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자라는 허브 ⑥ 감국(甘菊)

가야의 허브 이야기

by 가야

우리 땅에서 자라는 허브 ⑥
감국(甘菊), 가을을 마시는 방법


가을 산길을 걷다 보면 국화라 부르기에는 너무 소박하고, 들꽃이라 하기에는 유난히 단정한 노란 꽃을 만나게 됩니다. 화단에서 흔히 보는 화려한 국화와 달리 키도 낮고 향도 은은한 이 꽃은,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지만 늘 조용히 피고 져 왔습니다. 감국(甘菊). 달 감(甘) 자를 쓰는 이 이름은, 이 꽃이 단순히 바라보는 식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마시는 식물’이었음을 말해 주는 듯합니다.


감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Chrysanthemum indicum L.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생하며 늦가을까지 노란 꽃을 피웁니다. 야생에서 자라는 국화 가운데 약용으로 가장 널리 쓰여 온 종류로, 흔히 산국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향과 약성 면에서 감국은 보다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꽃을 손에 쥐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맑은 향이 남고, 그 결은 차분하고 정갈합니다.


감국이 특별한 이유는 꽃의 모양이나 색보다도, 그 쓰임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감국의 꽃은 차로 달여 마시거나 말려 약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331c9ea6-6537-4dfa-97d0-09db9aae777b.png
3a7d407a-430b-453d-8c60-708cdb0bb21c.png

『동의보감』에는 국화가 눈을 밝히고 머리를 맑게 하며, 풍열(風熱)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국화가 바로 감국을 가리킵니다. 몸에 쌓인 열을 내려주고, 오래 쌓인 피로와 답답함을 풀어 주는 작용 덕분에 감국차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특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감국차를 한 잔 마셔 보시면, 처음에는 담백하고 끝맛에 은근한 단맛이 남습니다. 이 단맛은 설탕처럼 즉각적인 단맛이 아니라, 몸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맛입니다. 그래서 감국은 차로 마셔도 부담이 적고, 비교적 오랫동안 음용해도 무리가 없는 약초로 여겨져 왔습니다. 약이면서 동시에 일상의 음료였다는 점에서, 감국은 우리 전통 허브 문화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꽃은 늘 계절의 끝자락에 피어납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봄과 여름에 생을 다할 즈음, 감국은 오히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에 꽃대를 올립니다. 화려하게 시선을 끌지도 않고, 그렇다고 쉽게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감국을 보고 있으면, 계절을 붙잡으려는 꽃이라기보다 한 계절을 조용히 정리하는 꽃처럼 느껴집니다. 한 해 동안 쌓인 열과 피로를 차분히 내려놓게 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감국입니다.

필자의 화단에 가득 피어 있는 감국


요즘에는 감국을 차나 약재로만 여기지 않고, 자연스러운 정원이나 화단의 일부로 키우는 분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화려함 대신 소박함을 지닌 이 꽃은, 오히려 오늘날의 취향과도 잘 어울립니다. 강한 향이나 즉각적인 효과보다, 천천히 스며드는 변화를 선호하는 분들께 감국은 조용한 위안을 건넵니다.

창덕궁 낙선재 입구의 감국


우리 땅에서 자라는 허브를 이야기할 때, 감국은 언제나 앞에 나서기보다는 한 발 뒤에 서 있는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국만큼 우리 몸과 삶의 리듬을 잘 이해한 식물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의 끝에서 피어나, 몸의 열을 내려주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꽃. 감국은 결국, 가을을 마시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요약 정보

· 감국(甘菊)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Chrysanthemum indicum L.
·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 자생하며, 늦가을까지 노란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약용 국화.
· 꽃을 말려 차로 마시거나 약재로 사용해 왔으며, 몸의 열을 내려주고 눈과 머리를 맑게 하는 데 쓰였다.
· 감국차는 씁쓸하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 남아,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즐기기 좋은 전통 허브차.
· 화려함보다 소박함이 돋보이는 꽃으로, 한 해의 끝자락을 차분히 정리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https://youtu.be/IhUOvNuUQs4?si=6JpcnVW_9jtnVaMs

#감국 #산국 #우리땅에서자라는허브 #전통허브 #국화 #감국차 #약용식물 #가을꽃 #야생화 #한국자생식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악어의 피부를 닮은 고사리, 미크로소룸 부쉬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