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비 오는 날의 선비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자꾸 오래된 시간을 떠올린다.
그 비를 마주하며 가만히 사유하던 선비들 말이다.
문밖은 흙냄새와 빗물 냄새로 가득 차고,
그들은 창을 반쯤 열어 둔 채, 책상에 앉았을 것이다.
『논어』를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처마 끝에서 또르르 굴러내리는 물방울을 바라보았을지 모른다.
그러다 시 한 수를 적었을 것이다.
“봄비는 고요히 땅을 적시고
내 마음도 젖어든다
벗이 오면 다행이요
오지 않아도 그만인 하루.”
비 오는 날은 외롭지 않다.
적막과 고요가 오히려 따스하다.
차 한 잔, 글 한 줄,
마음은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간다.
조선의 선비들도,
오늘의 나처럼
그 고요 속에서
자신을 다독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