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베란다의 주인공도 바뀝니다. 화려한 꽃들이 저마다의 향기로 유혹할 때, 구석에서 묵묵히, 그러나 그 어떤 꽃보다 강렬한 빛깔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코리우스(Coleus)**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식물의 아름다움을 '꽃'에서 찾지만, 코리우스를 보고 있으면 그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초록, 자주, 노랑, 붉은색이 마치 화가의 팔레트처럼 뒤섞인 잎사귀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이 부린 마법에 넋을 잃게 되곤 하죠.
코리우스의 꽃말은 ‘절망적인 사랑’ 혹은 ‘선량한 가계’라고 합니다. 조금은 쓸쓸한 꽃말과 달리, 녀석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그 무엇보다 다정합니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잎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올리며 "나 여기 잘 있어요"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습니다.
가끔 삶이 단조롭다고 느껴질 때 코리우스의 잎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똑같은 줄기에서 나왔음에도 어느 잎 하나 무늬가 같은 것이 없습니다. 제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풍성한 화분을 이루는 모습은, 서로 다른 우리가 모여 사는 세상을 닮아 있습니다.
코리우스를 키우며 배우는 가장 큰 지혜는 '가지치기'에 있습니다. 위로만 길게 자라려는 줄기의 끝(생장점)을 과감히 떼어내야만, 비로소 옆으로 새로운 곁가지들이 뻗어 나옵니다.
처음에는 아까운 마음에 주저하게 됩니다. 멀쩡한 잎을 떼어내는 것이 상처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아픔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코리우스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풍성한 모습으로 보답합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욕심껏 위로만 치닫던 마음을 잠시 멈추고 다독일 때, 비로소 내면이 더 넓고 깊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뜻한 동남아시아가 고향인 이 아이는 추위에 참 약합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코리우스는 금세 잎을 떨구며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는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에요"라고요.
겨울철 코리우스를 실내로 들이는 일은 꽤 번거로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들해진 녀석을 창가 햇살 아래 두고 미지근한 물을 건네며 겨울을 함께 나다 보면, 식물을 키우는 일이 단순히 관상용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귀한 인연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혹독한 추위를 피해 잠시 숨을 고르는 법을, 코리우스는 온몸으로 가르쳐 줍니다.
꽃이 지면 허무함이 남지만, 코리우스는 일 년 내내 변치 않는 화려함으로 곁을 지켜줍니다. 비록 향기는 없을지언정, 눈으로 전해지는 그 강렬한 색채만으로도 충분히 향기로운 식물.
오늘도 베란다 한쪽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고 있는 코리우스를 보며 다짐해 봅니다. 남들의 시선에 맞춘 화려한 꽃을 피우려 애쓰기보다, 나만의 고유한 무늬와 색깔을 가진 '잎' 같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말이죠.
여러분도 곁에 코리우스 한 그릇 들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잎사귀들이 건네는 다채로운 위로가 당신의 일상을 수채화처럼 물들여줄지도 모릅니다.
https://youtu.be/S8CbPEFd6fs?si=uLTaT7S-Rg1mBiZ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