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 앞에 무기력한 엄마
월요일 아침 나도 아침 준비가 늦었고 아이들은 늦잠을 잔다. 평소에는 남편이 아이들 등원 시간보다 일찍 밥을 먹고 출근을 하는데 오늘따라 출근이 늦은 남편도 아이들과 함께 식탁자리에 앉았다.
사건의 발단은 팩주스에서 시작되었다.
빵과 계란 주스를 아침으로 냈는데 남편 아이들 몫을 챙기다 보니 내가 마실거리가 없었기에 무심코 옆에 있던 막내의 팩주스를 뜯어 한 모금 마시고 말았다.
식탐이 있고 자기것에 집착이 있는 아이인 걸 알면서도 순간 목마름을 못 참고 내가 먼저 손을 댄 것이다.
(차라리 물을 마실걸..)
아이는 자기 음료를 마셨다고 울기 시작했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며 미안하다 새로 사줄게 (하필 남은 주스가 없었기에) 해도 그치지 않았다.
아무리 무섭게 다그쳐도 안아줘도 달래지지 않자 남편는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별 것 아닌걸로 고집부리고 운다고 아이 이마를 사정없이 꿀밤을 때리기 시작했다.
남편 기준에서 그건 폭력이 아니었다. 왜?
본인은 어렸을 때 말 안 들으면 파리채나 빗자루 연탄꼬챙이로 맞았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말로 해서 안되면 때려서라도 고집을 꺽고 말을 듣게 해야한다는게 남편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우는 소리는 질색을 했기에 애가 아프든 말든 일단 입을 닫게만 하면 그만이었다.
폭력은 이렇게 대물림된다.
나는 무서움에 떨며 입을 틀어막은 5살 아들을 달래며 안아주며 아빠가 화내면 무섭게 혼내니까 너도 제발 이렇게 오래 울지 말라고 타이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이마가 벌집에 쏘인 듯 뻘개졌고 혹시 몰라 사진을 찍어두었다.
예전에는 큰 아이가 징징댄다는 이유로 파리채로 머리 얼굴 등을 세게 후려쳐 피멍이 든 적이 있었다.
그걸로 싸우다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는데 내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해 아이와 나는 상담을 받기도 했다.
남편은 아이를 때린건 정당한 훈육이라 생각하고 나는 엄연한 아동학대라 보는데 이걸 문제제기 해봐야 아무런 개선도 답도 없다는 걸 안다.
그저 왜 당신이 애 걸 뺏어먹어서 나를 화나게 만드느냐며 이 모든 책임을 내 탓으로 돌리는 남편에게 한 마디도 못 하는 내 자신이 그저 한심할 뿐이다.
이런 순간이 지옥이다.
내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순간,