을 지났다. 냇가를 따라 널따란 자갈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냇가에 당도했다.
버드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아래 냇가 쪽으로 터덜거리며 내려갔다. 여자들이 미역을 감는 용소는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미역 감는 장소는 용소는 남자들이 미역 감는 곳에서 한참 아래에 있다. 그곳은 물의 흐름이 완만하고,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려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진자 언니가 눈처럼 흰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들었다. 언니와 나도 검정 고무신을 벗어 들고 물 가장자리로 다가간다. 뜨거운 햇살에 달은 돌은 맨발로 디디기에 너무나도 뜨겁다. 발을 옮길 때마다 너무나 뜨거워 나는 몇 번이나 뜨겁다며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른다.
햇볕에 뜨겁게 달아 마치 불을 지핀 듯 서 있기도 힘든 넓은 바위 위에 언니가 포대기를 풀었다. 그리고 등에 있던 아기를 앞으로 돌려 조심스럽게 포대기 위에 아기를 내려 눕혔다. 아기는 바위 위에 내려놓자 화들짝 놀라며 칭얼대기 시작한다. 언니가 몇 번 다독거리자 아기는 다시 잠이 들었다.
그 사이 꽃무늬 원피스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진자 언니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복이 없는 언니는 엄마가 만들어 준 사각팬티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면서 내게 말했다.
“나 금방 나올게. 그때까지 너는 애기 잘 보고 있어. 햇볕이 뜨거운 게 옷으로 가리고 있어 애기한테 해 안 가게”
언니가 시키는 대로 해를 가리려고 옷을 들고 물장난을 치며 깔깔거리는 두 언니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쨍쨍 내리쬐는 햇빛과 바위의 뜨거움을 감내하기 힘들었다. 옷을 들고 있는 손이 천근만근이나 되는 듯 무거웠다.
“언니, 나 팔 아파.”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듣고도 일부러 못 들은 체하는지 언니는 진자 언니와 물속을 들락거리더니 물장난을 치면서 배를 쥐고 깔깔거린다.
“언니! 나 덥단 말이야.”
나는 냇가가 떠나가도록 큰소리를 버럭 지른다. 사실 덥기도 더웠지만, 팔도 아프고 발바닥이 뜨거워 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깔깔거리던 진자 언니가 내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물에서 나오는 언니와 진자 언니는 추워서 입술이 새파랗고, 온몸엔 오돌토돌 소름이 돋아있다. 진자 언니가 덜덜 떨면서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으며 말한다.
“아유, 추워. 물이 너무 차서 오래 못 있겠다.”
“어머, 얘 덕이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여기 더 있다가 큰일 나겠다. 저기 나무 그늘로 자리를 옮기자.”
언니가 곤히 잠든 아기를 포대기 채 가슴에 안았다. 진자 언니와 내가 옷과 신발을 들고 감자밭 옆 감나무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늘 아래로 가니 살 것 같다. 조금 전 바위에 있을 때는 흔적도 없던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불어왔다.
“진작 여기 다 자리 잡을걸. 이제 내가 애기 볼 테니까 덕이 너 가서 헤엄치고 와.”
언니의 말에 나는 그만 당혹해진다. 물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다. 하지만 나는 헤엄을 치지 못한다. 물론 얇은 곳에서 손으로 땅을 짚고 물장구치는 일쯤은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나 혼자 물속에 들어가는 일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나 혼자?”
“그럼, 나는 애기 봐야지.”
“물이 너무 깊잖아!”
“가운데 말고 가장자리는 얇으니까 걱정 말고 들어가 봐.”
그러나 나는 성큼 물속에 들어가지 못한다. 발목 근처 얕은 곳에서 물을 끼얹으며 어정쩡하게 서 있다.
“진자야, 우리 덕이 무서워서 혼자는 물에 못 들어가나 보다. 진자 네가 좀 데리고 들어가 줘라.”
언니의 말에 바위 위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던 진자 언니가 일어나 앉으며 깔깔거리더니 내게 물었다.
“참말이야? 덕이 너 지금 무서워서 못 들어가서 그러고 서 있는 거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자 언니가 내 손을 잡고 냇가로 걸어가며 속삭였다.
“언니가 헤엄치는 법 가르쳐줄까?”
“참말?”
“그럼, 참말이지.”
진자 언니는 물가에 웃자라 있는 쑥 잎을 우둑우둑 쥐어뜯었다. 그러더니 동그랗게 손으로 말아 내 귓속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자, 이렇게 쑥으로 귀를 막아야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단다.”
진자 언니는 싫다는 나를 껴안고 시퍼런 물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만 새파랗게 질려 언니의 목을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진자 언니는 깊은 곳에 이르러 안고 있던 팔을 놓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너 헤엄치는 것 배우고 싶다고 그랬지. 자, 겁먹지 말고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다리로 물을 힘껏 차봐.”
그러나 물에 뜨기는커녕 물속을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나를 보며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하던 진자 언니가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지 나를 안고 물가로 나왔다. 물을 엄청나게 마신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덕아, 미안해. 언니는 너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 줄라고 그랬지, 너 물 먹이려고 역부로 그런 거 절대로 아냐, 너도 알지? 그만 울고 이거 좀 먹어봐. 아주 맛있어.”
진자 언니가 가방에서 조그만 통 속에서 사탕을 꺼내 내 입에 넣어준다. 언제 먹어도 사탕은 달콤하고 정말 맛있다. 언니가 거듭 다짐을 했다.
“너 진자가 사탕까지 줬으니까, 엄마한테 미역 감으러 왔었다고 이르기 없기다, 알았지?”
아직도 곤히 잠들어 있는 동생 곁에 팔을 베고 누워 사탕을 입에 넣고 즐겁게 헤엄을 치는 두 언니를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아직도 코가 맵고 얼얼하다. 감자 꽃이 흐드러진 밭고랑에 엄마가 좋아하는 참비름이 있다.
모깃불의 매캐한 연기가 집 전체에 가득하다. 잘 여문 강냉이를 입에 물고 마당에 펴놓은 멍석 위에 앉았다.
“오늘 낮에는 너무 더웠는데 내일은 어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부채를 부치며 말씀하셨다.
“참말로 오늘은 덥더만. 그치만 이렇게 더워야 곡식이 잘 여무니께.”
“그야 그렇지만, 오늘 낮에 콩밭을 매는데 숨이 턱턱 막혀서 힘이 들더랑게요.”
스피커에서 연속극을 시작할 시간이 얼추 되었다. 언니와 오빠는 마루로 올라가 스피커 앞에 귀를 쫑긋 세우고 앉아 연속극을 듣는다. 나는 엄마와 아버지의 대화를 들으며 멍석에 누워 밤하늘 가득한 초롱초롱한 별들을 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