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름나물의 추억 / 쇠비름의 효능

삶의 단상 /

by 가야


친정이 예산인 이웃이 고향에서 뜯어왔다며 비름나물을 삶아서 가지고 왔다. 꽤 묵직하니 많은 양이다. 참비름 나물을 좋아하는 나는 슈퍼에서 파는 것만 사다 나물로 무쳐 먹었는데, 직접 뜯은 참비름 나물을 마주하게 된 행운을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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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니 꽤 많다. 이 정도 나물이면 상당한 양의 비름나물을 삶아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만져보니 판매하는 참비름과 전혀 다르다.


판매하는 참비름은 줄기가 뻣뻣해서 몇 단 구매해도 연한 잎만 추려서 삶으면 아주 작은 양이다. 그런데 이 비름은 부드럽고 연하다. 삶아서 깨끗이 씻어서 바로 무쳐 먹을 수 있도록 손질까지 해줘서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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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배운 대로 고추장과 된장을 조금 넣고 마늘 다진 거 조금,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올케가 보낸 참깨까지 뿌리니 그럴싸한 참비름 나물이 되었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


양이 많아 접시에 먹을 만큼만 담아본다. 나물을 잘 안 먹는 동생도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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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비름 나물!


내가 고향에서 뜯어본 경험이 있는 나물 중 하나이다.

아홉 살에 고향에서 떠났기 때문에 집안 일과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지만, 이 비름나물은 뜯은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밭고랑에 있던 참비름 나물이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그 뜨거운 여름 나는 비름나물을 뜯곤 했었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식구 모두가 좋아하는 그 나물을 뜯는다는 사실이 그냥 좋았다. 그렇게 뜯어온 나물을 엄마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셨지만, 나는 그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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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좋아하는 그 나물을 뜯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이다. 참비름은 사람들이 나물로 즐겨먹는 식물이라 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쇠비름은 정말 많았다.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쇠비름은 귀찮은 존재였다. 밭작물에 방해가 되니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 쇠비름을 뽑아내는 일은 성가시고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쇠비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참비름을 모르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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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름


비름은 비름과 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학명은 Amaranthus mangostanus L.이다. 비름은 한때 나물로 인기가 많아 재배하기도 한 원산지가 인도인 식물이었지만, 지금은 집 근처에서 자라는 잡초로 취급되고 있다. 높이는 1m까지 자라며 굵은 가지는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사각상 넓은 난형에서 삼각상 넓은 난형이며, 길이 4∼12㎝, 너비 2∼7㎝로서 끝이 둔하거나 다소 파진 다. 밑은 예저(銳底)이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7월경 피기 시작하며 잎겨드랑이에 둥글게 모여 달리지만 가지 끝이나 원줄기 끝에서는 잎이 없는 화서가 수상 화서(穗狀花序:이삭 모양의 꽃차례)처럼 길게 자란다. 꽃은 양성이며 수술은 3개이고 암술은 1개이며 꽃잎이 없고 꽃받침 잎뿐이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꽃받침보다 짧고 중앙에서 옆으로 갈라져서 뚜껑같이 벌어진다.



비름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으며 농촌에서는 나물이나 이질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해왔다. 비름 속에 딸린 식물은 전 세계에 60종이 있는데, 이중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있다고 한다.


비름을 참비름이라고 하여 이와 비슷한 털비름·개비름·청 비름·눈 비름과 구별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비름이라고 통용해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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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 Purslane ]


쇠비름은 오행초(五行草)·마치 채(馬齒菜)·산 산채(酸酸菜)·장명채(長命菜)·돼지풀·도둑풀·말비름 등 그 이름이 다양하다. 밭 근처에서 자라는 잡초로 높이가 30cm에 달한다. 전체에 털은 없으나 육질이고 뿌리는 흰색이며 줄기는 붉은빛이 도는 갈색으로서 많은 가지가 비스듬히 옆으로 퍼진다.


