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한강변이 노랗게 물들던 어느 여름날의 풍경이 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금계국.
햇빛을 머금은 듯 찬란하게 피어난 그 모습에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다.
그 꽃을 처음 본 순간, 문득 마음이 따뜻해졌고,
‘나도 이 꽃을 내 화단에 들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피어났다.
그런 내 이야기를 들은 113호 언니가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참 정 많고 조용한 그 언니는 어느 날 한 손에 작은 화분 봉지를 들고 내게 왔다.
“이거, 금계국 모종이야. 여의도 한강변에서 살짝 뽑아왔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
그 언니는 순복음교회에 다녔고, 주일예배를 마친 후 꽃길을 걷다 문득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보다 먼저 든 건, 왠지 모를 미안함이었다.
출처를 알기에 더 조심스러웠고, 금계국이 잘 살아줄까 걱정도 되었다.
조심스레 화단 한켠에 심어 두고 하루하루 들여다보며 안부를 묻던 시간.
그렇게 들여다보던 나날 속에서,
금계국은 놀라울 만큼 강한 생명력으로 뿌리를 내리고,
그해 여름, 정말이지 눈부신 꽃을 피워주었다.
잎도 아름답고, 병충해에도 강하며, 꽃은 말할 수 없이 예뻤다.
누구든 한번 보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
그야말로 ‘식구를 잔뜩 거느린’ 금계국들이 화단을 가득 채우고 나타났다.
나는 감격했다. 작은 모종 몇 포기가 이렇게까지 번성하다니.
그 생명력 앞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또 그다음 해.
금계국은 이전보다 더 큰 무리를 이끌고 당당히 피어났다.
화단 여기저기에서 금계국의 싹이 돋았고,
이웃 식물들이 점점 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서로 어깨를 맞대던 꽃들이, 그 아래 가려지고 밀려나고 있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떠나보내야 할까.
사랑하는 식물을 스스로 화단에서 내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마음 아픈 결정이었다.
결국, 나는 금계국을 뽑아냈다.
고마웠고, 예뻤고, 함께한 시간이 너무도 소중했지만
이 화단에는 더 다양한 생명이 공존해야 한다고,
그게 내가 지켜야 할 균형이라 여겼다.
지금, 우리 화단엔 금계국이 없다.
하지만 한여름 한강변에서 금계국을 마주칠 때면
그 노란 물결 속에서 언니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때 심었던 작은 모종이 남긴 건 꽃이 아니라 기억이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학명: Coreopsis lanceolata
영명: Lance-leaved Coreopsis, Tickseed
과명: 국화과(Asteraceae)
원산지: 북아메리카
개화기: 5~7월
꽃말: 상쾌한 마음, 항상 명랑함, 즐거운 추억
https://youtu.be/5XLlhB-XdMo?si=gRHc53SdGPldlm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