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장과(漿果)이며, 7∼8월에 갈자색으로 익는다. 향미가 좋고 과즙이 풍부하여 널리 이용되는 과일이다. 성숙함에 따라 당분이 증가하고 산이 감소하며, 완숙하면 당분이 최대가 된다. 당분은 보통 14∼15%이다. 향미 성분으로는 여러 가지 유기산이 있는데, 주석산과 사과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원산지는 아시아 서부의 흑해 연안과 카프카 지방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의 문집에서 그에 관한 기록이 나타나고 있다. 개량된 포도의 재배는 약 70년 전 수원에 있던 권업 모범장과 독도 원예 모범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주산지는 경상북도이며, 품종은 캠벨 얼리·머스캣 베일리·블랙 함부르크·델라웨어 등 다양하다. 주로 생과로 이용되며 음료와 양조·잼·건과·통조림 등으로도 이용된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포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포도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포도나무를 그렇게 자세하게 보지는 않았다.
포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철조망에 갇힌 포도 묘목들이 열을 지어 쇠기둥에 의지한 채 흰 봉지를 매달고 있는 포도밭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런 내가 어째서 포도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신사임당(1504~1551) 묵포도 / 견본 수묵 (31.5Ⅹ 21.7cm) 간송미술관 소장
그것은 바로 이 그림 때문이다.
이 그림은 신사임당이 그린 묵포도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고 생동감 있는 포도 열매와 덩굴손 등에 매료되고 말았다. 부끄럽지만 포도로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묵포도를 그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그린 묵포도 그림이 내 마음에 들 리 없었지만, 그림을 부탁한 사람은 마음에 든다며 서둘러 가져 갔고, 나는 빚을 진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와중에 이 포도 그림을 본 것이다.
내 그림과 너무나 대비가 되는 포도, 순간 당혹감과 함께 부끄러움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건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담채로 그린 유려한 줄기에서 단단하게 붙어있는 포도송이, 우리가 흔히 보던 포도알로 뭉쳐진 포도송이가 아니라, 성글게 열린 포도송이의 포도 알의 크기가 각기 다른데, 더러는 떨어지거나 소실되어 꼭지만 보이는 것도 있고, 까맣게 익은 포도와 덜 익은 포도 이제 막 생긴 듯 조그만 알갱이도 보인다. 쭉쭉 뻗거나 줄기를 칭칭 감은 덩굴손까지! 나는 넋을 놓고 그 그림을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다짐을 했다. 두 번 다시 그림을 그리지 않으리라고...
이 작품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위 작품 '포도'는 신사임당이 견본에 먹으로 그린 작품으로 탐스러운 포도 열매가 매달린 포도나무의 일부분을 그린 것으로서 작가의 세밀한 관찰력과 더불어 뛰어난 표현력을 표현한 대표작 중 하나이다.
여성다운 부드러운 필치가 돋보이는 이 그림은 신사임당이 그린 포도 그림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포도의 햇가지와 묵은 가지, 잘 익은 포도 알과 덜 익은 포도 알, 이제 막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은 듯한 작은 포도 알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담묵의 넓은 잎 속에 선명한 농묵의 힘찬 잎맥 굵은 가지와 덩굴손 등이 사진을 찍은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손을 뻗어 한 알 따 입안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 그림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신사임당이 잔칫집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잔치로 분주한 가운데 국을 나르는 여인이 실수로 국을 쏟아 어느 부인의 치마에 얼룩이 진 것이다.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여인을 위해 신사임당이 얼룩이 진 치마에 포도 그림을 그려주어 위기를 모면해 주었다고 한다. 나중에 포도가 그려진 부인의 치마는 아주 고가에 팔렸다고 전해지는 데, 장소와 때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신사임당의 솜씨는 탁월했던 것이다.
이 포도 그림은 <석농 화첩>이라 불리는 <해동 명화집> 속에 들어 있는 석농 김광국이 수집한 그림이다. 사임당의 대표작으로 현재 오만 원권 지폐에 신사임당 초상 뒤에 도안화되어 들어가 있다.
그 후 포도를 볼 때마다 신사임당의 포도가 생각났고 그와 흡사한 포도나무를 찾고자 애를 썼지만 그런 포도나무를 만나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뜻밖에 우연한 기회에 이 포도나무를 만나게 된 것이다.
포도 수확을 늘이기 위해 약을 치거나, 봉지를 씌우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포도나무를...
위의 사진에서 비교해 보자. 가운데가 신사임당이 그린 포도 그림이고, 좌우에 그와 흡사한 포도 사진이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느꼈던 일이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진을 보면서 다시금 느낀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