쇠비름의 어린 열매를 서양에서는 샐러드로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 고향에서는 전혀 먹지 않았는데, 지방에 따라서 나물로 먹는 곳도 있고, 특히 아토피와 관절염에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지면서 때아닌 쇠비름 열풍이 불기도 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영향 때문인지 우리 가족들은 쇠비름에 무관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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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의 효능


그런데 관심이 전혀 없었던 쇠비름이 예로부터 약으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의외로 많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쇠비름은 “성한(性寒), 미산(味酸), 무독하며 모든 악창(惡瘡: 부스럼)을 다스리고 대소변을 통리(通利) 하고 만성 농창(慢性腫瘡)을 풀고 갈(渴)을 그치고 모든 충(蟲)을 죽인다.”라고 하였으며, 이 밖에도 여러 책에 그 약효가 기록되어 있다.


쇠비름의 잎에서 추출한 정제된 액체에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 3와 에이코사펜타엔산 (EPA, eicosapentaenoic acid)은 항균작용은 물론 피부 진정 효과가 있어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자료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비름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네이버 지식백과] 쇠비름 [Common purslane, スベリヒユ, 馬齒莧] (한국 식물생태 보감 1, 2013. 12. 30.,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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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 전설


쇠비름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여기에 옮겨본다.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아들 셋이 함께 살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 아들은 결혼을 했지만 셋째인 막내아들은 총각이라 외롭게 보냈다.


나이가 많은 어머니는 혼자 있는 막내아들이 안쓰러워 민며느리를 들이기로 마음먹고 가난한 집 어린 처녀를 돈으로 사 막내며느리로 삼게 되었다.


그렇게 들인 열네 살짜리 민며느리는 시어머니와 큰 며느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한 구박과 함께 다 해진 옷과 먹다 남긴 음식을 주며 고된 일을 시키면서, 심한 욕은 물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음 착한 둘째 며느리는 막내며느리가 울고 있으면 몰래 다가가 위로해 주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몰래 숨겨놓았다 주기도 했다.


어느 해 여름 마을에 이질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 불행하게도 막내며느리도 이질에 걸리자, 큰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막내며느리가 이질에 걸렸으니 당장 쫓아내자고 하였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돈을 주고 사 온 민며느리를 그냥 쫓아버리기는 돈이 너무 아까워 병이 낫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고는 병이 자신들에게 옮을까 두려워 막내며느리를 집에서 떨어진 움막으로 보내 그곳에서 혼자 지내게 했다. 움막에 내팽개친 막내며느리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슬펐다. 어린 남편은 아무것도 몰라 자신의 처지를 헤아릴 줄 몰랐고,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막내며느리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움막 옆에 있는 우물에 빠져 죽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막 우물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둘째 며느리가 달려와 막내며느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동서, 이렇게 죽으면 어떻게 해. 살날이 구만 리인데, 앞으로 좋은 날이 올지 어떻게 알아. 자, 내가 죽을 쒀 왔으니 이걸 먹고 힘을 내고 있어. 의원한테 가서 약을 지어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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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며느리의 위로에 막내며느리는 마음을 다잡고 움막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러나 약을 지어 오겠다던 둘째 며느리는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 밭둑에 풀을 삶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며칠 동안 풀을 먹고 나니 아픈 배도 설사도 멈추고 몸은 날아갈 듯 가뿐해졌다.


막내며느리의 병이 나은 것이다. 막내며느리는 뛸 듯이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집에 당도해 보니 대문에 삼베 조각이 걸려 있고, 자신의 어린 남편이 상복을 입고 나오는 것이었다.


막내며느리가 어린 남편에게 사연을 물었다.


“어머니와 큰 형수님이 이질로 돌아가셨고, 둘째 형수님도 이질로 앓아누워 있는데,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니 대체 어찌 된 거요?”


“밭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병이 다 나았어요.”


막내며느리를 본 둘째 며느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동서가 아직 살아있네, 내가 이렇게 몸 져 누워 약을 지어다 주지 못했는데...”


“형님, 저는 밭에 있는 풀을 먹고 병이 나았으니 제가 그 풀을 뜯어 올게요. 그걸 먹으면 나을지도 몰라요.”


막내며느리는 들로 나가 자신이 먹었던 풀을 뜯어다 끓여 둘째 며느리에게 주었고, 그 풀을 먹은 둘째 며느리의 병도 다 나았다.


이질을 낫게 한 그 풀의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름을 마치현(馬齒 )이라 불렀는데,

그 마치현이 바로 쇠비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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