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놈의 라자냐

내가 밥 차리는 기계인가?

by 프로우울러

남편 퇴근 시간 저녁 6시, 나는 저녁으로 라자냐를 처음으로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나름 바쁘게 한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라자냐를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재료준비하고 만들고 굽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리다보니 저녁 7시가 넘어갔다. 보통은 늦어도 남편이 6시반에 식사를 하고 7시쯤엔 앉아서 핸드폰 게임을 할 시간인데 내가 밥을 7시 넘게 냈다는 것은 남편에게 무척 화가 나는 일이었나보다. 심지어 그렇게 늦게 낸 음식(라자냐면)이 딱딱하고 밀가루맛만 나는 상태라 남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 했다.


요리도 못하면서 손도 느리고 준비도 늦게 해서 먹지도 못 할 걸 만들고 시간만 늦어지고 왜 매번 이런 식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 와중에 큰 아이는 음식을 다 먹었는데 둘째는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어서 남편은 이렇게 늦게 주니까 애가 밥도 안 먹고 자는거 아니냐며 또 화를냈다.


나는 그렇다 한들 남편과 싸우지 않는다. 이런 반응이 나올걸 예상했기에 아주 냉정하고 차갑게 속으로 조롱하며 무시를 한다.


’그래, 니가 그럼 그렇지. 무던하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지. 어쩌다 한번 밥 늦거나 실수한걸 그냥 이해해 줄 만큼 대인배가 아니지. 당신은 원래부터 그렇게 속이 좁은 인간이었지. 항상 그런식으로 쪼잔하고 야비하게 사람 인격 짓밟는게 당신의 고질적인 습관이었지. 내가 그걸 잊을리가 없지‘


싸우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그저 내 눈에서 빨리 사라지길 바라면서 나는 재빨리 라면을 끓여냈다. 파와 계란을 넣은 안성탕면은 간편하기도 하지만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기에 허기진 맹수를 잠재우 듯 금방 끓여 뜨끈한 라면을 신김치와 함께 내어주었다.


나는 남편이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식탁에서 내 접시를 가져와 주방 싱크대에 올려놓고 유투브를 틀어놓고 서서 밥을 먹었다. 무언의 시위였다. 너 같은 인간이랑 한 식탁에서 밥 먹기 싫다는.


무슨 개새끼도 아니고 밥 시간 늦었다고 화내는 인간과 도저히 한 공간에서 밥을 먹을 자신이 없었다. 그럴만한 인내심이 나에겐 없었다.


그나마 라면은 입에 맞았는지 남편은 이내 말없이 밥까지 말아드시고는 눈치껏 내 눈앞에서 조용히 사라져주셨다. 매일 같이 사우나를 가는 남편은 저녁을 먹고는 알아서 사라지기에 그나마 남편이 없는 저녁 시간이 나에겐 휴식 시간이다.


그나마 마음 편히 있는 시간도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숙제시키고 씻기고 9시까지 잘 준비를 다 끝내려면 무척이나 빠듯하다.


너무 속이 답답해서 저녁 먹은게 체한 듯 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기를 써내려간다. 정말 하루하루가 바늘방석인 날들이다. 이 지옥이 언제쯤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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