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의 꽃 설강화(雪降花,Snowdrop)이야기

1월 1일 탄생화

by 가야


1월 1일의 꽃, 설강화(雪降花). 스노우드롭.


표준 학명은 Galanthus nivalis(갈란투스 니발리스)입니다. 이 이름은 그리스어 gala(우유) + anthos(꽃)에서 왔으며, ‘우유 같은 흰 꽃’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원산지는 중부·서유럽과 흑해 주변, 코카서스 일대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깊은 겨울의 숲바닥을 가장 먼저 밀어올리며 피어나는 꽃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설강화는 단순히 겨울에 피는 식물이라기보다 새해의 시작과 봄의 문턱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이 꽃에는 오래된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에덴에서 추방된 뒤, 아담과 이브는 끝없이 이어지는 겨울의 황량함 앞에서 처음으로 절망을 느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이브는 눈발을 바라보며 울음을 삼켰습니다.


그때 천사는 눈송이를 손바닥에 모아 감싸고, 그 안에 작은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러자 얼어 있던 눈 사이가 미세하게 갈라지고, 그 틈에서 가느다란 녹색의 줄기가 솟아오르며 하얀 종 모양의 꽃이 고개를 숙입니다. 천사는 말합니다. 계절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이 꽃이 바로 그 약속입니다.

그래서 설강화는 “겨울 속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는 희망”이라는 상징을 얻었습니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색의 기원과 관련해 이야기합니다. 옛날 세상 모든 것에게 색을 나누어 주던 때, 눈은 자신도 색을 달라고 꽃들에게 찾아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꽃들은 차갑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스노우드롭은 자신의 흰빛을 기꺼이 나누어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눈은 그 흰빛 덕분에 지금처럼 밝고 투명한 하양이 되었고, 그 은혜를 기억하기 위해 스노우드롭에게 약속했다고 합니다. 스노우드롭이 피어나는 자리에서는 결코 그 꽃을 덮어 생명을 숨 막히게 하지 않겠다고. 그래서 설강화는 눈 속에서도 상하지 않고 피어난다고 해석되었고,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꽃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이 꽃의 꽃말은 희망, 위로, 새 출발, 순결입니다.

스노우드롭은 유럽 회화, 동유럽 동화의 삽화, 장식 공예, 자수 패턴에서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겨울과 봄의 경계라는 감각을 단 하나의 실루엣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깊은 겨울의 낙엽층과 눈 사이에서 고개 숙인 채 피어 있는 하얀 작은 종 하나, 그 장면만으로도 계절의 이동이 명료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이 상징은 현대 대중매체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JTBC 드라마 ‘설강화 snowdrop’에서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격변의 시대 속에서 두 청춘이 서로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 되어준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제작진은 설강화를 “꽁꽁 언 땅 속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 그 꽃말이 바로 희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피어난 숭고한 사랑을 이 꽃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래서 설강화는 한겨울에 피는 작은 흰 꽃 이상입니다. 겨울과 봄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신호이자, 새해 첫날 세상이 다시 시작된다는 마음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꽃입니다. 눈을 밀어 올리고 피어나는 그 작은 종 한 송이가 바로 희망의 첫 문장입니다.



https://youtu.be/3f7KpHlA874?si=UjZ32tURXAC6Zp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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