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상징 노송나무(편백)이야기

12월 31일 탄생화

by 가야

12월 31일의 나무, 불멸을 상징하는 노송나무(편백)


노송나무는 학명 Chamaecyparis obtusa라는 이름을 가진 상록침엽수이며 일본과 한국, 대만 등에 분포한다. 잎은 비늘처럼 겹겹이 붙고, 목질은 치밀하며 오랜 시간에도 쉽게 썩지 않는다.

한 해가 끝나는 12월 31일의 나무로 소개되는 이유는 사계절 내내 변치 않는 푸른 생명력과 강인한 내구성에서 비롯된 불멸의 상징성 때문이다. 꽃말 또한 불멸, 영원함이다.

노송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가치를 지닌 나무로 전해진다. 일본에서 편백을 뜻하는 히노키라는 이름은 고대 제의에서 두 나무를 마찰해 신성한 불을 일으키는 용도에서 기원했다는 해석이 있다.

이 때문에 신사, 궁전, 사찰의 주요 건축 목재로 쓰였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일본 나라의 호류지 또한 편백으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전승에서는 말솜씨가 뛰어났지만 외모가 볼품없던 사나이가 말실수로 비극을 맞고 죽은 자리에서 편백나무가 돋아났다는 구전 이야기가 전해진다. 땅딸막한 몸은 길고 곧은 기둥이 되고, 사람을 모으던 입담은 짙은 푸른 잎으로 태어나 사후에야 변치 않는 가치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서양 전승에서는 예수의 십자가가 올리브나무와 삼나무, 그리고 노송나무 등 세 가지 신성한 나무가 함께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예술 속에서도 노송나무는 강한 존재감을 지닌다. 일본 회화사에서 편백은 자연을 그린 대형 병풍이나 정원 조형의 주요 소재였고 특히 금박 위에 편백 줄기의 굴곡을 강렬하게 표현한 가노 에이도쿠의 편백나무 그림 병풍은 아즈치모모야마 시대 미의식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건축 또한 예술이었다. 에도 시대 이후의 고급 목조 건축에서 편백은 시간이 깃드는 재료로 사랑받았다. 이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기억과 시대가 목질에 스며든 시간의 재료였다.

노송나무는 피톤치드 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분 안정, 스트레스 완화, 공기 정화 측면에서 많은 이들이 휴식 소재로 활용해왔고 목욕탕의 히노키탕은 대표적인 예다. 다만 고농도 오일을 직접 피부에 바르는 것은 자극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어 적절한 농도로 간접 사용이 권장된다.

한 해의 끝날인 12월 31일을 장식하는 나무가 노송나무라는 사실은 의미가 깊다.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는 자연의 메시지, 그리고 해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색. 노송나무는 묵묵한 질감으로 시간이란 무엇인지, 오래 남는 가치가 무엇인지 조용히 보여주는 나무다.


https://youtu.be/M_SR1Xw-QWI?si=auw2pAcDHC02LSxW

매거진의 이전글한 겨울의 향기! 납매(臘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