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지뽕나무로 남은 산동네 아저씨 이야기

삶의 단상 /

by 가야


고척동 능골산 자락길이 끝나는 끝 지점에 2차선 도로가 있다. 이 길은 원래 없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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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곳에 내가 산동네 아저씨라고 불렀던 꽃을 정말 사랑하던 분이 사시던 집과 멋진 꽃길이 있었다.

앨범을 찾아보니 그때 사진이 남아있다 이 사진은 중요한 자료로 남았다.


당시 모습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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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3일



위 아스팔트 도로는 2006년 7월 3일 이런 모습의 작은 오솔길이 능골산 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꽃범의 꼬리 꽃을 좁은 골목 양쪽에 가득 심어 가을이면 보랏빛 꽃으로 정말 아름다운 오솔길이 연출되었고 그 길을 걸으면 시골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길을 몹시 사랑하여 이곳을 자주 찾았는데 아저씨네 집은 고척도서관 옆과 바싹 붙어 좁은 골목길 아래에 있었는데 갖가지 꽃들이 그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창포, 꽃무릇, 포도, 머루 등.. 꽃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내가 그 아저씨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오솔길을 가꾸시게 됐어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당시 아저씨의 연세는 70이 넘었는데, 자신이 젊어 군대에 있을 때 부대 인근 마을이 온통 꽃길이었단다. 그 아름다운 길이 제대를 하고도 잊을 수 없어 산동네에 터를 잡고 살았단다.


고척동에 이사 오기 전 지금의 목동 우성아파트가 있는 칼산 산동네에 살았단다. 그곳에서 집 안팎에 온갖 꽃을 심어 멋진 꽃길을 만들어 재미있게 살았는데 그곳이 아파트로 재개발이 되는 바람에 보상을 받고 그곳과 유사한 환경인 고척동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밤낮없이 부지런히 가꾼 꽃길과 꽃밭.


철 따라 예쁜 꽃들이 피는 그 길을 나는 즐겨 다녔고 아저씨도 내가 가면 무척 반가워하시며 꽃 이야기를 하시며 즐거워하셨다.

result_2006_7_3_11_44_26_703_14-lysook7.jpg?type=w1 2006년 7월 고척동 산동네


부지런한 아저씨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근처 밭을 일구셔서 김장 배추와 무는 물론 커다란 욕조에 벼까지 심으셨다.


벼를 심은 이유는 짚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시골도 농약 사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깨끗한 짚을 구하기 힘들여 직접 키운 벼로 추수하여 쌀도 조금 수확하고 볏짚은 청국장을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하신다던 그런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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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피와 씨앗을 처음 본 곳도 이 산동네 아저씨 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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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3일 산동네 아저씨와 배추


아저씨 모습을 찍은 사진이 다행히 두 장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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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네 집 옆에 있던 연립주택은 예전 모습 그대로인데 아저씨네 집과 화단만 없어졌다.

길이 난다는 공고가 붙고 아저씨 집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저씨에게 어디로 이사하실 예정이냐고 물었을 때 아저씨는 말씀하셨다.


보상금을 받으면 이제 시골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여 마음 놓고 꽃을 가꾸며 사시겠다고 하셨는데, 어디에서 살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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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나지 않았으면 지금쯤 그때처럼 이렇게 열무며 배추를 심으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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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난 길 옆에 있는 큰 나무에 붉은 열매가 눈에 뜨인다. 가까이 가보니 내가 모르는 열매입니다. 사진을 찍어 알아보니 꾸지뽕 열매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부지런한 아저씨가 심은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수로 꾸지뽕나무를 심을 리 만무할 테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저씨 집에 커다란 가래나무도 한 그루 있었는데 가래나무는 찾을 수 없었다. 가을에 가래를 따 내게도 몇 개씩 주곤 했었다. 지금도 그 가래가 손 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상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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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지뽕나무가 꽤 크다. 이 길이 난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십여 년이 훨씬 넘었으니 나무도 그때보다 이렇게 많이 자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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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길 위에 오래전 아름다운 꽃밭과 텃밭을 가꾸던 부지런한 산동네 아저씨가 살았었다. 지금 아저씨의 흔적이라면 오른쪽에 남은 이 꾸지뽕나무 밖에 없다.


그나마 이 나무라도 남아있어 다행이다.


아저씨!

산동네 아저씨


지금 어디에서 살고 계시나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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